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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오늘 영릉(英陵)에 가야 합니다
정숭호 2017년 05월 15일 (월) 00:17:39

오늘, 5월 15일은 세종대왕 탄생 620주년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날을 대왕의 탄생일로도 기념하지만 ‘스승의 날’로도 정해 대왕을 ‘민족의 스승’으로 기리고 있습니다.

나는 새 대통령이 오늘 경기 여주군에 있는 세종대왕의 묘소, 영릉(英陵)을 방문할지 안 할지 몹시 궁금합니다. 아니, 꼭 그곳을 찾아 참배하고, “대왕만큼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대왕께서 가르쳐 주신 지도자의 도리를 이 땅에 다시 실천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지며 맹세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하고 있으며, 그의 리더십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던 만큼 대통령이 된 이상 임기 중 적어도 한 번은 대왕의 묘소를 찾는 게 옳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취임 엿새째인 오늘, 대왕의 탄생일이 가장 적기일 겁니다.

그가 대왕을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꼽았다는 기억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아직 생생히 남아 있을 때 그 존경을 몸과 마음으로 표현한다면, 설령 그것이 국립묘지의 전 대통령들 묘소에서의 분향, 광주 5·18묘소에서의 묵념, 청계천 전태일 동상 앞에서의 헌화처럼 무슨 때만 되면 볼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나 눈길을 끌기 위한 퍼포먼스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대왕을 닮겠다’는 그 의지와 각오에 박수를 보내고 감동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스승이 없다’거나 ‘스승을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우리에게도 따를 만한 스승이 있음’을 알리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대왕의 묘소를 찾아 눈을 감고 추모할 때 대왕의 혼백(魂魄)과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눈다면 앞으로 5년,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영감(靈感)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대왕도 자신을 가장 존경한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기꺼이 그의 마음에 나타나 안팎으로 일찍이 없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슬기롭게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과 방책(方策)을 아끼지 않고 알려주실 겁니다.

아마 대왕은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대통령을 퍽 마음에 들어 할 겁니다. 그는 대왕을 존경하는 이유로 “대왕은 국민과 소통하려 했던 지도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선후보 토론회와 인터뷰에서 그는 “대왕은 국민에게 유익한 조세제도를 만들면서도 어떻게 하라고 지시만 한 게 아니라, 5개월 동안 무려 17만 명의 국민에게서 의견을 들었다”고 구체적 사례를 들고는 “그렇게 국민과 소통하고 눈을 맞추고 그 속에서 국민의 아픔을 껴안고 눈물을 닦아주는 이런 정치, 제가 꼭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대왕께서도 자신을 본받아 국민들과 깊고 따뜻이 소통하겠다는 그를 사랑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만일에 그가 대왕의 혼백을 만나 “소통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고 묻는다면 대왕은 아마 이렇게 답할 듯합니다. “소통 좋고, 경청 좋지만 그 못지않게 소신도 중요하네”라고 강조할 것 같습니다. 여론이 항상 옳은 건 아님을 염두에 두라는 뜻이겠지요.

대왕은 또 “소통은 포용일세”라며 자신이 왕이 되는 걸 반대했던 사람들을 끌어안은 이야기를 해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황희 정승을 발탁했던 이야기 같은 것이지요. 황 정승은 태종 시절에 대사헌, 이조판서를 지냈지만 태종이 양녕대군을 세자에서 폐하고 충녕대군(세종)을 세자로 책봉하자 “나라의 근본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며 반대하다 4년간 유배된 사람입니다. 하지만 대왕은 왕이 된 후 측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유배에서 풀어주고, 요직에 임명했습니다. 이후 황 정승이 비범한 능력을 발휘해 명재상이라는 이름을 남기게 된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니 대통령은 이번 대왕 탄생일만큼은 대왕의 묘소를 찾아가야 합니다. 너무 바빠서 대왕을 방문하는 걸 본인은 미처 생각해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참모 중 적어도 한 명쯤은 그 준비를 했을 거라 믿습니다. ‘준비된 대통령’이 준비해야 할 건 조각(組閣) 같은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온 사람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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