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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같은 자식들
임철순 2007년 12월 24일 (월) 00:57:16

오늘은 즐겁고 성스러운 성탄절 이브입니다. 하지만 요즘이 입시철이기도 하니 성탄절 이브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몇 달 전입니다. 스물 두 살인 아들과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대여섯 살 된 여자아이 세 명이 따라 들어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내 아들을 가리키며 “아저씨, 이 사람이 아저씨 자식이에요?”하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막 웃으며 “그래, 내 자식이야”하고 대답했지만 황당하기는 아들녀석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식이라고? 어린 게 영악하고 당돌하기도 하지! 자식이라는 말이 재미있어서 그때부터 아들을 부를 때 걸핏하면 “야, 자식아!”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자식이 뭔가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됐습니다.

어떤 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격과 명예를 걸고, 우리 집은 결코 아닙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공부는 않고 만날 게임이나 하고 TV를 끼고 사는 꼴을 보다 못해 아버지가 한 마디 했습니다. 평소 잔소리를 해 본 적이 없는데, 엄마 말에는 코방귀도 뀌지 않아 아내도 편들어 줄 겸 모처럼 한번 나섰답니다. “야, 임마. 그렇게 놀지만 말고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그러자 아들놈이 “아버지는…, 그러잖아도 살기 싫어 죽겠는데, 이 씨” 그러더니 문을 쾅 닫고 지 방으로 들어가더래요.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지만 진짜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까 봐 더 이상 말을 못했답니다.

그 뒤 어느 날 저녁, 소파에 길게 퍼진 아들놈은 아버지가 들어왔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채 인사를 하더니 과자만 먹었습니다. 화가 났지만 좀 장난조로 “어휴, 이걸 그냥 확…주먹이 운다, 주먹이 울어” 그랬답니다. 그러자 그 녀석이 일어나 앉아 벽을 쾅쾅 치면서 “아버지 주먹만 울어? 내 주먹도 울어요” 그러더래요.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그는 아내가 말리거나 말거나 올려컷 내려컷 정신없이 주어 팼답니다.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린 아들놈이 울면서 한 말-. “쥑여라, 쥑여. 니 아들 죽지 뭐, 내 아들 죽냐?”

거짓말이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랬겠느냐고요? 맞습니다. 마지막에 아들이 한 말은 내가 지어낸 것입니다. 그러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많은 부모가 이렇게 자식들과 씨름하고 싸우고, 웬수 같은 자식들 때문에 속을 썩거나 애를 태우며 살고 있습니다.

인류역사 이래 洋(양)의 東西(동서)와 時(시)의 古今(고금)을 통하여 부모에게 자식이 웬수같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공부와 진학, 취직, 결혼 등 삶의 각 단계에서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어떻게 잘 정립해야 하는지 참 어렵습니다.

자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모는 자식들에게 섭섭한 일이 많습니다. 두 아들이 아직 10대인 A는 아버지를 보면 인사나 겨우 하고 방에 콕 처박히는 놈들 때문에 속이 터지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무슨 원수처럼 형제가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삽니다.

B의 하나뿐인 아들은 재수 끝에 모 대학 영화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2학년을 마칠 무렵, 적성에 맞지 않고 장래도 불안하다며 공부를 다시 해 법대에 가겠다고 해 집안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러면 남들보다 5년 이상 늦게 되는 셈인데, 속마음이야 안 그렇겠지만 겉으로는 별로 죄송해 하는 기색이 없더랍니다.

딸만 셋인 C는 어느 날 ‘독립선언’을 했다가 20대인 딸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찍혔습니다. “내 방은 왜 없냐, 나도 방이 있어야겠다 그랬더니, 아, 이 XX 년들(그는 재미있게 욕이 입에 밴 사람입니다)이 아버지가 왜 방이 필요하냐는 표정이잖아?” 그러면서 분개하더군요. 그 XX 년들 중에서 맏이는 서른이 다 됐는데 시집은 개념도 없습니다. 서른은 요즘 노처녀에 끼지도 못하지만 아버지가 현직에 있을 때, 사회적으로 활동을 할 때 시집을 가 주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아들과 아내를 미국에 보낸 D는 고독과 슬픔 속에 혼자 살아왔습니다. 항상 웃는 성격이어서 아무도 그의 마음을 몰랐지만, 아들은 이미 아버지를 돈이나 보내 주는 아저씨 쯤으로 알게 됐고 아내에게도 남자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2년 전 추운 겨울 밤, D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다가 빌라 계단에서 굴러 머리를 크게 다쳤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그 놈의 인생이 대체 뭡니까?

딸을 아내와 함께 호주로 유학 보낸 E도 저녁이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지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대학 선배와 술을 마시며 우울증을 호소하다가 거꾸로 그의 신세한탄을 들어주어야 했답니다. 그 선배의 아들은 대학에 못 들어가 빌빌거리다 싱가포르로 어학연수를 갔습니다. 그런데 1년 쯤 지난 뒤, 자기를 잘 돌봐 주는 사람이라며 싱가포르 여자를 데리고 와 결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애가 둘이나 딸린 여자를! 이거, 정말 환장 된장 할 일 아닙니까?

F의 집안에서는 해외유학을 갔던 아들이 태국아가씨를 끌고 왔습니다. F의 아내는 결혼식이 열리는 동안 부모석에 앉아서 계속 우느라고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합니다(내가 어떻게 기른 아들인데!!).

