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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病死 <3부>
오마리 2007년 12월 08일 (토) 08:36:09

   
 

여름 내내 밝게 웃던 그가 초겨울에 떠났습니다.

하얀 눈이 흩날리는 날, 오십년 무대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젊다고 해야 할 나이에, 의사의 오판으로 빠르게 떠나 버린 그 앞에서 고작 할 수 있었던 것은 잠시의 오열이었습니다. 내년 봄이 오면 머언 북쪽 휴론 호수가로 낚시를 데리고 가겠노라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참석치 않으려 합니다. 이곳은 장례식에서 망인의 메이컵한 얼굴을 모두에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내 장례식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길 것이며 또한 누구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뜻밖의 연유로 일찍 떠난 얼굴들이 세월이 흘러도 선명하게 때때로 떠오르고, 어려서부터 보아온 가족 친구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준 최초의 공포는 아버지의 입관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린 저에게 보여진 떠나신 아버지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아주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누구에게나 존경과 사랑을 받던 아름다운 친구 지인들이 믿을 수 없는 사고로 작별인사 없이 떠나버릴 때의 허무함과 두려움은 쉽게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극에 달했던 죽음의 공포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을 사고로 잃었을 때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눈물로 흘려 보냈습니다만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딸을 잃고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현장의 기억은 정신을 피폐시켰고 다시는 그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자라면서 죽은 귀신의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특히 기억 나는 것으로 장화홍련 같은 슬프고 무서운 얘기들입니다. 여름이면 방송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꼭 한 많은 귀신 공동묘지의 으시시한 얘기들입니다. 또한 죄 지으면 죽어 지옥 간다는 말도 자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된 탓인지 우리는 서양민족이나 일본인들에 비하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유난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들은 죽음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더욱이 미화까지 합니다. 서양인들은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He(or she) is at peace” 라고 받아들입니다.

병을 앓던 중반기까지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처절한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죽음 그 너머의 세계를 모르기에 공포가 크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사랑하는 이 아무도 없는 모르는 세계로 홀로 떠난다는 것, 모든 이에게서 잊혀져 간다는 것, 그것이 엄청난 두려움의 원인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두려움의 원인과 결별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합니다. 물리적 시도 정신적 시도 명상류의 책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방랑자처럼 어디론가 떠나거나, 이 나무 저 나무 숲속으로 헤매기도 하고 하늘 구름 보며 정처 없이 걸으며 나를 버리는 과정을 연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연에 침몰하면서 물과 흙의 얘기 나무의 삶을 공부하게 된 것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죽어 그 삶을 마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숲으로 되돌린다 합니다. 수많은 생물들이 쓸 수 있는 자원이 조건이 되어 썩어진 몸조차 양분이 되어 새로운 숲의 형성에 기여합니다. 한 그루의 나무도 그럴진대 나는 무엇을 어디로 되돌릴 수 있는가.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멸이 있어야 생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탄생에 터전을 남겨 줄 수 있습니다. 다음 살아갈 자들을 위한 나의 죽음은 자연의 이치이니, 잊혀진다 해도 무서울 것이 없어졌습니다. 애써 죽음을 외면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가까이 느낌으로써 자연스레 수용되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내 발로 설 수 있는 내 육신과 영혼의 존엄성을 가지고 떠날 수만 있다면 그 이상 아름다운 이별은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 (Christina Rossetti 1830~1894)는 그녀의 시에서 ‘Sing no sad song for me;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Nor shady cypress tree; Be the green grass above me With showers and dewdrops wet; 사랑하는 이여 내 가 죽거든 슬픈 노래도 부르지 말고 장미꽃도 심지 말고 사이프러스 그늘도 드리우지 말며 오직 비와 이슬에 젖은 풀잎만 있게 해주오’ 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And if thou wilt, remember, And if thou wilt, forget. 당신이 기억을 하든지, 아니면 잊어주든지......


거창하고 호화로운 망인을 위한 무덤보다 한 줌의 재가 되어 평화로운 언덕 위, 한 그루의 나무 밑거름이 되어주든 호숫가 작은 웅덩이, 피어나는 연꽃들의 양식이 되든 그 또한 행복일 것입니다.

*이 글에 실린 사진들은 현재에서 과거로의 역행을 풍경을 통해 묘사하고자 한 것입니다. 캐나다 오로라에서 촬영했습니다.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 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 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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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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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99.XXX.XXX.82)
캐나다와서 우리와 참으로 많이 틀린것 중의 하나...마을 가운데, 바로 집 옆,교회나 성당옆 마당,그리고 빼곡하게 자리잡은 비석들,그리고 비석들,그 앞에 놓인 꽂들...우리나라 공동묘지와 너무많이 틀린,우리나라 묘지는 사람없는곳 한적하고 외진곳,물론 풍수지리와 연결되었겠지만,,, 그만큼 죽음을 멀리하고 두려워 하는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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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16: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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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99.XXX.XXX.82)
어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이 세상에 생겨난 무었이든간에 한번은 꼭 가야할 길이죠.하지만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없겠지요.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저도 그렇게 생각 합니다.조금 덜 무섭게, 두렵게,,,,죽음을 맞으려고 ...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나봅니다....오로라 참 좋은곶이군요.사진 아름답고 평화로워요. 고맙습니다.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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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16: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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