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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과 공공의 적
한만수 2017년 04월 26일 (수) 00:44:02

우리나라의 출판시장 규모는 금액을 기준해서 1위 미국, 2위 일본, 7위 이탈리아에 이어서 세계 8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판시장 규모는 경제나, 인구 면으로 볼 때 세계 8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다릅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 2015년 협회를 통해 납본된 도서를 중심으로 발행 종수와 부수를 집계한 결과. 신간의 종수와 부수는 각각 45,213종, 85,018,354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수치는 2014년의 94,165,930부보다 9.7% 감소한 결과입니다. 2014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예술(24.5%)이며, 역사(8.3%), 철학(7.6%), 총류(6.4%), 어학(3.1%), 문학(2.9%), 순수과학(0.3%) 순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비해 아동(35.7%), 종교(14.6%), 기술과학(3.8%), 만화(2.0%), 학습참고서(1.1%) 분야의 발행 부수는 감소했습니다.

그래도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아동으로 16,837,125부가 발행되어 전체 발행 부수의 19.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학습참고서(19.4%), 문학(18.4%), 사회과학(11.2%) 순입니다.

학습참고서가 문학류보다 많이 발행한다는 점은 국민의 독서량과 연결이 됩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의하면 19세 이상 연간 평균 독서량은 2016년기준  8.6권으로, 2015년의 8.7권보다 약 0.1권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것은 식품의약처가 조사한 국내 주류 산업 규모에서 보면 지난해 성인의 술 소비량은 연간 맥주 117병, 소주 86병, 탁주 13병이라는 점입니다. 1.6일, 즉 3일마다 맥주든, 소주나 탁주든 2병씩은 마신다는 결론입니다.

미국 대학입학 시험에는 ‘에세이’가 포함이 됩니다. 에세이를 쓰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논술’을 평가합니다.

‘에세이’(essay)의 뜻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듣고 본 것, 체험한 것, 느낀 것 따위를 생각나는 대로 쓰는 산문 형식의 글입니다.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자유분방한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 독서 외에 스포츠라든지, 예술, 사회 활동 등 많은 체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논술’(論述)은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서술하는 글입니다. 논술을 잘 쓰려면 많은 독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에세이와 같습니다. 하지만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내세워야 하므로 논리적인 사고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논리적인 사고는 에세이처럼 체험과 경험에서 비롯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1953년 옛 서독의 제약사가 그뤼넨탈이 개발한 ‘탈리도마이드’라는 약품은 임산부의 입덧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약으로 1957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 의학계에서 이 약품이 팔·다리 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고, 기형아 출산과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탈리도마이드는 모두 회수됐지만, 유럽에서만 무려 12,000명의 기형아가 태어났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프랜시스 올덤 켈시 박사는 196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입사했습니다. 이미 유럽에서 널리 판매되는 약이었지만, 약품의 독성과 효과 등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며, 그는 탈리도마이드를 이용해 만든 수면제 케바돈의 독성과 효과 등에 대한 연구가미흡하다며  추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제약사가 로비를 거듭하며 압박했지만, 켈시 박사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케바돈의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수많은 미국인이 비극을 피해서, 같은 기간 미국은 기형아가 17명밖에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장덕’이라는 한국의 여성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에서 유아청소년용 시설을 관리하는 담당 계장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1997년 9월, 그녀에게 관내에 있는 씨랜드라는 업체가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 허가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녀는 다중 이용 시설 중에 청소년 대상으로 운영이 되는 씨랜드의 시설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씨랜드측은 상사를 비롯하여, 심지어 폭력까지 동원해서 압력을 가했지만 이장덕 씨는 소신을 굳히지 않고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화성군은 1998년 그녀를 민원계로 전보 발령했습니다. 씨랜드 민원은 후임자 선에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지만, 1년도 채 못 되어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화재로 18명의 유치원생들을 비롯한 23명이 숨졌습니다.

이후 검찰의 조사로 씨랜드 허가와 관련된 많은 공무원들이 문책을 받거나 구속이 됐습니다. 미국의 켈시 박사는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지만, 23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이장덕 씨는 공공의 적이 되어서 지금은 소식을 모른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독서가 사회에 주는 여파와, 어떠한 것을 얻기 위하여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고등학생 시절은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책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대학생이 되어도 책을 멀리하고, 사회에 진출을 하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습니다.

현실은 이상과 멀기만 합니다. 고등학생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소설책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걸리면 “너 대학 포기할 셈이냐” 는 말에 읽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이 볼 때  소설책 읽는 학생을 현실과 동떨어진 돌연변이로밖에 보지 않습니다. 같은 반 학생들도 입시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읽는 친구를 정상으로 보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이장덕 씨 같은 불행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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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59.XXX.XXX.77)
잘읽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단기에 자본주의에 길들여지는 바람에 정신적 가치가 생성되지 않고, 무엇이 중요한것인지도 생각하지 못하게 변질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앞으로 살아 갈길을
새로운 세대에게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인문학적인 접근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안타깝고 슬픈 대한민국, 암담하고 볼품없이 사그러 질까 우려됩니다.
세상의 중요한 가치를 확립시키는 일을 시민단체가 나서고 국가가 보존하여야 합니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지도자상이 정말 그리운 쓸쓸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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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6 23: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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