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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의 나체를 허하라!
신아연 2017년 07월 05일 (수) 00:02:44

“구청장님, 우리 애들이 마음껏 뛰어놀 곳을 늘려주세요. 놀이공간이 부족해요.”
“네, 네.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며칠 전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 삼삼오오로 모여 담소를 나누는 ‘아기엄마’들을 보았습니다. 때마침 그 앞을 지나는 구청장을 용케 알아보고 때는 이때라는 듯이 민원을 쏟아 냅니다.

“이유식은 어떻게 해요? 만들어 먹여야 좋은데 저는 그냥 사 먹여요. 애한테 미안하고 죄책감 들죠. 그런데 뭣뭣 넣고 만드는 게 건강에 좋은가요?”

그리고는 곧바로 자기들끼리 진지한 ‘육아 정보’를 교환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엄마들 옆에 아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편이나 친정 엄마가 잠시 돌보고 있는 중일까 싶었는데 세상에, 그 아기란 바로 자신들의 애완견이었던 것입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하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호주에 살 때가 떠올랐습니다. 통조림은 인스턴트 제품이라 ‘성견병’이 염려되어, ‘있는 집’에선 당분과 염분, 포화지방을 줄여 만든 맞춤형 식단으로 기른다고 했습니다. 생일에는 케이크도 맞춰 주고 자기 개의 이름을 새긴 맞춤 과자도 개 전용 제과점에 주문한다네요.

그런가 하면 사회성을 위해 개 놀이방엘 보내는데 만약 너무 사나워 다른 개를 물거나 장난감, 물그릇 등을 독점하려고 할 때, 반대로 수줍음이 지나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도 받아주질 않는답니다. 성격이 까칠하거나 ‘경계선 견격 장애’가 있는 개들은 ‘대안 놀이방’엘 보내거나 도우미를 집으로 불러 홈스쿨링을 시킨다네요. 학교도 다니고 캠프도 가고, 철 따라 모임 따라 가지각색의 옷도 해 입히는데, 평상복, 파티복, 운동복, 잠옷은 기본이고 또래들에게 기 죽거나 개성없이 보일까 봐 다양한 캐릭터 옷으로 포인트를 준답니다.  

이렇게 10년 전, 호주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지금 한국에서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사진을 찍은 듯 재생이 되고 있더란 말이지요.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 그중에서도 특히 개를 가지고 죽자 사자 하는 이유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관계성의 대리 만족을 위해서일 겁니다.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의 관계 단절에 처할수록 허기진 친밀감과 헐거운 유대감을 메워 줄 애착 대상을 찾게 됩니다. 현대는 애완동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제는 아예  반려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애완동물과의 관계 맺기는 진정한 관계가 아닙니다. 진정한 관계란 감정과 생각과 의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변증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지,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통제하고 조종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애정을 쏟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사랑이란 독립된 개체로서 상대의 의지가 발전하기를 소망하는 것이지 내게 복종하도록 하는 게 아닙니다. 애정과 애착, 나아가 집착이 사랑은 아닌 거지요.   

지금 우리가 애완견에 쏟아붓는 에너지는 사랑은 고사하고 학대라고 할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제발 옷은 좀 벗기십시오. 언제 개가 옷 입혀 달라고 했나요? 털은 뭐 폼이랍니까? 개들에게 털은 그저 '개털'이 아니지 않나요. 겨울엔 그렇다 치고 이 더운 여름에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치렁치렁한 드레스에, 등엔 가방까지 얹고 네 발에는 신발이 신겨진 강아지를 볼 때면 애처로움과 함께 주인을 향해 화가 납니다. 발을 싸고 있는 신발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기적어기적거리려니 얼마나 고역일까요.

개 '부모'님들, 작년에 제가 호주엘 가서 보니 이제는 개들이 죄다 벗고 다닙디다. 아마도 옷 입히기 유행은 지난 것 같으니 이 더운 날 우리 '아이들'에게도  제발 나체를 허해 주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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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고문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키우는 사람의 만족이 아니라 개의 건강을 위해 생각하고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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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5 09: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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