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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역전쟁 불장난
허찬국 2018년 03월 16일 (금) 00:03:09

대포가 불을 뿜는 전쟁이나 관세가 널뛰는 무역 전쟁이나 무고한 희생자들이 양산되기 때문에 전쟁은 심각한 일입니다.

지난 백 년 동안 미국은 자주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먼 곳의 분쟁에 적극 개입하여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온 전략의 결과이겠지요. 이런 연유로 참전 경험이 있는 공인들이 많습니다. 베트남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긴 포로 생활을 했던 존 멕케인 상원의원 외에도, 케리 전 국무장관, 전 FBI국장이자 현재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사건의 특별검사인 뮬러도 베트남전에 초급 장교로 참전하여 부상해 훈장을 받은 참전 용사들입니다. 당시 군 복무는 추첨에 의한 징집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중상류층 백인들이 징집을 면제받고 베트남 참전을 피했는데, 자원해서 참여한 상기 인물들은 좀 특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는 군 출신들이 요직에 포진해 있습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현역 육군 중장 맥마스터 안보 보좌관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실제 전투를 겪었고, 많은 피아(彼我) 사상자뿐만 아니라 민간인 희생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켈리는 아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하는 일도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평화주의자로 돌변한 것은 아닙니다. 매티스 장관은 취임 후 러시아나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강경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군은 NATO 동맹국에서 만약 우크라이나 영토 강점과 같은 도발행위가 있을 경우 무력으로 응징하는 시나리오로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실전과 같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했습니다. 중국이 영해라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며 자유 항해 권리를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 전문가인 이들 누구도 전쟁을 쉽게 말하지 않습니다. 북핵과 관련해서 매티스 장관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최근 해임된 틸러슨 국무장관을 두둔했습니다. 물론 무력 사용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적법한 명령이 있으면 매티스는 그간 남북의 군사분계선 직전에서 회항하던 미군 폭격기들을 북쪽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군사적 해결 방안은 대참사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조치를 다룬 Economist지의 표지

[출처] 조한울 마스터님 첨부 사진 금요일 칼럼 하단에 넣어 주세요 (비공개 카페)

 

무역전쟁을 생각해봅니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에 따르면, 수입품과 경쟁하는 기업과 근로자들에게는 무역의 역기능만 보이지만 경제 전체로 보아 순기능이 큽니다. 상황에 따라 수출과 수입이 차이가 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런데 자국의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인 무역수지 적자 여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나라마다 있지요.

미국의 경우 유감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세계관을 가졌고, 대통령 주변에서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당신이 옳다’를 되뇌는 서푼짜리 곡학아세(曲學阿世) 전문가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외화로 외국과의 거래를 결제하는 나라는 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수입대금으로 지불할 외화가 모자라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통화가 국제결제수단으로 쓰이는 미국은 걱정이 없습니다.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해온 미국이 수입대금 마련을 걱정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소득이 정체된 것이 미국의 무역적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이들은 미국 대선 때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단물을 빼먹고 농락한 증거가 무역적자라는 트럼프 후보의 논리와 ‘America First!’ 구호에 열광하였고, 전체 지지표가 삼백만이 적었지만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제 미국 경제는 일자리가 넘치고 임금이 오르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만큼 좋습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 크루그먼교수는 트럼프의 관세가 만일 수입을 줄이고 내수를 키우는 데 성공하면 경기 과열로 금리가 대폭 인상되며 곡소리가 날 것이라고 어이없어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입 철강을 원자재로 쓰는 산업이 철강산업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미국이 결국 피해자가 될 것이고, 물론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은 100% 확실시됩니다.

경제 교과서에 따르면 무역전쟁이라는 싸구려 영화는 1930년대에 이미 상영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공황 때 경제가 어려워지자 보호무역주의가 극성을 부리며 관세와 환율이 동원된 무역 전쟁이 터졌는데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죠. 경제만 어려워진 게 아니었습니다. 경제적 혼란은 사회적 불안을 키웠고, 이는 히틀러와 무솔리니 같은 강력한 지도자를 내세운 국가사회주의 대두를 불러 결정적으로 세계대전 발발을 초래했다고 해석하는 역사학자가 많습니다.  

경제 사정이 상당히 좋은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역사적 교훈을 외면하고, 경제전문가들의 중지를 무시하면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방적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빨리 깨어나고 싶은 악몽 같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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