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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춘화 (난초과) Cymbidium goeringii
2018년 04월26일 (목) / 박대문
 
 
어찌하여 가녀린 꽃 한 송이가
이다지도 심란(心亂)하게 가슴을 휘젓는가?
아찔아찔 혼쭐나게 넋을 뒤흔드는가?


수륙만리 이역 땅 외진 숲길,
가슴 저미는 그 자리에 피어나 있어 만나게 된 꽃,
외롭고 후미진 곳에서 맑은 향을 품고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온 끈질긴 생(生),
설한풍 물러가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보춘화(報春花)입니다.

환경을 주제로 한 세계 유일의 크루즈 여행,
‘2018 그린보트 수협 선상아카데미’에 참가하여
한반도와 러시아 연해주, 사할린, 일본 열도에 둘러싸인
넓고 너른 동해의 한가운데를 휘젓고 다닌 크루즈 여정(旅程)에서
일본 땅 가나자와시 노다야마(金沢市 野田山)에 있는
이시카와현 전몰자 묘원(石川県戦没者墓苑)에 들렀습니다.
그곳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암장지(暗葬地)가 있는 공동묘지입니다.
그는 일왕(日王) 생일과 전승을 축하하는 상해 훙커우(虹口) 공원 행사 때
단상에 폭탄을 투척하여 조선인의 독립 정신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형장의 이슬이 되어 이곳에 암장되었습니다.

암장 유적지 안내판과 기념비가 있는 제단(祭壇)의 돌 틈새,
아직도 못 다 찾은 유골 일부가 남아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사철 푸르고 끈질기게 강인한 생을 이어가는 보춘화가
다소곳이 고개 들어 곧은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내보이듯
난향 가득한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렸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동백꽃 지듯 생을 마감한 윤봉길 의사,
아직도 찾지 못한 유골 일부가 녹아 스며든 그 현장,
공동묘지의 쓰레기장에 평장으로 암장된 서러운 그곳,

재일 교민의 눈물겨운 헌신으로 발굴, 건립되었으나

계속되는 일본 우익과의 투쟁 속에 언제 사라질지도 모를 그 자리에

임의 향기인 듯 한(恨)인 듯 피어난, 곱고도 애잔한 꽃 한 송이.
바라보니 곱고, 생각하니 미어지는 아픔에 가슴이 저립니다.
곱고 애절하게, 향기롭고 처절하게
찢기는 듯한 기쁨과 서러움이 가슴을 마구 휘젓습니다.
그곳, 그 자리에 피어난 보춘화 꽃 한 송이가.

일반 사람들이 보통 춘란(春蘭)이라고 부르는 보춘화는
전국 각지의 숲속 외진 곳에 자라는 상록 다년초로
우리 산야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야생 난입니다.
이른 봄 꽃줄기 끝에 황록색의 꽃이 1~2개 달립니다.

깊은 산중에서 자라는 난초는 담백한 색과 은은한 향기로
군자(君子)의 고결함과 절개를 나타낸다고 여겨
매(梅), 국(菊), 죽(竹)과 함께 사군자로서 문인의 사랑을 받는 꽃입니다.

(2018. 4. 16 일본 가나자와 윤봉길 의사 암장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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