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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을 위한 ‘죽음학’
방재욱 2018년 03월 02일 (금) 00:11:41

요즘 건강한 삶을 의미하는 웰빙(Well-being),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웰에이징(Well-aging)과 함께 아름답게 죽음에 이르는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습니다. 웰다잉을 언급하면서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가능하면 죽음을 멀리하며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생물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일 24시간씩 죽음으로 다가가며, 인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는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할 때부터 맞닥뜨려온 과제이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죽음의 세계가 인간의 경험과 지각영역 너머에 있어 그 본질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죽음의 본질과 그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 분야로 ‘죽음학(Thanatology)’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생사학(生死學)이라고도 불리는 죽음학은 삶과 임종,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며, 철학, 종교학, 사회학, 생명과학, 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임종과 죽음, 연명치료 중단, 임종 환자들을 다루는 호스피스 문제, 죽음 뒤의 삶 등은 물론 자살과 같은 사회문화적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이 죽음학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근사체험(近死體驗)에 관한 학술 연구를 계기로 죽음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시작되었습니다. 근사체험이란 임종이 다가왔을 때나 일시적으로 뇌와 심장기능이 정지해 생물학적으로 사망한 상태에서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1980년대에 들어와 ‘국제근사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Near-Death Studies)’가 창립되어 근사체험에 대한 학술지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6월 ‘한국죽음학회’가 창립되어 죽음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죽음의 본질과 함께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응하는 인간의 유형은 삶에 대한 관심과 태도에 따라 세 가지로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 유형은 죽음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거나 부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잘 가꾸면서 늙지 않으려고 애쓰고, 현실에 몰두해 살아갑니다. 두 번째 유형은 죽음을 의식하고 현재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어차피 죽을 인생이니 맘껏 즐기고 살자는 마음으로 죽음 뒤의 세상에 관심 없이 현실에 잘 적응하며 살려 노력합니다. 세 번째 유형은 사후(死後) 세상을 마음에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죽은 다음의 세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현실에 만족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가 삶에 대해 애절한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죽음학에서는 가족과 따뜻한 사별의 대화를 나누는 ‘인격적 죽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가 의학기술에 의존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사후 세상으로 불리는 영계(靈界)를 수용해 저승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지난 2월 4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인 연명의료법(2016년 2월 3일 제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연명의료법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의 죽음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연명의료법은 의사와 가족이 결정해오던 죽음을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법입니다. 이 법은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지만, 본인 의지만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향서와 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연명의료가 바로 중단되는 것도 아닙니다.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서는 대상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사 2명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이란 삶과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삶의 끝자락일 뿐입니다. 여생(餘生)에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변화와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삶의 진정성을 담고 있는 죽음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죽음학’의 이해를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을 삶의 마감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의 완성으로 보는 지혜를 발휘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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