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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가족
김창식 2018년 12월 03일 (월) 00:08:55
     어느 가족 포스터(네이버 영화)

올해 상영된 화제작 중 한 편인 <어느 가족(万引き家族)>은 입소문을 탄 영화입니다. 2018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작품인 데다 가족 간에 오가는 정, 친인(親姻)의 상실을 다룬 잔잔한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잖아요. 가족 아닌 가족의 공생관계를 통해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이해하지만 영화를 본 후 느낌은 개운치 않군요. 영화 줄거리를 인용합니다.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네이버 영화)

소개된 줄거리만으로는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친부모에게서 학대받는 아이 유리(사사키 미유)를 집에 데려온 사람은 중년의 오사무(릴리 프랭키)로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파친코 주차장에 버려진 걸 데려다 길렀지만 학교는 안 다니고 소매치기로 나선 아들 쇼타(조 카이리), 세탁 공장에서 다림질 일을 하다 시급이 비싸 잘린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와 죽은 남편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장모 하츠에(키키 키린), 유사 성행위 업소에서 일하는 처제 아키(마츠오카 마유)와 함께 사는 가장이기도 하죠.

사회 밑바닥에서 남루한 모습으로 살아가면서도 함께 있을 때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영화 주인공들! 도시 빈민층을 이루는 가족이라 공동체의 신산한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듯 조금은 느릿느릿 진행되던 영화의 흐름은 TV 뉴스에 유리의 실종사건이 나오고, 도둑질을 하던 쇼타가 경찰에 잡히면서 돌연 물줄기를 틉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숨겨진 비밀이 세상에(관객에게) 밝혀지게 되는 것이지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관련이 있어 각자의 사연을 갖는 입체적인 캐릭터이면서도 연결고리가 조금은 모호합니다.

이들 여섯 사람이 피를 나누지 않아 무늬만 가족인 것이고, 좀도둑질로 생활을 영위한 것이야 그럭저럭 넘어간다 할지라도 어린 유리를 뺀 다섯 사람은 범법자입니다. 더구나 오사무와 노부요의 범행은 아연실색할 정도예요. 그들은 하츠에가 죽은 후 지하에 사체를 은닉합니다.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해 연금을 타 내려 하는 것이지요. 오사무와 노부요의 과거 범죄 이력은 더 끔찍합니다.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은 공모해 폭력적인 노부요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였거든요. 법에 밝지 않은 보통 사람도 심상치 않은 중범죄임을 쉽게 알 수 있지 않나요?

문제는 추리영화처럼 차츰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 이들의 숨겨진 행적과 범행이 영화에서는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처리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마치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닌 ‘특별한’ 가족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처지와 형편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되는’ 설정으로 그려진 것이에요. 노부요가 스스로 혼자 살인죄를 짊어지는 대목은 신파조 공감과 연민마저 일으킵니다. 관객들 사이에 탄식이 새어 나오더라니까요. 어느 장르보다 대중적 파급 효과가 큰 영화에서 중대한 실정법 위반 행위를 보편적인 정서로 미화해 메시지를 전하려는 시도가 과연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온당한 것인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즐겨 차용하는 사회파 작가주의 감독입니다. ‘피가 같은 사람만 가족인가’라는 이야기를 동어반복으로 변주해왔습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기른 정(시간)이냐? 낳은 정(피)이냐?’입니다. 칸이 언제부터 이러한 동양에서 통용되는 가족 개념을 이해하고 평가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습니다. 그에 더해 우리나라 영화는 왜 자주 거론은 되면서도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가 한 편도 없는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 외에도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여러 번 초청되었고 심사위원상 등 이런저런 상도 받았죠. <어느 가족>과 전작 영화들 사이에 무슨 다른 점이 있으며, <어느 가족>이 여타 영화보다 특별히 윗길로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어느 '불편한' 가족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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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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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자인) (124.XXX.XXX.15)
가족이란 영화에 많은 의미가 부여되어 있군요. 저도 한번 봐야겠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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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09:40:28
0 0
김창식 (61.XXX.XXX.109)
김 선생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친인(親姻)같은 격려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8-12-03 12: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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