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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한국 영화, 피와 욕밖에 없나?
임철순 2017년 03월 27일 (월) 00:26:08

모로코 정부가 주최한 '아프리카의 발전과 남-남 협력 증대 방안' 포럼에 초청받아 지난주 모로코를 다녀왔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까지 9시간 이상, 거기에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까지 6시간 이상 가야 했습니다. 최종 목적지인 다클라(Dakhla)라는 소도시까지 가는 데는 또 국내선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갈아타려고 대기한 시간까지 다 합치면 24시간 이상이니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가 소요된 셈입니다.

좌석은 초청자 측이 비즈니스석(국내선은 이코노미)으로 예약해주어 편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져간 책을 좀 읽으려 했지만 불을 켜면 옆 사람이 불편할까 봐 신경도 쓰이고 잘 집중도 되지 않아 대신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제이슨 본’과 같은 외국 스릴러를 이것저것 헤집다가 ‘아시아 영화’로 분류된 곳에 우리나라 영화도 있기에 반가워서 작품 제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다 영어로 돼 있고 평소 영화관에 잘 가지 않아서 정확한 원제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기내에서 그 영화들을 보거나 나중에 검색한 결과 기내 상영되는 한국 영화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괄호 안에 표기한 것은 주연배우입니다. ‘아수라’(정우성 황정민), ‘특별수사’(김명민), ‘럭키’(유해진), ‘인천상륙작전’(리암 니슨, 이정재), ‘덕혜옹주’(손예진), ‘범죄의 여왕’(박지영) 등등. 모로코를 갈 때와 올 때 이런 영화들을 보았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인천상륙작전’은 논외로 치고(특별히 언급할 게 없으니) ‘범죄의 여왕’은 저예산 독립영화로서(귀국 후 확인한 내용임)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하고 구성도 그럴 듯한 데 비해 다른 작품들은 황당하거나 거부감이 커 영화를 본 게 후회될 정도였습니다.

이미 제작 당시부터 논란이 된 작품이지만 ‘덕혜옹주’는 역사 왜곡이 너무 심해 왜 영화를 만들었을까, 조선 황실에 대한 동정심과 미안함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랍에미리트 항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면 일제 강점기의 조선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잘못 알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역사 자체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역사 자체를 왜곡하는 것은 영화의 잘못이자 해악이 아니겠습니까?

나머지 영화들은 다 범죄와 관련된 액션작품들입니다. 그저 때리고 부수고 싸우고 죽이고... 이야기 전개도 황당한 데다 화면에 피와 폭력이 낭자합니다. 개중에는 실화도 있다지만, 한국은 폭력과 범죄의 나라라고 선전하고 있는 꼴입니다. 더욱이 욕을 빼면 영화를 만들 수 없는 걸까요? 보는 내내 불편할 정도로 애나 어른이나 양복 입은 검사나 시장이나 변호사 사무장이나 양아치나 다 욕을 입에 달고 삽니다. 욕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모두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리고 폭력과 범죄가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들보다는 덜하다고 생각되는데, 어째서 이런 작품 위주로 기내영화가 선정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상을 받은 미국 영화  ‘라라랜드’도 기내에서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뮤지컬이면서도 흥겨운 음악과 영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는 이들에게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안겨준 좋은 작품입니다. 우리는 왜 이런 영화를 기내에서 상영하게 하지 못할까, 아니 왜 이런 걸 만들어 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에겐 막가는 액션스릴러밖에 없나, 정겹고 감동적인 로맨스나 드라마는 없는 것인가. 삶과 시대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심각하고 진지한 영화는 아예 안 만드는 건가, 못 만드는 건가. 미국 인도 이란 일본 중국 유럽 등등 전 세계의 영화가 소개되는 기내영화판에서 한국 영화가 제일 못나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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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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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165.XXX.XXX.156)
임철순 필자님,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배우자체보다도.. 감독과 제작진이 문제입니다.

시나리오작가에게 제재를 가할 결정권이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임 선생님의 글을 한국영화협회에 정식으로 공개적으로 보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표현의 자유 운운하니 사회 정화와 순화르 ㄹ위해서도

필요하다면 욕과 잔인한 피를 제한하는 서명운동을 해도 좋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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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14:11:28
0 0
임철순 (121.XXX.XXX.123)
감사합니다. 글이 전달되게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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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08:46:24
0 0
ㅋㅋㅋ (223.XXX.XXX.163)
피와 욕 밖에 없다니
돈과 권력과 타락도 있지!
아참 여자도 있고 병풍이나 전리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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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08:51:07
0 0
임철순 (121.XXX.XXX.123)
아 참, ㅋㅋㅋ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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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08:45:22
0 0
오마리 (24.XXX.XXX.186)
그런 영상물 들 때매 점점 한국이 극성스런 국민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 한국 영화 무셔운 게 많아서 볼 영화가 드물어요.

장거리 여행 수고 많으셨군요
그래도 카사블랑카에 가신 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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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3:26:58
0 0
임철순 (121.XXX.XXX.123)
카사블랑카 공항 밖으로 나간 게 3시간쯤 되나? 국내선 비행기 시간이 맞지 않아 행사 주최측이 정해준 호텔에서 쉬고 나온 게 카사블랑카 땅을 밟은 전부입니다.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도 보고 들은 게 없으니...쩝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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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4:26:46
0 0
임철순 (121.XXX.XXX.123)
그러게요, 괜히 영화를 보았어요. 잠이나 줄창 더 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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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4:24:56
0 0
김종우 (121.XXX.XXX.50)
조금은 불편한 불만을 들었습니다.
선택된 영화를 탓해야지 한국영화를 탓히는 것은 과한 불만인 줄 생각합니다. 최근 폭력성이 많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감동을 주는 영화들도 많거든요. 이것은 항공사의 영화 선택의 문제이지 한국영화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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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2:13:32
0 1
임철순 (121.XXX.XXX.123)
그래서 어떤 사람이 영화를 골라 올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추가 취재는 못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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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4:24:22
0 0
한 팡세 (118.XXX.XXX.250)
잘 읽었습니다. 영화는 동 시대의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상을 받은 감독들이 다수 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영화를 위한 영화가 아니고, 관객을 위한 영화이다 보니 폭력 영화가 판 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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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1:44:47
1 0
임철순 (121.XXX.XXX.123)
그런 점은 맞지만, 영화를 잘못 골라 올려놓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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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4:23:21
0 0
채길순 (220.XXX.XXX.137)
먼 곳에 다녀오셨군요. 피는 눈에 보이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욕은 아마 번역하지 않아서 외국인들이 모르기를 바랄 뿐,,, 여행 얘기가 더 흥미가 있었을 텐데... 잘 봤습니다. 채길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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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0:28:18
1 0
임철순 (121.XXX.XXX.123)
제대로 쓸 게 있으면 왜 이런 이야기를 했것습니까? 저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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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4:22:4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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