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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무스꾸리
임철순 2008년 01월 23일 (수) 00:49:37
나나 무스꾸리가 한국에 와 있습니다. 18일 입국한 뒤 20일 서울에 이어 22일 성남공연을 마쳤고, 앞으로 대구(24일) 창원(25일) 부산(26일) 이렇게 세 번 더 공연을 하고 떠납니다.
공연 수익금에서 1만 달러는 기름오염으로 큰 피해를 당한 태안 주민들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천상의 목소리’, ‘그리스의 영혼’이라는 찬사를 들어온 그는 1934년 생이니 벌써 74세의 할머니입니다. 그런데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세계를 돌며 자유와 평화,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미 2005년부터 페어웰 투어를 진행해 왔지만 내한 기자회견에서는 “은퇴라는 말은 싫다. 은퇴라고 확정 짓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습니다.

나나 무스꾸리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그의 내한을 앞두고 출판된 자서전 <박쥐의 딸>에는 함께 음악학교에 다니던 언니가 얼굴도 더 예쁘고 노래도 더 잘 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가난한 엄마는 둘 다 가르칠 수 없어서 동생에게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언니는 “난 그냥 시집 가도 괜찮은데” 했지만 그는 노래를 못 한다니 죽고만 싶었답니다. 사정을 들은 교사가 학비를 면제해 주어 오늘날의 나나 무스꾸리가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천재의 숙명과 노력을 생각해 볼까요? “천재란 하늘이 주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말대로, 천재는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입니다. 내부의 무한한 자아 발현욕구가 그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훌륭한 메시지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나 무스꾸리의 경우는 노래하고 싶은 욕망이 삶의 모티프였습니다. 건강과 성대 관리에 대해서도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따로 힘들여 관리하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은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메시지는 사랑과 열정입니다. 1974년에 첫 남편과 이혼한 뒤 30년 가까이 아들 딸과 함께 살다가 69세이던 2003년에 음악감독 앙드레 샤펠과 결혼했습니다. 1960년대 신참 가수와 음향기사로 처음 만났으니 40여년 만의 결합입니다. 상대방이 이혼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도록 격려한 다음, 쉰을 넘긴 나이에 연인이 되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부부가 되었다고 어느 기사에 씌어 있습니다. 그것도 또 하나의 훌륭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노래를 노래하는 힘, 그 자체입니다. 나는 지금부터 20년 전, 88서울올림픽 축하공연을 하러 여러 가수들과 함께 내한했던 그녀를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일이 있습니다. 열창하는 조용필의 손을 잡아 올려 주던 그녀의 우아한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때 이미 54세였습니다.

이번 서울공연을 본 사람이 쓴 글에 “그녀도 나이를 비켜가지는 못했다”는 대목이 있더군요. 저음부에서 갈라지는 탁성, 목소리에 낀 피로와 쇠잔함,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 보고 싶어도 공연을 보지 못한 채 그 대신 지난해 1월의 외국공연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시청했습니다. 과연 젊은 시절과는 많이 달랐고, 노래의 긴장이 떨어지고 목소리도 처지고 갈라져서 안타까웠습니다.

나나 무스꾸리는 수백 장의 음반을 냈습니다. 전 세계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 <하얀 손수건> <사랑의 기쁨> <오버 앤 오버> 이런 노래를 좋아합니다. 수많은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독일어 가사로 된 <Sieben schwarze Rosen(Seven black roses)>입니다. 곡조가 단정하고 우아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멋과 맛이 넘칩니다. 특히 Rosen을 발음할 때 로젠이 아니라 오젠이라고 들리는 것, 트로임텐(꿈꾸었다) 부분에서 목젖의 미묘한 떨림과 여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 노래의 막바지에는 “일곱 송이 검은 장미는 꿈꾸었지/세상의 가장 큰 행운에 대한 오래 된 꿈/그리고 모든 것을 시간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나이가 든 지금의 나나 무스꾸리에게 잘 어울릴 수 있는 가사라고 생각됩니다.

그를 전화 인터뷰한 어느 기사에는 “같은 노래를 1,000번 불러도 부를 때마다 단어 하나하나를 온전히 느끼면서 불러야 관객이 운다”는 말이 나옵니다. 목소리는 전과 같지 않지만 열정을 다한 노래에서는 과연 단어 하나하나를 젊은 날보다 더 새롭게 온전히 느끼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세월을 이길 수 없습니다. 나나 무스꾸리도 세월에 당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젊은 나나 무스꾸리도 아름답고 지금의 나나 무스꾸리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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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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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 (211.XXX.XXX.130)
에디뜨피아프의 일생을 그린 영화 '라비엥로즈'에서 "무대에 설 때 목숨을 걸고 노래를 부른다"는 대사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가수는 노래로, 기자는 기사로, 논설위원은 칼럼으로...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목숨 걸고(?) 일할 때 아름다운 세상이 열리게 되겠지요.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필부일 망정,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 인생은 아름답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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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7 16: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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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24.XXX.XXX.49)
무스꾸리도 그렇게 벌써 늙어갔나, 저 늙어가는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는 가슴까지 맑게 씻어내는 혼이 깃든 노래입니다. 지금도 그 열정에는
더욱 깊은 향기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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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2: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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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길순 (211.XXX.XXX.1)
임 국장님께서 이렇게 노래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으시다니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글 행간을 대할 때마다 향기가 나고 꽃들이 피어나는 듯합니다. 뵐수록 향기가 깊고 아름아울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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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13: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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