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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자도 괴로워요
임철순 2017년 06월 15일 (목) 00:01:10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언급했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정말 정말 심각합니다. 고용절벽, 취업절벽 앞에서 좌절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고 아립니다. 내가 젊었을 때는 직장을 골라서 들어갔는데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나 싶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를 N포세대라고 합니다. N은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뜻입니다. 3포(연애, 결혼, 출산)세대, 5포(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세대, 7포(5포세대+꿈, 희망)세대로 포기하는 게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 숫자로 특정하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이 ‘N포’의 시작이 바로 취업입니다. 취업이 되지 않으면 연애와 결혼, 주택 구입 등을 할 수 없습니다. 학업과 병역의무를 마치고 이제 사회활동을 하려 해도 불가능하니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좌절과 절망이 커질 수밖에 없지요.

구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2030세대도 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취업 때문인 건 아니겠지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20대는 2013년 4만7712명에서 2014년 4만7806명, 2015년 5만2121명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자료에 따르면 18∼29세 남성의 ‘주요 우울장애’ 1년 유병률(1년간 해당 질병을 경험한 비율)은 2011년 2.4%에서 2016년 3.1%로 높아졌습니다.

나는 이런 취업절벽과 정신건강 문제의 해결책을 논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취업 희망자들에게 전형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가지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려주고자 합니다. 필기시험이나 작문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기소개서(자소서) 작성과 면접에 관해서는 이야기해 줄 게 있습니다.

우선 자소서를 너무 길고 장황하게 쓰지 마십시오. 자소서에는 성장과정, 자신의 장·단점,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등을 기술하게 돼 있는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인 것처럼 과장하고 부풀리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습니다. 지금 취업세대는 이미 대학 진학 때부터 자소서를 써봤으니 익숙한 일이겠지만, 자소서가 ‘자소설’이 되면 안 됩니다.

수없이 자소서를 써서 내고 수없이 떨어져본 사람들은 자신이 낸 자소설의 내용을 스스로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지만, 면접인들의 눈을 다 속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일단 자소서가 길거나 글에 따옴표 느낌표가 많으면 읽기가 싫고 믿지 않게 됩니다. 채용 전형이란 다른 모든 심사와 마찬가지로 흠과 티를 잡아내 떨어뜨릴 사람부터 고르는 게 사실입니다. 지원자가 많을수록 더 그렇게 하게 됩니다. 그러니 흠을 잡히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면접은 더 중요합니다. 모든 전형의 마지막 단계이니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요즘은 어디에서 그렇게 다들 훈련과 교육을 받고 오는지 지원자들의 복장과 몸짓이 거의 같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검은 정장에 받쳐 입은 흰 블라우스의 모양까지 다 같고, 웃는 표정이나 머리 모양도 별로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이런 걸 '면접패션'이라고 하나 봅니다.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 뒤 나는 두 번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 필기시험 성적도 괜찮고 용모에도 흠이 없었던 한 여학생은 자신이 면접까지는 늘 올라가는데 최종 단계에서 자꾸만 떨어지는 이유가 뭔지,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간곡한 질문에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는데 뭘 어떻게 하라고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한 번은 남학생의 비슷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경우는 필기시험(상식 작문) 점수가 낮으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해줄 수 있었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가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기고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욱이 요즘은 ‘여기에서 떨어져도 갈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 안심하고 탈락시키기도 어렵습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안간힘을 쓰는 젊은이들을 보면 다 내 아들, 내 딸같이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면접자도 괴롭습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많이 해소된다고 해서 사람을 고르고 평가하는 일의 고충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미안감은 덜할 것 같습니다. 나라와 온 사회가 청년실업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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