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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청소년은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이영일 2018년 09월 17일 (월) 00:30:39

필자는 우리 사회가 말로만 청소년이 미래의 주인공이라면서, 꿈과 희망을 키우라면서 그에 걸맞은 환경 조성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이중적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입시 매몰화 교육환경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학교를 벗어나면 변변하게 갈 만한 마땅한 공간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학교가 아닌 마을을 청소년 체험의 장, 쉼과 놀이의 장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아직은 미약한 점이 많고, 여전히 청소년은 늦은 밤까지 학원을 전전하기 바쁜 게 현실입니다. 놀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청소년이 무슨 꿈을 꾸라는 말일까요.

최근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을 두고 흥미로운 법원의 두 판결이 눈에 띕니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이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이라며 학교 통학 길목에 개업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과 지난 8월, 인천지방법원이 당구가 건전한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고 만 18세 미만도 출입이 허용되므로 청소년 유해시설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 그것입니다.

현재 학교 200미터 부근은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서 당구장을 개업하려면 교육청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노래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당구장이니 노래방이 청소년 유해환경이냐 아니냐는 것인데 필자는 어른들의 낡은 선입견이 청소년의 놀이문화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야 당구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담배 연기 자욱하고 어른들이 당구치며 술도 마시는 불량한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당구장 안에서 흡연, 음주가 금지되고 당구 자체가 건강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을 뿐더러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있는 등의 상황인데 여전히 청소년 유해시설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노래방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학생·학부모·교사 6,9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 유해인식도 조사연구 (연합뉴스 2018년 9월 3일 보도) 결과를 보면 노래방은 학습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25.4%로 유해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비단 당구장이나 노래방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구장이나 노래방을 포함해 우리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이용하고 활기차게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전용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 사회의 의무이자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청소년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법적 청소년 전용시설인 청소년수련관 등을 국민 불편을 해소한다며 이를 복합시설화하는 등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인식과 시선은 너무 무지하고 무성의한 것이 현실입니다. 인천 당구장은 청소년 유해시설이 아니고 서울 당구장은 청소년 유해시설이라니, 이게 웬 해괴한 어른들의 장난일까요. 어른들의 구시대적 경험과 잣대로 그나마 갈 곳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놀 곳조차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대체 청소년은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이영일

경희대NGO대학원 NGO정책관리학 전공. 서울흥사단 사무처장, 서울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국장, 참여정부 서울북부지법 국선변호감독위원, 민주평통자문회의 13~14대 자문위원 역임. 현재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 NGO, 청소년분야 평론활동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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