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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리석은 말, "법대로 하자"(1)
신현덕 2018년 12월 05일 (수) 00:13:27

억울하더라도 송사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할 일 중 하나입니다. 당사자에게는 고통이며, 송사 뒤에는 국가와 사회와 이익단체를 원망하는 일만 남습니다.

지난달 말 70대 노인이 대법원장 차를 향해 화염병을 던졌고, 같은 날 검찰청장이 눈물을 흘리는 기사를 보며 참 많은 것을 떠올렸습니다. 종심(從心)을 넘긴 농부가 격한 행동을 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법원이 꼼꼼하게 묻고, 세심하게 듣고, 따지고 법 조항대로 판결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큰일입니다.

제가 법정에서 경험한 희한한 일입니다. 요점은 의사가 발행한 황당한 상해진단서 때문인데, 환자가 병원에 온 날과 진료 시작일 기록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유령을 진료했습니다. 또 환자의 병명이 장출혈, 장마비인데, 증상도 거꾸로이고, 처치도 반대로 했습니다. 장출혈은 아무런 응급 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놀라운 것은 그 의사가 ‘임상병리과 전문의’라는 점입니다.

 
1) 진단서에 있는 날짜

 

 
2) 진료 기록부 첫 페이지에 있는 날짜

 

 

 

 

 

장마비는 말 그대로 장이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움직임 소리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장 움직이는 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장마비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부스코판)도 주사했습니다. 이 약을 생산한 독일 제약회사와 독일 정부, 일본과 우리 정부는 물론 전 세계가 사용을 일절 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상태가 호전되었다(‘장 움직임과 소리가 줄었다’)고 적었습니다. 진료기록부대로라면, 장 움직임이 더 약해졌으니 반대로 장마비가 더욱더 진행된 것이지요.

검・경이 내린 결론은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경찰은 동업자인 이웃 의원의 말을 인용, 더 조사도 하지 않고 곧바로 검찰로 넘겼습니다. 검찰도 막무가내로 기소를 했습니다. 법원은 법으로 판결하는 줄로 알았습니다만, 의료 현실과 동떨어지게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저는 위 재판결과를 부정하고 재심을 신청하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를 ‘허위진단서 작성 및 법정위증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수사관은 진료개시일 문제와 관련, “날짜를 쓰다가 펜이 다 돌아가지 않았다”고 친절하게 설명(대변?)했습니다. 진료기록부의 필적감정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세계 인명사전인 후스후(Who’s who)에도 오른, 서울 모 대학 병원의 소화기내과 교수가 진단서의 병명, 증상, 치료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맞서 관내 지방 대학 병원의 심장내과 전문의 말을 인용했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2) 진료 기록부 첫 페이지에 있는 날짜

 

 
3) 진료 기록부 을(乙)지에 있는 날짜 

 

 

 

 

 

고등검찰청에 항고했습니다. 고등검찰이 재수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지청 검사는 다시 무혐의 처분했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고등법원의 부장판사가 기소명령을 내렸습니다. 저는 아주 분명하고, 확실한 사안이라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고, 그 어렵다는 재정신청에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를 또 만났습니다. 기소명령은 내려졌지만, 사건은 다시 무혐의 처분한 바로 그 검찰청으로 내려갔습니다. 공판 검사는 다른 사건과 달리 대충대충입니다. 만약 피의자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동료 검사가 곤욕을 당하는 것이니까요. 법 개정 전에는 기소명령이 내려진 사건을 특별검사가 담당했었습니다.

