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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120세까지 살 것인가?’
황경춘 2018년 11월 21일 (수) 00:09:50

‘100세 인생’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94년에 제 친구 한 사람이 ‘125세에의 도전’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가벼운 수필집이 아닌 400쪽의 이 책은 의학계의 최신 소식과 건강에 관한 도움말 등을 담은 좀 딱딱한 내용이었습니다.

일제강점 때의 중학 동기생인 저자는 의학을 전공한 학자는 아니었지만, 경력이 화려한 친구로, 약대에 입학했다가 상과로 옮겨 학생운동에 휘말려 결국 대학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경찰관으로 있으면서도 학구(學究)에 불타던 그는 결국 여러 대학을 거치며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교수 재직 중 이 책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은퇴하고 70이 가까운 나이에 출판사를 직접 만들어 책을 발행했습니다. 육군본부 의무감을 지낸 중학 동기생의 감수를 받은 이 책이 ‘인생 50’이 아직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나이 70을 ‘고희(古稀)’라고 부르던 당시에 얼마나 팔렸는지 미처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의학용어와 통계숫자가 많아, 저 자신 꼼꼼히 다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모든 동물은 성장기의 5배는 산다며, 인간의 성장기를 25년으로 간주하는 학설이 있으니 이론적으로 사람은 125년 살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을 흥미롭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작 이 책의 저자는 몇 년 뒤 간염으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17년 1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되는 인구수는 3,908명으로, 100세 이상 인구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의 459명보다 27년 사이 8.5배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통계의 하나 흥미로운 점은 남녀 비율에 있어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2000년의 91.2%가 작년에는 85.9%로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작년도 남성 비율 14.1%는 이웃 나라 일본의 11.9%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했지만 일본은 9월 세 번째 월요일을 '경로의 날' 공휴일로 정해 대대적으로 축하합니다. 이날을 기해 올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금년 9월 기준으로,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69,785명으로 여성의 비율이 88.1%라 했습니다.

이 발표에 의하면,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3년에 153명이었다가 매년 증가하여 1998년에 1만 명을 돌파하고 2012년에 5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인구는 약 1억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배가 됩니다. 인구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우리의 10배에 가깝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일본의 고령화사회 진입속도가 빠른 것은 선진국가 사이에서도 유명합니다. 그에 따른 정부 대책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며 ‘100세 사회’라는 용어를 우리보다 먼저 쓰기 시작한 이 나라의 노년사회 정책은, 같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뿐 아니라 사회도 인구 고령화문제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연명조치에 관한 가부를 본인이나 가족이 사전에 의사 표시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이 문제에 관하여는 아주 엄격한 규제가 있어, 많은 의견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한 여성이 80세를 넘으면 안락사를 허용하는 스위스에 이사 가서,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하겠다는 글을 썼다가 격렬한 찬반양론을 일으킨 사건이 얼마 전에 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연명에 관한 의학계의 연구가 결실을 보이며 이 방면에서 노벨상을 수상하는 일본 학자들이 많아져 일본 사회의 환영을 받는 반면, 인간의 고령화와 행복이 반드시 공존하느냐에 대한 찬반양론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최대 월간 종합잡지이며, 특히 노년층 독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분게이슌주(文藝春秋)’가 11월호부터 ‘인간은 120세까지 살 것인가‘라는 특집 기사 연재를 시작하여 일본인 독자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송년호까지 두 차례의 특집 기사만을 보더라도, 생명과학의 발전은 이론적으로 인간을 120세까지 살게 할 수는 있지만, 아직도 윤리적이나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는 대체적인 결론에 도달한 듯합니다. 유전자 개편을 통한 인위적 연명 조치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로마 교황을 비롯한 많은 정치, 종교 지도자들이 반대하고 있음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생명과학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문제와 어떻게 절충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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