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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뿌리풀 (팥꽃나무과) Stellera chamaejasme
2018년 08월02일 (목) / 박대문
 
 
가도 가도 초원,
벌판과 하늘이 맞닿아
벌판 끝이 어디쯤인지도 모를 만주 벌판을 지나
네이멍구(內蒙古) 초입에 들어섭니다.

가없는 초원, 만주벌판에서는 탁 트인 사방 허공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몸과 마음을 졸이게 하더니만
널따란 풀밭 끝에 적당히 산이 있고 흰 구름 동동 뜨니
마음이 푸근하고 차분하게 늘어집니다.

자연 풍경도 두려움이 일 정도의 낯선 풍경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낯이 익거나 상상의 범주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답다는 느낌이 살아나나 봅니다.

흰 구름 날리는 파란 하늘 아래에는
눈부시게 찬란한 초록빛 벌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풀도 꽃도 아무 간섭 없이 맘껏 자라고
가지가지 산들꽃이 다투듯 꽃 피우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귀하디귀한 피뿌리풀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 관리하는 피뿌리풀은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꽃이 피는 초여름에는
오름 능선이 새빨갛도록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자생지 주변의 개발이나 생태환경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주된 원인은 무분별한 채취 때문이라 합니다.
이제는 꽃피는 시기에 감시인을 상주시켜야만 합니다.

북방계 식물로 알려진 피뿌리풀은
황해도 이북과 중국·만주·몽고·시베리아 등이 고향인데
어떻게 해서 고향과 동떨어진 제주에서 자생하게 되었을까?
연구된 자료는 없지만 고려 시대 몽골의 침입을 나타내는
슬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몽골의 침략과 예속화에 반발하는 삼별초 군을 평정한 직후 원나라는
남송과 일본을 정벌하기 위한 전진기지로서 탐라총관부를 설치하고
군마 수요 충당을 목적으로 제주 오름에 말을 기르게 되었는데
그때 말먹이로 몽골에서 가져온 건초에 섞여 들어오거나
말의 설사 치료제로 들여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아무튼 제주에서 처음 피뿌리풀을 어렵게 만났을 때
핏빛처럼 진한 빨간 꽃망울이 벌어지면서
백설보다 하얀 꽃잎이 피어나는 고운 모습에 감탄하였으며
몽골에서는 흔하디흔한 잡초라 들었는데
이번에 그 현장을 목격하고 지천으로 깔린 이 꽃 속에
퐁당 잠겨보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2018. 7월. 네이멍구 자란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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