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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은 굳건한가
허영섭 2017년 11월 07일 (화) 00:02:40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한국에 들어온다. 비록 이틀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미국 대통령으로서도 모처럼의 국빈방문(State Visit)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만의 국빈방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8년간의 임기 중에 무려 네 차례나 방한했지만 모두 공식방문(Official Visit)이나 실무방문(Working Visit) 형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엄중 경고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할 것이라 한다. 어제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악관은 그의 순방 출발에 앞서 “북한 위협에 맞서는 국제 결의를 강화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할 것”이라고 순방 목적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 마찰의 소지가 자꾸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을 외교·경제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스스로 핵을 포기토록 한다는 원칙적 입장에서는 비슷하지만 각론에 이르러서는 수시로 견해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서 일본과 한국의 체류 기간이 서로 다르게 정해진 사실을 두고 ‘한국 홀대론’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미국 역대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도 전례에 없던 일이다.

며칠 전 사드보복 해제를 놓고 중국 정부와 합의에 이른 내용도 미국과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으며,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우리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자칫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전략에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이 그런 때문이다.

미국의 우려를 떠나서도 그동안 사드보복으로 초래된 우리 기업들의 피해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형평에 어긋난 합의였다. 문제의 빌미가 됐던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비롯됐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기본적으로는 우리의 국방·안보를 위한 조치였으나 중국 정부는 오히려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 기업들에게만 일방적인 보복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사과 요구도 없이 안보 전략에 대한 포기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트럼프의 방한을 앞둔 서울의 도심 거리가 찬반 논란으로 엇갈리는 분위기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노 트럼프, 노 워(No Trump, No War)’ 슬로건을 내걸고 그의 방한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친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간헐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한반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북한의 핵개발과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트럼프에 대해서만 반대 피켓을 치켜드는 모습은 편향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은 엊그제 트럼프의 도착을 반기던 일본 분위기와도 대조를 이룬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에게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버거로 점심을 대접한 뒤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트럼프의 취임 직후인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으로 골프 회동이 두 번째인 두 정상은 ‘동맹을 더욱 위대하게(Make Alliance Even Greater)’라고 적힌 골프 모자에 함께 서명하기도 했다. 국빈방문보다 한 등급 낮은 공식방문이면서도 정상 간의 스킨십에 있어서는 최대의 신경을 기울인 것이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맞아 청와대 경내를 함께 거닐며 정담을 나눌 것이라는 ‘스킨십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과 비교한다면 우리는 국회 연설이 계획돼 있다는 정도가 돋보일 뿐이다. 청와대가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음으로써 한미 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도 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미국의 국가 이익과 우리 이익이 일치할 수는 없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다르지 않다.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 그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뿌리가 흔들린다면 우리 힘만으로 나라를 지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는 데다 중국은 이번 사드보복에서처럼 언제라도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는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맞으며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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