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행

	▲ 물고기의 눈

복합니다. 동물들도 그 세상을 인간처럼 볼 수 있을까? 늘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단세포 생물인 유글레나도 눈은 있습니다. 유글레나가 안점으로 본 세상은 가장 단순합니다. 그의 세상은 빛과 어둠이 전부입니다. 이 단세포생물보다 한 단계 발달된 눈을 가진 동물은 바로 불가사리입니다. 불가사리의 몸 표면에는 눈에 해당되는 광세포가 산재합니다. 불가사리는 주변의 세상을 밝음과 어두움만으로 식별합니다. 해파리의 눈은 촉수의 끝, 편평하다 해서 평안(平眼)이라고 부르는 것을 가지고 주변의 세상을 흑백으로 볼 수 있지만, 물체의 형태는 구별하지 못합니다.

이런 원시적인 눈으로 물체를 분간 하지 못해 평안 가운데 움푹 파인 모양으로 거듭난 것이 바로 공안(孔眼)

	▲ 뱀의 눈으로 본 오리

입니다. 공안의 장점은 빛을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빛이 더 이상 모든 시각세포에 똑같이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적이 어디서 오는지 훨씬 더 방향을 잘 감지할 수가 있습니다. 달팽이는 수백만년 이 공안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만일 이 공안 가운데의 홈이 더욱 깊어져 입구가 좁아지기 시작하면 구멍눈이 생겨납니다. 이 눈은 우리가 과학시간에 만들어 본 적이 있던 어둠상자와 같은 원리입니다. 작은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면 상은 거꾸로 맺어집니다. 이곳에 맺어진 상은 약간 어둡긴 해도 비교적 선명합니다. 두족류(頭足類)의 일종인 앵무조개(오징어처럼 생기고 달팽이처럼 껍질 안에 들어 있는 동물)는 이 구멍눈을 사용합니다. 앵무조개는 5억년이라는 긴 세월 거의 변화시키지 않고 이 눈을 사용해 왔습니다.

	▲ 달팽이의 눈

앵무조개와 친척인 오징어 는 구멍눈으로 더 이상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피부조직이 입구의 구멍 위를 덮게 된 것입니다. 원래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있었던 것이 부가적인 기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투명한 이 피부조직은 빛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렌즈(수정체) 역할을 했습니다. 눈은 이렇게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오징어가 보는 상은 예리할 뿐만 아니라 앵무조개보다 훨씬 밝습니다. 오징어의 눈의 창은 색깔이 있고 선명해진 세상입니다.

광감각세포가 수정체 눈으로 이어지는 진화는 물론 곤충이나 가재와 같은 갑각류(甲殼類)에서 극적인 발달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곤충의 눈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홑눈들이 모여서 겹눈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곤충들이 본 상의 선명도는 이 홑눈의 수에 비례합니다. 부엌을 날고

	▲ 잠자리의 눈

있는 파리는 4,000개의 홑눈을 갖고 있지만 연못 위를 날면서 텃세를 부리는 잠자리는 3만개의 홑눈으로 이루어진 겹눈을 갖고 있습니다. 겹눈의 세상은 모자이크 상입니다. 파리가 본 상은 가끔 우리가 TV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보는 것처럼 아주 거칠지만, 잠자리가 본 상은 이보다 훨씬 선명합니다.

이 겹눈은 시간적으로 해상도가 아주 다릅니다. 사람은 초당 25개의 장면을 소화할 수 있는 반면 파리는 250개의 장면을 소화합니다. 우리가 보는 영화를 파리가 봤다면 움직이는 영상이 아니라 정지된 상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자외선을 볼 수 없지만 곤충들은 자외선을 봅니다. 흰 꽃의 데이지가 꿀벌의 눈에는 파

	▲ 곤충이 본 데이지 꽃

란 색으로 보이며, 꽃잎의 안쪽으로 갈수록 자외선은 더 강렬해집니다. 바로 꿀벌은 그곳으로 유인되어 꿀을 모읍니다.

물고기는 색을 구별할 줄 압니다. 시세포에 색을 구별하는 추상체(錐狀體)가 있기 때문 입니다. 물고기가 눈의 창으로 본 세상은 그리 먼 거리가 아닙니다. 불과 1m 이내에 있는 사물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물고기의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는 구슬처럼 둥급니다. 그래서 거의 360도의 사물이 눈에 들어오는 것입

	▲ 오징어의 눈

니다. 그러나 원거리에 있는 사물의 초점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이 구슬눈은 사람 눈의 수정체처럼 가늘고 굵게 할 수 없고 다만 수정체에 붙은 근육을 수축 또는 이완시켜 전후로 움직여 초점을 맞출 뿐입니다. 그러니 그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거리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구리도 수정체의 굵기를 조절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먼 거리는 어렵습니다. 다만 근접거리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상을 볼 수 있습니다. 파리가 천천히 움직인다면 개구리는 전혀 보지 못합니다. 뱀도 시력이 나쁩니다. 구슬처럼 생긴 수정체를 전후로만 움직일 수밖에 없어 눈 밑의 적외선 감지기가 뱀눈의 도우미가 됩니다. 그래서 많은 뱀들은 먹이동물에서 발사되는 적외선을 감지합니다.

새와 포유류는 수정체의 굵기가 자유롭게 조절됩니다. 그래서 먼 거리의 물체를 볼 수 있습니다. 참매나 독수리와 같은 맹금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거리보다 3배 멀리 봅니다. 조류의 눈은 한번 흘깃 보고도 전체의 풍경을 잡는 데서 사람의 눈과 시야가 다릅니다. 사람은 풍경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없고 대상의 한 지점에 눈을 고정시켜 초점을 맞추어 봅니다. 그러나 하늘 높이 날아오른 참매는 나뭇가지와 풀숲 사이로 움직이는 쥐의 모습을 뚜렷하게 순간포착합니다. 사람은 누군가 공중에서 쥐를 찾아 그 위치를 알려주고 그것에 초점을 맞췄을 때 비로소 쥐를 볼 수 있습니다. 물체의 상을 맺게 하는 황반(黃斑)이 사람은 망막 위 한 군데이지만 참매는 황반이 또 하나 있어 이것이 가능합니다.

조류의 색 구별 능력은 사람 못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는 녹색을 옅은 노란색으로, 빨강색을 짙은 노란색으로 인식합니다. 황소는 투우사의 붉은 망토를 빨강으로 보지 못합니다. 고양이

	▲ 고양이의 눈

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도록 망막세포에 추상체보다 빛의 밝기에 민감한 간상체(幹狀體)가 훨씬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5배 빛을 더 많이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빛이 많은 낮에는 동공을 길게 닫아 둡니다. 이 망막세포층 뒤에 있는 반사판은 희미한 빛을 반사시켜 망막세포를 한 번 더 자극합니다. 밤에 고양이의 눈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이 반사판에서 반사된 빛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과 동물들의 눈의 창을 통해 본 세상은 참 다릅니다. 내가 젊어서 본 세상, 그리고 나이 들어 눈이 자꾸 침침해지면서 본 세상 그것도 참 다릅니다. 다만 그 상을 대뇌에 기억해 놓은 덕분에 눈이 나빠져서 볼 수 없어도 인간은 그 기억을 더듬음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며 살고 싶어 하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