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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를 덮친 ‘이현령비현령’의 검은 그림자
이성낙 2019년 03월 13일 (수) 00:36:45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사법부에서 해석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이 속담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와 더불어 법의 보호를 받는 시민으로서 그 같은 법 집행에 불편한 심기를 숨길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사법부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험악하기 그지없는 사회의 ‘비아냥’조차 흘려넘기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법과 관련해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여러 측면에서 널리 인용하는 격언인데, 그 핵심은 ‘언제 어디서나 주어진 환경에서 법만큼은 예외 없이 반드시 준수하라’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준법정신은 크고 작은 규칙 준수와 맥을 같이합니다.

골프라는 운동의 규칙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온몸의 엄청난 근력을 모두 동원해 250m 날아가게 친 공이나, 그린 위의 홀 바로 근처 1cm까지 접근한 공을 살짝 건드려 마무리하는 그것도 모두 같은 ‘1타’로 계산한다는 점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골프 경기의 규칙을 그렇게 정했으니 따라야 합니다. 이처럼 규칙과 규율을 엄정하고 동등하게 지키고 따르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서로 불만이 없고 공정해집니다. 때론 ‘바람이 조금 더 불었더라면 공이 홀에 들어갔을 텐데’ 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즐거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2014년 1월 17일 독일 연방행정법원(Bundesverwaltungsgericht)에서는 우리 의료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송사가 있었습니다. 한 치과 의사가 진료 범위를 구강 밖인 인중(人中, 코와 입술 사이)과 턱, 입꼬리(口角) 부근까지 확대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치과 의사가 진료를 확대하겠다고 한 영역은 전통적으로 피부과나 성형외과의 진료 영역이었습니다. 법원은 그건 치과 영역이 아니라며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구강의 ‘안과 밖’이라는 영역을 분명하게 구분한 것입니다. 골프 경기에서 홀 근처에 아주 가깝게 근접한 공을 연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거의 같은 맥락의 판결이 국내에서도 있었습니다. 국내 치과 의사가 프락셀 피부 레이저 시술을 하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그런데 2013년 6월 13일 이 사건의 2심 판결에서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치과 의사의 피부 레이저 시술은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뒤이어 2016년 7월 21일에는 대법원이 안면 부위에 대한 치과 의사의 보톡스 시술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흡사 홀에서 30~100cm 떨어진 공을 ‘give, give’ 하며 인심 쓴다고 ‘들어간 것’으로 간주해 봐주는 것과 같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이는 근 100년간 의학의 영역별 전문의 과정에 따른 세심한 교육 시스템을 단번에 흔들어놓은 것이라 놀라움은 더욱더 컸습니다. 나아가 기존 시스템의 가치를 망각한 처사라 혼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아울러 학문의 영역과 관련해 대법원이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한 것 자체가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법부의 최정점에 있는 대법관이 올바른 윤리나 도덕성은 차치(且置)하고라도, 과연 건전한 논리(論理, Logistik)를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덧붙여 그 판결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필자는 참으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필자는 국내 피부과에서 레이저 기기를 피부 치료에 사용한 첫 전문의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첨단 기기는 그 자체의 속성 때문에 발전 속도가 ‘무서우리만큼’ 급진·급변했고, 필자는 어느 시점에서 레이저 치료 기기의 사용을 ‘자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자에게 최선의 도움보다는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첨단 기기의 사용은 그만큼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흔히 음식의 맛은 손끝에서 온다고 합니다. 레이저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의 ‘손끝 느낌’이 가장 중요한 치료 요소라는 얘깁니다. 매일 다양한 레이저 기기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전문의의 몫입니다. 이는 결코 ‘자기 영역’을 방어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안면 피부에 다양한 모양으로 자리 잡은 사마귀처럼 보이는 악성 피부 종양을 레이저로 마구 건드려 ‘성나게’ 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은 전문의들이 레이저 등을 사용해 진료하는 것을 여전히 조바심을 내며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피부과 전문의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그러한 교육 제도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또한, 독일이 위에서 언급한 송사를 연방대법원에서 다루지 않고 연방행정법원에서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참고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다시 한번 우리 사회, 특히 법조계가 여전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구시대적이고 비논리적인 의식 구조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법조계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가 조속히 걷히길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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