공부 때문에 속 썩이다가 대학 들여보내 한 시름 놓았나 싶으면 바로 취직 군대 문제가 나오고, 이어 결혼 때문에 부모는 계속 속을 썩습니다. 아이들은 많이도 달라져 있습니다. 장래의 보람과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여기의 어려움을 참고 이기는, 이른바 ‘만족 지연의 훈련’이 안 돼 있고 마음도 약한 요즘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도와 주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유명방송인 G가 병으로 숨져 장례를 치를 때입니다. 중 2학년인 그의 딸이 친구가 보낸 휴대폰 메시지를 엄마에게 보여 주며 “아빠가 검색어 1위에 올랐어”라고 자랑하듯 알려 주더랍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기로서니…G의 아내는 너무도 기가 막혔고, 남편 없이 딸을 기를 걱정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H는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왈왈왈왈, 잔소리를 뱉어내고는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덩치가 산 만한 아들이 눈을 불량하게 뜨면 얻어 터질까 봐 자기도 모르게 겁이 난다니 웃지도 못할 일 아닙니까?

부모들의 이야기는 늘어 놓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부모노릇 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잘 생기고 공부 잘 하고 예의 바르고 성격 좋고 속 안 썩이고 뭐든지 알아서 척척 해 내고, 그러다가 때 되면 연애까지 잘 걸어서 좋은 배필 스스로 골라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똑똑한 자식! 자식들이 다 이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무슨 고전소설에 나오는 수재처럼, 과거 급제하여 立身揚名 以顯父母(입신양명 이현부모) 하는 자식…. 아휴, 꿈 깨세요. 그리고 각자 열심히 살아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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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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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열 (211.XXX.XXX.129)
자식 때문에 속상할 때마다 "나도 내 부모에게 그랬으니까 그대로 받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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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0 11: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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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을 두고 (124.XXX.XXX.15)
자식 농사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땅고르기, 밑거름이나 수로는 제대로 만들지는 않고, 너도나도 더 빨리 토실토실하게 자라게 한다면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검증되지 않은 화학비료를 써서 조장시켜 돌연변이를 만들어 키워 놓고...벼탓만 하고 있는 꼴이 아니요.
우선 팔자 탓 하기전에 자기 반성부터들 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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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7 11: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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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124.XXX.XXX.15)
공부한다고 과일깎아 바쳐,남편 팽겨치고 온갖 보약 갖다 바쳐, 아주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하지않고 학업만능주위에 빠진사람들이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렇게 나라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임주필 말씀대로 도덕불감증에 빠졌는데, 이런 나라의 도덕성을 바로 세울 사람은 생각은 커녕, "경제대통령""경제만 살려다오"하고 외치며 도덕성에 무수히 의문이 드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은 것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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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7 11: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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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124.XXX.XXX.15)
'공부만 잘해라' '빚을 내서라도 뒷바라지 다해줄테니, 공부만 잘해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사람들은 누굽니까? 학력위조로 신정아등 몇 사람을 잡아서 마녀사냥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부추긴 것은 바로 우리자신들입니다. 학부모들이 인성을 바로잡아주는 선생을 원할까요, 수능쪽집게 선생을 원할 까요? 인성교육은 내 팽겨 치고, 명문대+대기업만을 입에 달고 애들을 몰아온 바로 부모들의 죄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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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7 11: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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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18.XXX.XXX.124)
읽기는 했지만,,,,,,임형!!!!!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픈거요????나도 그 "자식"이 하나 잇는데,언제나 "자식"을 보노라면 내가 못해준 것이 많아서 늘 미안하고,애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더구만,,임형 생각에는 "자식"이 웬수 처럼만 느껴지오????
속 마음은 안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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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6 09: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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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XXX.XXX.129)
한창때 잔뜩 불량스런 눈으로 부모님 속을 썩혔는데 집떠나 서러워보니 그 눈도 든든한 부모가 있어야 나오는 나름의 배짱이었구나 합니다 호호호 지금은 눈물이 가려서 그런 눈빛이 보이지도 않네요!!! 시간의 차이지 웬수같은 자식도 철은 들 던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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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5 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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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순 (59.XXX.XXX.178)
글을 읽으며 생할이 오버랩되어 한편으로 쓴웃음이,또 한편으로 한국 해학의 본질을 건드리는 예리한 아픔이 전 해옵니다. 누구를 탓 해야 합니까? 그리고 거울을 다시 한번 들여 다 봅니다. 그곳에 제가 있더군요 그뒤에 제가 스치며 지나온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들 모두를 거울 속에 집어 넣었습니다. 거울이 터지려 합니다. 오히려 속시원히 터져 버리면 좋으련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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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5 1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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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65.XXX.XXX.251)
제 주위에는 참 착한 아들을 가진 부모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가난하게 사는 집의 아이들이 부모마음을 더 헤아리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가난하여도 그런 자식을 가진 부모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갖고 싶은 걸 쉽게 가진 아이들이 더욱 불만이고 감사를 모르니 점점 자식이 무서워지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아이들만 이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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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4 14: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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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58.XXX.XXX.232)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30이 넘어서도 부모 품에서 당연한 듯 숨어지내는 젊은이들.

임주필님의 글은 읽을때마나 현실과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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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4 1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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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152.XXX.XXX.166)
오늘부터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됩니다.
잘 생기고 공부 잘 하고 예의 바르고 성격 좋고 속 안 썩이고 뭐든지 알아서 척척 해 내고, 그러다가 때 되면 연애까지 잘 걸어서 좋은 배필 스스로 골라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똑똑한 자식은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부모님 속을 덜 썩이는 착한 아들이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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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4 12: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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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큐 (65.XXX.XXX.251)
기가 막힌 일들이 어디 한 두가지 이겠습니까?
모두 다 앓고 있는 병입니다.
공부만 잘 해주어도 고맙습니다라고 자식에게 절 해야만 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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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4 11: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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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 (59.XXX.XXX.60)
임철순주필님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을 정말 적확하게 지적해주십니다. 오늘 아침 칼럼도 마음 아프지만 이견을 달 수 없는 글입니다. 오종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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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4 09: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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