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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키오스크 앞에서
김수종 2018년 11월 14일 (수) 00:04:04

기차나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콜라 한 잔에 햄버거 한 조각을 먹는 게 국물 있는 메뉴를 주문할 때보다 편할 때가 있습니다. 역이나 공항에서 급하게 요기를 해야 할 때 갈 수 있는 곳이 패스트푸드점입니다.

지난봄에 제주공항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이 남아 있어 ‘롯데리아’에 들어갔습니다. 카운터에 가서 유니폼을 입은 여종업원에게 메뉴를 얘기했더니, 그 종업원은 식당 한쪽을 가리키며 “저기 있는 전자 키오스크‘에서 주문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 종업원이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며 나를 전자 주문판으로 안내했습니다. 그곳엔 음식 메뉴가 디지털 스크린에 나열되어 있고, 내가 주문하는 대로 종업원이 전자 메뉴판을 누르자 스크린에 가격이 떴습니다. 종업원이 현금으로 낼 것인지 신용카드로 낼 것인지를 묻고서는 내가 카드를 내밀자 영수증과 주문번호를 꺼내 주었습니다.
내가 물러난 뒤에도 전자 키오스크를 쓸 줄 모르는 손님들과 종업원의 실랑이가 계속 벌어졌습니다. 대체로 젊은 학생들은 익숙하게 이용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헤맸습니다. 

전광판에 주문번호가 뜨고 음식을 갖다 테이블에 놓았습니다. 음식을 먹긴 먹으면서도 불편하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갑자기 내가 생활했던 세상에서 동떨어진 공간으로 내동댕이쳐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종전에도 패스트푸드점이 편하기만 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주문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빨리 얘기하라고 보채기만 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전자 키오스크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 그렇지 이런 ‘전자 키오스크’는 우후죽순처럼 우리 사회에 퍼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 미국에서 골목 가판대에 붙은 ‘kiosk'란 단어가 뭔지 몰라 애먹은 적이 있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키오스크’란 말에도 익숙합니다. 사전을 뒤져보니 그 말의 기원이 페르시아로서 조그만 공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판매소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제 간이 판매대로 통하는 키오스크가 전자동화하면서 무인매점으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자 키오스크’는 롯데리아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쥬시’ 등 음료를 파는 카페에도 빨리 퍼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작은 음식점들도 전자 키오스크로 급속히 바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식점을 중심으로 전자 키오스크가 많이 생기는 것은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마이너스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당 최저 임금이 올해 16.4% 올라서 7,530원이 되었고, 내년부터는 10.9%가 올라 8,350원이 됩니다.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하는 최저임금에 업주가 적응하는 방법은 사람이 하는 일을 가능하면 기계에 맡기는 자동화입니다.
롯데리아 같은 프랜차이스 레스토랑의 경우, 전자 키오스크로 주문과 결제를 자동화하면 종업원 1.5명이 할 수 있는 일, 인건비로 치면 월 약 300만원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문을 고객이 직접 하고 가게의 일손을 덜어주는데, 고객에게 할인을 해준다는 등의 보상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이제 기계와 마주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스마트폰과 결제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음식점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어 갑니다. 사람과 부대끼는 맛에 살아온 ‘아날로그 세대’는 자동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하루 종일 식구와 얘기 한마디 안 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재미있게 몰입하며 사는 젊은이들은 아마 전자 키오스크가 편리한 시설일 것입니다.
밀려오는 디지털 시대를 보며 변화의 격랑을 절감합니다.
“시간은 강, 아니, 급류다. 무엇이든 눈에 띄자마자 휩쓸려가고, 다른 것이 떠내려오면 그것도 곧 휩쓸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 로마 철학자의 말을 위안 삼아 이 변화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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