이 재판은 지방법원 지원의 단독심 판사가 맡았습니다. 판사는 저의 공판기록 복사 요청도 불허했습니다. 증인으로 나선 세계적 권위자인 대학병원 교수에 따르면, 피의자 변호인이 법정에 무죄의 증거로 제출한 x레이 사진은 장마비가 아니라 가스가 찬, 단순하게 속이 더부룩한 상태입니다. 혹 떼려다 붙인 결과였습니다. 의사는 또, 장출혈이 실제 없었으므로, 위치를 진술할 때마다 다르게 지목했습니다. 검찰과 법원에서 흔히 말하는 진술의 일관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단독 판사는 이렇게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제가 검찰에게 항소해 달라(검사만 할 수 있음)고 간절하게 요청했지만, 묵살당했습니다. 헌재까지 찾아갔었습니다만, 이런 경우 고소인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족입니다만-영향이 없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피의자의 자매가 한 명은 현직 최고 법관(당시 고등법원 부장판사)이고, 다른 한 명은 한 법무 법인의 변호사인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법대로 하자”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어리석은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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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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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월 (211.XXX.XXX.131)
법대로 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리석지 않은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이, 아니 인류가 만들어 놓은 삶의 기초가되는 강력한 힘을 지닌 법 위에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닫게 만든 칼럼입니다. 그저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만 보다 긴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국가의 구성요소들이 하나 하나 조각나 부서지는 굉음처럼 다가옵니다. 그래도 신교수님과 같은 분이 계시기에 우린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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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20:05:39
1 0
신현덕 (210.XXX.XXX.84)
감사합니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매년 2%를 넘지 않습니다.
2013년 9,046건 중 96건
2016년 9,644건 중 73건
2017년 9,689건 중 112건

이 어려운 것을 해냈습니다만 법원이 글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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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11:42:09
0 0
rollings (112.XXX.XXX.158)
아마 지금 이 나라에서 맘대로 판사와 멋대로 검사한테들 억울한 일 당한 국민들 광화문에 모이라고 하면 당장 광화문 교통 대란이 벌어질 겁니다.
특히 일반 사건, 사고 판결도 저럴진대, 하물며, 권력과 이념이 뒤에 깔려 있는 건이라면 그 항방이란 더더욱 빤히 결과가 손바닥에서 보이는 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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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23:05:11
1 0
신현덕 (210.XXX.XXX.84)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일 없애라고 촛불 들었는데 좋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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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17:57:56
1 0
개사법부 (110.XXX.XXX.66)
저도 당사자입니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돈으로 해보자 라는 말과 같은 말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썩은 사법부...어찌 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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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2:32:11
1 0
신현덕 (210.XXX.XXX.84)
의견 감사합니다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일이 더 많이 밝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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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17:56:36
1 0
김성일 (211.XXX.XXX.190)
슬프고도 화나는 이야깁니다. 우리나라 법은 피해자를 지켜주는 법이 아니라 가해자보고 적당히 알아서 빠져나가라는 법입니다. 저도 최근 몇 년 깨달은 진리가 있습니다. 경찰이나 검찰은 피해자 편이 아니고 가해자 편이라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패는 다 까서 가해자에게 보여주면서 가해자의 패는 절대로 피해자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검찰이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결론 내리면 피해자는 어찌해볼 방법이 없는 것이죠. 기소율이 높지 않은 것은 가능하면 전과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열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범인을 만들지 않겠다뇨? 그럼 열 명의 범인에게 당한 피하자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70대 노인이 오죽하면 화염병을 던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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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1:11:54
2 0
신현덕 (210.XXX.XXX.84)
감사합니다
정의로운 세상이 오도록 모두가 자중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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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17:55:07
1 0
libero (58.XXX.XXX.51)
사회 정의의 보루로 믿고 있었던 법조계가 언제부터인가 가장 무책임하고 비겁한 이익 집단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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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0:59:07
2 0
신현덕 (210.XXX.XXX.84)
감사합니다
그래도 믿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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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17:53:38
0 0
꼰남 (218.XXX.XXX.79)
이런 xxxx 세상!
힘 없는 민초들은
아래 세 가지 병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염병, 소주병, 울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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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09:41:38
2 0
신현덕 (210.XXX.XXX.84)
감사합니다
화염병은 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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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17:52:3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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