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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마리들의 찌그렁이 짓’ 때문에 …
정숭호 2019년 02월 27일 (수) 00:13:33

지난 일요일(24일) 아내 따라 교회에 갔습니다. 보통 예배는 찬송가로 시작하는데 그날은 애국가를 부르고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100주년 3·1절이 이번 주 금요일이어서 기념예배를 앞당긴 겁니다. 설교단 뒤 초대형 모니터 위에 뜬 태극기와 ‘하느님이 보우하사’를 ‘하나님이 보우하사’로 고친 가사를 보면서 애국가 1절을 부른 후 인도자의 인도에 따라 찬송가 두 곡을 4절까지 잇달아 불렀습니다. 국민 된 도리로는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시간을 봐서 찬송가를 1절이든 2절이든 줄여 부르는 게 옳겠지만,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성전’에서는 국민 된 도리보다는 하나님 나라 백성 도리가 먼저이니 거기 법도를 따른 겁니다. 또 애국가를 1절만 부르는 게 사회에서도 ‘관례’가 된 지도 오래이기도 하고.

교회 따라다닌 지 여러 해 됐지만 설교 시간에 잡생각에서 못 벗어나는 건 여전합니다. 다른 교회에서 초빙해온 팔순 넘으신 원로 목사님이 3·1절의 의의를 살려 자유와 독립의 중요성을 주제로  약간은 지루하게 설교를 하시는 동안 ‘일 절만 하기 운동’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입니다.

‘일 절만 하기’는 꽤 오래전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된 유행어지요. 애국가를 줄여 부르는 데서 비롯했을 터인데, 했던  이야기를 또 하거나 비슷한 말을 다른 이야기인 양 다시 시작하는 친구에게 “얘, 일 절만 해라. 일 절만!” 식으로 쓰입니다. 되바라진 아이들은 부모님이 타이르는 말씀을 잔소리로만 듣고 “아빠 엄마, 제발 일 절만 하라구요. 일 절만”이라고 눈을 파랗게 뜨고 덤벼들기도 하지요. (우리 아이들이 그랬다는 건 아닙니다.) 좋은 유행어는 세대 불문하고 유행하는 법. 요즘에는 나이 지긋한 분도 말 많은 친구에게 “일 절만!”을 당부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상대방의 말을 자를 때 “자, 그건 거기까지!”라고 하는 분도 더러 있는데, 이건 “일 절만!”의 변형이지요. 하지만  “일 절만!”이라며 남의 말을 막고는 자기는 3절, 4절까지 하는 사람도 간혹 있어서 우스울 때도 있습니다.

‘일 절만 하기’를 범국가, 범민족, 범사회 운동으로 추진해야겠다 싶은 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같은 이야기를 너무 되풀이해서 너무 시끄럽고 너무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너무 많이 해서 무얼 얻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떠들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가 거의 100%입니다.

제일 가까운 예가 경남지사 김경수 법정구속에 대한 여당의 반응입니다. 판결 불만은 한 번만 말하면 됐지 틈만 나면 여기저기서 같은 말을 합니다. 맞는 것 같지도 않은 말을 계속 해대니 진력이 납니다. “우리는 이 사안이 법정구속까지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항소심 판결을 지켜보겠다.” 이 정도 내용으로 딱 한 번만 했어도 겁먹을 사람은 겁먹었을 겁니다. 무슨 뜻에서 그러는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도 계속 같은 소리를 옥타브 높여 질러대고 있으니 항소심 판사 겁주는 거 말고도 무슨 다른 속셈이 있나 의심을 사고, 결국에는 자기네 지지율을 떨어트리고 있잖습니까?

제1야당 사람들도 싫어하는 청중이 많은 노래를 자주 부르고 있습니다. 최근 것은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이나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겁니다. 이건 일 절도 부르지 않는 게 좋을 뻔했습니다. 헌재와 대법원에서 결정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여당이 김경수 법정구속을 놓고 헛발질을 해대자 “법원 판결에 그렇게 반대하면 되겠냐”고 하더니 며칠 만에 똑같은 짓을 벌였습니다. 여러 실책과 실언으로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얻은 반사이익이 말 몇 마디로 그냥 반사돼 사라졌습니다. 아이구 한심해라!

이밖에도 일 절만 했으면 좋았을 것이 여야 모두에게 많습니다. 일일이 다 쓰자니 나에게도 “여보시오, 당신이나 일 절만 하시오”라고 삿대질할 사람이 나오지 싶습니다. 요즘 젊은이 유행어를 일찍 받아들인 사람들은 “TMI !”라고 소리치겠군요. 이건  “Too much information!”을 줄인 거지요. 아무튼, 일 절만 부르기 운동은 정착돼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시끄러워요. 예전 어른들이 요즘 세상을 보신다면 “째마리들이 벌이는 찌그렁이 짓 때문에 미치겠다”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째마리는 ‘사람이나 물건 가운데서 가장 못된 찌꺼기’를 말하는 것이고요, 찌그렁이 짓은 ‘남에게 무턱대고 억지로 떼를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TMI’라고요? 천만의 말씀. 아직 한 마디 더 남았습니다. 명언 제조기이기도 했던 아인슈타인이 째마리처럼 살지는 말라고 한 명언을 한 번 들어보세요.  

약한 자는 복수하고          Weak people revenge
강한 자는 용서하며          Strong people forgive
생각 있는 자는 무시한다.  Intelligence people ign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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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웃음 (175.XXX.XXX.166)
김경수 구속을 수백번 외쳐도 우리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원래 선동으로 정권까지 잡은 사람들이 변하겠습니까? 그런데 박근혜 탄핵을 더 이상 말하지 말자구요? 그럼 탄핵 당시 신문쪼가리로 세상을 재단했던 일을 지난 과거로 치부하며 덮어두고 가자는 얘기네요. 우린 그렇게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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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09: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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