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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실제로 처벌되는가
허영섭 2017년 06월 14일 (수) 00:01:14

요즘 진행되고 있는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궁금해지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후보자들의 법률위반 사실이 양파껍질처럼 자꾸 드러나는 상황에서 과연 뒤늦게라도 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누구라도 법을 위반하는 경우 법에 규정된 처벌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법의 정신’이고, 그렇게 돼야만 공정·평등한 사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후보자들의 법률위반 사실을 장관직 수행 능력과 결부지어서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법률을 어겼다고 해서 후보자의 뛰어난 경륜과 능력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위반 정도가 도덕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때의 얘기겠지요. 누구라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겠으나 객관적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느냐가 그 기준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위법은 위법입니다.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청문회를 계기로 비로소 위법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후보자들에 대해 그러한 처벌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5대 인사원칙’ 기준을 내놓고 있습니다. 위장전입과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의 전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역대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온갖 너저분한 문제로 낙마했던 점에 비춰 미리 인사원칙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후보자들이 오래 지난 미납 세금을 찾아내서까지 납부하는 것이 그런 때문입니다. 뒤늦게 낸다고 해서 면책 사유가 되는지는 몰라도 끝까지 버티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부동산 거래 세금이나 자녀들 증여세가 마찬가지입니다. 논문 표절에 있어서도 표절 정도에 따라서는 아예 학위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위장전입도 당연히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 위장전입을 단속하는 주민등록법 제37조의 벌칙 규정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 조항이 벌칙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지난해 12월 2일 개정됐고, 6개월이 경과한 이달 3일부터 새로 시행에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종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 것입니다.

벌칙을 강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벌금액을 징역 1년당 1천만 원의 비율로 개정함으로써 벌금형을 현실화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벌칙이 강화된 이유에 대해 법제처가 밝히고 있는 내용입니다.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기준에 따라 1년을 1천만 원으로 맞췄다는 것입니다. 벌칙이 강화된 만큼 관련 당국의 단속 의지가 강화됐는지, 그래서 그에 따른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요.

더구나 이 주민등록법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이라면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여당이었을 때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서로 위장전입으로 인한 폐해를 느끼고 있었고, 그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이뤄졌던 결과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의지가 무색하게도 의원들 스스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이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입니다.

위정전입을 처벌토록 하는 이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지금 시대에 맞지도 않고, 단속의 실효성도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위장전입자들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이 단속규정을 없앤다면 우리 사회에 더욱 커다란 혼란이 초래될 것입니다.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지지 후보를 따라 우르르 쫓아다니는가 하면 중·고교 학군 추첨을 앞두고도 학부모들이 주소를 옮겨다니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자도 속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거주자이면서도 다른 곳에서 넘어들어온 철새 위장전입자에게 아파트 당첨권을 놓치거나 신입생 정원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이런 폐해를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위장전입은 제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지도층의 경우에는 도덕적인 책임까지 더욱 철저하게 물어야 합니다. 법을 어긴 사람에게 부처 정책을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만약 단속 처분에 대해 불복할 만한 사유가 있다면 본인이 법원에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혐의를 벗으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런 아량까지 저버릴 만큼 매몰차고 획일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인사 5원칙’은 높이 칭송할 만합니다. 지도층부터 준법정신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과거의 인사 적폐를 청산하는 방법입니다. 그러한 기준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그렇게 인물이 없는 것일까요.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보다 자기 편할 대로 살아 온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새 정부의 내각이 ‘위장전입자 내각’이라는 소리만큼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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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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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 (112.XXX.XXX.107)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현실 따로 법 따로"는 근원적으로는 일제 식민기를 거친 우리 모두의 몸 속에 남아있는 DNA 때문이 아닐까~ 저도 늘 스스로에게 반문하곤 합니다.

학군제, 선거구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관련한 모든 법규들 포함에서 제도를 만들 때 비협조자 식별 및 단속이 가능한가를 우선 성실히 검토하는 사법 및 행정부의 철저한 반성도 촉구하고 싶습니다.
제주도에서 김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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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5 10: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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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211.XXX.XXX.5)
김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내일신문에 글을 쓰실 때부터 애독자였습니다. 내일신문 필진 야유회 때도 한 번인가 뵈었던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제 글에 대해서까지 코멘트를 해 주시니 너무 영광입니다.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7-06-15 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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