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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되돌아본 94년 전의 일본인 만행(蠻行)
황경춘 2017년 09월 06일 (수) 00:01:22

일제강점기의 일본인 잔학성(殘虐性)과 민족차별 정책을 얘기할 때, 1919년의 3·1운동과 더불어 1923년 9월 1일의 ‘간토대진재(關東大震災) 조선인 학살사건(虐殺事件)’이 꼭 화제에 오릅니다. 금년에는 이 ‘조선인 학살사건’이 일본 정계에서 새로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1923년 9월 1일 정오(正午) 2분 전, 일본 수도 도쿄(東京)를 중심으로 간토지방에 최고 진도 8.3으로 추정되는 대지진이 발생하여 1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지진 며칠 전의 내각총리 급서로 정치력 부재까지 겹쳐 도쿄는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이 혼란 속에 급조된 민간 자경단(自警團)원이 일본도(日本刀)와 죽창(竹槍) 등으로 조선인을 잔인하게 학살하여 공포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유언비어의 주된 내용은 조선 독립운동을 꾀하는 조선인들이 이 무정부상태를 이용하여 우물에 독약을 투입했다, 혹은 살인·방화를 감행하여 이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등 허무맹랑한 것이었습니다.

조선인임을 식별하기 위하여, 자경단원들은 신분증 확인은 물론이고 우리 동포가 발음하기 힘든 일본말 단어를 읽게 하는 등의 방법을 썼습니다. 이 진기한 식별방법으로 많은 시골 출신 일본인과 벙어리 등 발음장애를 가진 사람까지도 희생되었습니다. 그들은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경찰소로 피신한 조선인을 탈취하려고 경찰서를 습격하여, 경찰관과 대치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습니다. 조선인과 같이 일자성(一字姓)을 가진 일부 일본인이 희생되는 진풍경도 있었습니다.

혼란이 일단락된 후 조선인 YMCA와 천도교(天道敎)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조선인 학살 희생자는 6천6백여 명으로 밝혀졌으며, 당시 중국 샹하이(上海)에 있던 디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의 조사 결과도 희생자가 약 6천1백명으로 알려졌습니다. 간토지방 거주 조선인 약 1만5천명의 3분의 1이 희생된 것입니다.

일본 경찰당국의 공식 희생자 수는 233명이었습니다. 조선인 외에, 일본인 58명, 중국인 3명이 희생되었다고도 했습니다. 이 밖에 헌병대원이 사살한 사람이 조선인 39명, 일본인 27명 있다고도 했습니다. 조선인 학살 혐의로 당국에 기소된 일본인 수는 362명이며, 이들 중 대부분은 재판에서 집행유예 등 관대한 처분을 받았으며, 일부 실형을 선고받은 범인들도 곧 특사로 풀려 나왔다고 일본 당국은 밝혔습니다.

도쿄를 포함한 일부 지구에 계엄령이 선포되었으나 이는 새 내각이 구성된 뒤 곧 해제되었습니다. 한편 피해자 수에 관한 혼란은 계속되고, 태평양전쟁 중의 미군 공습으로 당시의 자료가 많이 소실되어 일본 정부는 2004년까지도 대지진 피해자 수는 행방불명자까지 합쳐 약 14만이라고 고수해 오다가, 2006년에 이 숫자를 10만5천으로 수정했습니다.

패전 후 일조협회(日朝協會) 등 시민단체가 조선인 희생자의 추도식(追悼式)을 도쿄도 공식 추도식과는 별도로 거행하기 시작하여, 민족차별주의자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등 역대 도지사가 이 별도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냈고, 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지사도 작년 추도식 때에는 추도문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돌연 금년 추도식에는 별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본인 설명으로 공식 추도회에 추도문을 보냈으니 희생자 전체에 대한 추도는 한 셈이라고 해명했으나, 과거 그녀의 정치성향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인 자경단원들의 학살행위를 희석(稀釋)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비난의 소리가 일부 지식인과 시민 사이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추도회를 마련하는 시민단체 실행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간토대진새 조선인 학살사실에서 눈을 돌리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사수정주의, 배타주의에 몸을 담았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이웃 여러 나라나 세계로부터 엄한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민간단체들은 1973년에 ‘도쿄도위렬당(慰靈堂)’이 있는 공원에 별도로 ‘조선인희생자추모비’를 세웠습니다. 이 추모비에는 "그릇된 책동과 유언비어에 의해 6천여 명의 조선인이 귀한 생명을 빼앗겼다”고 쓰여 있습니다.

고이케 도지사의 정치성향은 아베 신조 총리와 같이  보수적으로,  천황제를 신봉하는 우익 단체 일본회의(日本會議)의 중요 멤버이기도 합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많은 여당 의원들도 이 단체 회원입니다. 정치인으로서는 과거에 여섯 번이나 당적을 바꾼 경력 때문에  개인적 정치욕으로 쉽게 정치성향을 희생시킨다는 비난을 받아 왔습니다.

한인 교포에 대한 일본 우익 활동가들의 ‘헤이트 스피치(욕설)’ 데모를 꾸준히 규탄해 온 자유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 浩一) 씨는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거절 기사에 대한 의견으로, “천재(天災)가 아니고, 유언비어에 의하여 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한 것은 (재해에 의한 사망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역대 도지사도 추도문을 보낸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인터넷에도 고이케 도지사 결정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올랐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요즘,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의 안보 협조에 94년 전의 조선인 학살사건이 새롭게 말썽의 씨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30일, 국내 처음으로 이 1923년 대학살사건의 유족회가 진상규명과 보상을 위해 부산에 설립되었다고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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