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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드러난 홍자단의 매력
박대문 2019년 01월 10일 (목) 00:20:28
 
 홍자단 장미과, Cotoneaster horizontalis Decne
 

첫눈이 펑펑 쏟아져 온 세상이 하얀 눈에 뒤덮인 날 홍보석처럼 빛나는 홍자단(紅紫檀)의 붉은 열매를 만났습니다. 설중의 홍자단 붉은 열매가 이토록 매혹적인 것을 비로소 보았습니다. 황량한 겨울 벌판의 칙칙하고 볼품없는 한여름의 잔해(殘骸)가 모두 눈에 묻히면 세상은 온통 하얀 순수의 모습만 남습니다. 꽃 없는 한겨울에 만난 설중의 홍자단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홍자단은 중국 서부 고산지대가 원산지입니다. 작년 1월,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있는 부탄(Bhutan)왕국 트래킹 때 고산지대 자생지에서 많이 만났지만, 그때엔 곱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 가쁜 숨 몰아쉬며 걷는 사갈라(Saga La 3,720m ) 트래킹과 사실라(Shasi La 3,170m) 트래킹 산길에서 만났기에 마음의 여유도 없었지만, 그 모습이 매우 빈약했고 열매도 거의 달리지 않았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진달래 떨기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었기에 홍자단의 고운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고 척박한 환경이라서인지 열매도 별로 달리지 않은 앙상한 모습이었습니다. 더구나 순백의 눈 속에 묻혀있는 모습이 아니라 황무지 같은 산기슭에 널려 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별 감흥 없이 지나쳤던 홍자단이 이토록 고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식물 역시 사람 사는 사회처럼 때와 곳과 환경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평소에 눈길이 별로 가지 않았던 것들도 하얗게 변한 은빛 세상에서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관심을 끕니다. 소나무의 초록빛이 비로소 돋보이고 키 작은 떨기나무 잎새에 감춰진 자잘한 열매가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합니다. 맛이 없어서인지 덤불에 묻혀서인지 모르겠지만 늦은 겨울까지 가지에 매달린 앙증맞은 빨간 열매가 꽃보다 더 고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떠나고 나서야 빈자리가 커 보이고 배가 고파 봐야 음식 귀한 줄 알게 해 주는 자연의 섭리를 삭막한 겨울이 비로소 일깨워 주는가 싶습니다.

땅바닥에 붙은 듯 작은 키에 작은 열매,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기 전까지는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홍자단입니다. 작은 키에 꽃도 작아 무성한 잡풀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꽃나무입니다. 주변의 엉성한 잡풀들이 소복이 내린 하얀 눈에 모두 파묻히니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탄 트레킹에서 만난 홍자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풍성하게 빨간 열매가 달려 있었습니다. 원산지보다 훨씬 따뜻하고 비옥한 토양 덕분인가 봅니다. 더구나 이 작은 나무 주변을 온통 뒤덮듯이 눈이 내렸기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 덤불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무성한 푸른 잎들은 모두 단풍이 들어 떨어져 나갔고 화려함을 뽐내던 수많은 꽃은 무서리에 시들어 사라지고 없습니다. 풍성했던 가을의 수많은 열매, 맛있고 먹기 좋은 열매들은 이미 떨어져 땅속에 묻혔거나 산새들의 먹이가 되어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겨울입니다. 이 와중에 신데렐라처럼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 찬바람 거센 겨울, 작은 가지에 매달려 있는 눈 속 홍자단의 고운 열매들이었습니다.

 
  겨울에도 가지에 매달린 홍자단 열매


    
중국이 원산지인 홍자단은 장미과의 개야광나무속(Cotoneaster) 식물로서 아시아 전역에 자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수련사(水蓮沙), 순자목(栒刺木), 암릉자(岩楞子) 등으로 불리며 영명(英名)은 Rockspray Cotoneaster인데 일본에서 홍자단(紅紫檀)이라는 고운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밀생하는 연한 홍색 또는 백색의 꽃이 밤에 빛나는 달빛처럼 은은하여 야광처럼 보입니다. 다닥다닥 피어나는 상록의 작은 잎이 앙증맞게 곱고 이듬해 꽃 필 때까지 붙어있는 있는 빨간 열매가 아름답습니다. 국내에서는 최근에 관상용, 약용 원예식물로 들여와 조경수, 분재용, 정원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개야광나무속(屬)으로 개야광나무와 섬개야광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개야광나무는 강원도 이북의 북한지역 바위지대에 자랍니다. 섬개야광나무는 울릉도 특산종으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에 해당하는 보호식물입니다. 울릉도 도동항구에서 시가지를 향하여 오른쪽의 암벽 능선 절벽과 바위지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이 지역을 천연기념물 제51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울릉도 전역에 분포했으나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서식지가 훼손되어 현재의 자생지만 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상록성이라 겨울에도 약간의 잎이 남아 있고 잔가지가 덩굴 모양으로 늘어집니다. 잎은 회양목이나 꽝꽝나무 잎처럼 앙증맞게 작습니다. 원산지에서는 해발 2,000~3,500m 고산지에 자생하는 왜성의 반상록 또는 낙엽성 관목으로 0.5~1m 정도 자라며. 가지가 많이 분지하며 포복하듯이 옆으로 뻗어 자라는 성질이 있습니다. 늘어진 가지에 매달린 빨간 열매가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 달려 겨울 열매 분재로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홍자단, 삭막한 겨울에 하얀 눈 속에서 붉은 열매를 풍성하게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 참 멋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탄의 트래킹 길에서 지천으로 깔린 홍자단 숲 더미를 보고서도 별로 감흥이 없어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 진가를 몰라보고 한때 보이는 현상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단견이었던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생을 이뤄가고 있는 모든 개체는 다 나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탓입니다. 이번에 본 것처럼 매혹적인 홍자단의 모습을 부탄 트래킹을 가기 전에 보았더라면 그곳에서 만난 홍자단의 떨기 숲을 훨씬 더 곱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느끼며 바라보았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릇 생명체가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면서 상대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고, 알아내면서,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더 따뜻해 보일 것입니다. 당장은 초라할지라도 때와 곳과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의 매력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로 자연 속 꽃들을 진한 감동으로 보고 기억하듯이 상대의 숨겨진 멋을 찾아내고, 이해하고, 좋았던 것을 기억하고 산다면 참으로 멋들어지고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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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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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112.XXX.XXX.239)
매번 읽을 때마다 직접 보진 못하지만 마치 본 것처럼 visualize 되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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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14: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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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순 (211.XXX.XXX.103)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야생초 관련 글들을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좋은 글과 사진들 올려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오늘 올라온 홍자단의 매력 글은, 특히 자연과 인간 세상을 따로 보지 않고 함께 연결하여 따뜻한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가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역시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고, 그것이 비단 예쁜 꽃이나 풍경에만 미치는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어릴 적부터 꽃과 나무, 자연 환경에 관심이 많았지만, 나이 들면서 더욱 관심이 커지고, 예쁜 꽃과 나무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자유컬럼에서 사진과 글을 통해 흔히 볼 수 없거나 잘 알지 못하는 여러 야생초나 꽃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어 기쁩니다.
오늘 하루 멋진 꽃과 글을 보며 기쁘게 시작합니다. 이런 기쁨 주신 선생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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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10: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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