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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 저 안인지 밖인지
김창식 2018년 05월 24일 (목) 00:06:21

지난 5월 5일~6일자 신문(중앙SUNDAY)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동향을 알리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인 그가 1년 6개월의 형기를 채우고 출소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정 전 비서관은 만기 출소 심정을 묻는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막중한 책무를 맡아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이어서 덧붙이기를 “뒤돌아보면 여러 가지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다. 지금 나오지만 감옥이 저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

“(감옥이) 안인지 밖인지…. ” 정 전 비서관의 소회를 듣고 어쩔 수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기사를 본 사람들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반응 또한 다를 것입니다. ‘그 심정 이해한다. 의리 있네!’(보수주의자1) ‘죄 없는 그분도 빨리 풀려나셔야 할 텐데….’(보수주의자2) ‘뭐 잘났다고? 입 닥치고 조용히 있지 않고서’(진보주의자1) ‘참 가지가지 한다. 너희들만의 의리잖아!(진보주의자2)’ 두 진영이 마주했다면 사생결단 더 험한 말도 오갔을 거예요. 자칭 중도적 입장인(그러다 회색분자라고 가끔 양쪽으로부터 배척받기도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씁쓸하긴 하네. 근데 비유는 그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거든.’

마침 그 위 기사에도 눈이 갔습니다. 공교롭게도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것이었어요. 검찰에 출두한 현 정권의 실세 김 전 의원은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닐지라도 누구에게든 왜 심증(확증편향!)이야 없겠어요? 또 보수냐, 진보냐의 갇힌 틀에 따라 극과 극의 입장 차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던 차 또 다른 의미에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서민들에게나, ‘하루 벌어 하루 못 먹는’ 힘겨운 삶을 사는 사람들 눈에는 보혁 갈등과 끝 모를 진흙탕 싸움이 어떻게 비칠까?

기사를 보며 다른 한편 ‘뫼비우스의 띠(Moebius strip)’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A. F. Moebius, 1790~1868)가 위상기하학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모형말예요. 기다란 띠의 한 끝을 180도 돌려 비튼 다음 양 끝을 붙이면 간단히 만들어지지만, 뫼비우스의 띠가 갖는 함의는 만만치 않습니다. 교과서에도 나온 이 가상의 띠는 위와 아래가 서로 맞물려 처음과 끝, 안면과 겉면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왜곡과 전도가 포함돼 있으면서도 구조적으로 동일한 형식을 취해 한 번 띠 위에 올라서면(갇히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점이지요.

그런데, 아니 그러니까 말이죠. 얼핏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혹 뫼비우스의 띠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을 은유한 것이 아닐까? 원형의 구체라고 하는 지구가 안팎이 없는 거대한 뫼비우스 띠 형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한 점에서 출발하면 목적지에 닿거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처지와 형편을 보면 매일매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일상의 띠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지만(최소한 숨은 쉬잖아요?) 열심히 할수록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하필 이 판국에 왜 조용필의 노래 <꿈>이 들리는 것인지. 환청인가요?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그 누구도 말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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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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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김기수) (112.XXX.XXX.112)
인간의 의식구조야말로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시시비비를 따지려고 언제나 주관을 내세우니 말이죠. '공즉시색, 색즉시공'인 인생사인데~~
오늘도 나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군요. 안과 밖에서 헤매는 나에게.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하고, 하나의 소재에서 확장되어지는 상상력을 늘 감탄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건필하시기 아울러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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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1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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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2.XXX.XXX.66)
Persona김기수님, 공감과 성원 감사합니다. "상상력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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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1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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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산 (221.XXX.XXX.241)
동 시대 비슷한 경험 비슷한 교육을 받았어도 상식과 정의의 관념이 이렇게 다를수 있다는것 이 이젠 놀랍지도 않습니다. 죽음의굿판을 걷어치우라고 유서대필 강기훈을 매도하고 그것도 조선일보에, 윤창중을 최고로 잘 된인사라고 치겨세우고 세울호를 폄하 유가족보상금보다 탱크 더 사야한다는 막언에 박근헤를 개헌을 통해서라도 두번 대통령을 시켜한고한 김지하, 김문수 김동길을 봅니다
이영희, 김중배 윤규병을 봅니다.........아는만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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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11: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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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2.XXX.XXX.66)
무엇이든 이미 정해진 틀로 보려하며 그것만이 진실인양 상대를 매도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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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11: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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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222.XXX.XXX.194)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알 수 없는게 인생길이지요. 중심을 향해서 간다고 하지만 중심이 있는 것도 아닌게 인생인 것을 괜히 고생만 하다 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주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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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09:13:43
0 0
김창식 (112.XXX.XXX.66)
댓글 격려 감사합니다. 수탉의 우렁찬 울음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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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11: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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