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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찰리 검문소와 양구의 펀치볼
허찬국 2019년 02월 12일 (화) 00:22:37

최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찰리 검문소(checkpoint Charlie)와 우리나라 양구군에 위치한 펀치볼 지역에 대한 소식을 해외와 국내 언론에서 봤습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냉전시대의 부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곳들입니다.

 
사진의 아랫쪽은 찰리 검문소와 미군 탱크, 위쪽은 소련군 탱크

나치 독일의 패전 후 연합국과 소련이 분할 점령했던 베를린의 미군과 소련군 관할지역 경계에 설치되었던 찰리 검문소는 냉전시대 배경의 스파이 소설, 영화에 자주 등장합니다. 1961년 여름에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원래 협정을 위반하고 소련 측이 베를린 장벽을 쌓기 시작하며 도발해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10월에 이 검문소 양쪽에서 소련군과 미군의 전차가 대치하며(사진) 당시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가 심각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곳에는 1990년 독일의 통일로 사라졌던 것을 재현해 놓은 검문소가 있어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지역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 더 거세지며 뉴스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양구군의 펀치볼은 아직 상업화와는 거리가 먼 농촌지역입니다. 최근 정부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원래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졌던 계획인데 추진 초기 금강산 관광이 관광객 총격 피살로 중단되며 지지부진해졌던 것을 수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도에 연한 녹색으로 표시된 것이 접경지역입니다. 서쪽 끝 강화군에서 동쪽 끝 고성군까지 DMZ 남측 지역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버금가는 456km의 도보길을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채 그릇같이 움푹 팬 지형이라 붙여진 펀치볼(punch bowl) 지역에는 300억 가까운 예산으로 전망대와 곤돌라를 설치한다는 것이 계획의 일부인데, 이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펀치볼 지역의 인제군 대암산 정상에 위치한 용늪 습지는 람사르(국제늪지) 협약에 국내 등록 1호로 보호되는 곳이어서 곤돌라 공사가 진행되면 생태계 파괴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DMZ는 한반도의 허리를 폭 4km로 서쪽 끝에서 강원도를 가로지르는데 강원도 지역이 경기도보다 약 2배가 됩니다(지도의 짙은 초록색 부분). 실제로는 남, 북쪽 모두 경계에 유리하게 철책선을 옮기면서 실제 거리가 1km에 못 미치는 구간도 있다고 하지요.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민통선(지도의 황토색 부분)을 포함한 이 지역은 약 70%가 산림이고. 남북 분단 이전 논농사 지역이었던 임진강 하구부터 감화 서쪽까지는 늪지가 자리 잡으며 다양한 생물자원이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65년 동안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었으니 늪지뿐만 아니라 아마도 전 지역에서 자연적인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진기한 곳입니다. 2016년 나온 생물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 면적의 1.6%에 불과한 이 지역에 두루미와 저어새, 사향노루 등 국내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약 40% 이상이 서식합니다.  

   
DMZ, 민통선, 접경지역

정전 이후 1960년대 말까지 DMZ에서는 무장 진지화가 진행되었고, 1970~8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무장화가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남북 간의 화해와 긴장 고조 국면이 교차하는 과정을 겪는 가운데 다양한 활용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 이후 평화시(市) 조성, 축구장, 물류 센터 등 별별 방안들이 나왔습니다. 해외에서도 이곳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환경 관련 국제기구들이 DMZ에 국제자연공원 조성을 제안하고 조사도 했습니다. DMZ를 국제평화자연공원, 생물권 보전지역 등으로 전환하자 하는 제안에 북한은 자신들 포병 화력을 북쪽으로 이동하는 데 따른 군사력 약화를 우려해 거부했습니다. 

중앙 정부와 더불어 지자체들도 각종 활용 방안을 제시해왔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활동 편의를 위해 이미 접경지역과 민통선 제한이 점점 완화되고 있지요. 그리고 수도권의 개발 압력이 지속되며 경기도 파주시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도시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발전종합계획에서 보듯이 이제는 경기도 지역에 비해 사람이 드문 강원도 지역도 각종 개발이 진행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개발 대상지역과 땅값은 화해 진전 속도 이상으로 북상하며 올라갈 테지요.

「자연환경보전법」은 통일 후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DMZ를 2년간 ‘자연유보지역’으로 지정한 후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준하여 엄격히 관리하도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기에는 통일이 아니라 남북이 군사적 대치 상황을 크게 낮추어 공존하는 상황이 될 개연성이 더 큽니다. 그러면 오히려 DMZ 인접지역에 난개발이 더 심해질까 염려됩니다. 정부는 화해 분위기 고조로 세상이 달라졌다고 보여주려 할 것이고, 지역에서는 묶였던 땅을 사용할 수 있으니 개발 붐이 불 보듯 합니다. 지난해 산림청이 민통선 북쪽 국유림의 75%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입니다.

현재 상태로 보존되는 지역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0, 40대 대부분을 캘리포니아에서 보냈던 필자는 주의 동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자주 찾았습니다. 공원 남북에 인접한 대규모 산림보호지역을 제외한 공원 면적만 3,000제곱km가 넘는, 우리의 민통선 지역 면적의 두 배가 넘는 규모지요. 방문객이 많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사람이나 건물은 찾기 힘듭니다. 인구밀도가 훨씬 높은 국내에서는 비슷한 자연환경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떨 때는 인적이 없는 순전한 자연의 품에 묻혀 있는 것도 좋습니다. 폐와 눈뿐 아니라 영혼까지 깨끗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비극적인 역사의 부산물로 탄생했지만 우리 DMZ 지역의 생태계는 베를린 도심의 찰리 검문소에 비해 차원이 다른 엄청난 자연의 선물이지요.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커질 겁니다. 앞으로 DMZ를 관통하는 새 찻길과 기찻길은 지하화하면 좋겠습니다.


사진: 미 육군 웹페이지 ‘Standoff in Berlin, October 1961’ 기사에서 캡쳐
(https://www.army.mil/article/46993/standoff_in_berlin_october_1961).

지도: 이투데이 2018. 7, 6. ‘산림청, 민통선 이북 국유림 4만5000ha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 기사에서 캡쳐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638762#csidx646cac315d3d0a487c7c529caec0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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