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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임종건 2019년 04월 26일 (금) 00:22:4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을 태운 열차는 24일 평양을 출발해 20여 시간만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고 25일 그곳의 극동연방대학에서 푸틴과 회동했다.

그가 외국을 찾아가 그 나라 국가원수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 외교역량을 키우고, 외부 세계에 대한 개안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2012년 집권한 이후 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으로 일곱 번째이다.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위해 중국에 네 번 갔고, 트럼프 미국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한 번씩 갔다.

문재인 대통령과도 세 번 만났는데 두 번은 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갔고, 한 번은 김정은이 판문점의 한국지역으로 왔다. 미국과의 베트남 협상이 실패로 끝나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이미 서울을 방문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외교는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그들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구 소련)를 축으로 해왔다. 김일성 시대는 중·러 외에 동구 동남아 등지로 외교의 영역이 좀 더 넓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도 집권 17년 동안 외국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뿐이었다.

그것을 벗어나는 길이 미국과의 수교이고, 그래야 북한은 명실공히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 그 점에서 비핵화 협상을 통해 미국과의 수교를 시도하는 김정은은 그의 선대들보다 대담한 면이 있다.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회담결렬로 북미 수교의 길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이번의 북·러 정상회담도 비핵화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로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지지해왔지만, 그 지지의 대전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다.

두 나라는 핵보유국 카르텔 격인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일원으로서 핵무기의 확산을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저지할 명분이 없어지고, 한일이 핵무장을 할 경우 중·러는 물론 세계의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 중·러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배경이다.

북·러 정상회담은 김정은에겐 그 같은 자명한 얘기를 다시 한 번 듣는 기회가 될 것이며, 러시아 방문 후 다섯 번째 만나게 될 중국의 시진핑 주석으로부터도 같은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가 두 우방국 수뇌의 충고를 새겨듣는다면 북미 핵협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김정은이 원하는 비핵화의 대가는 체제 안정과 경제원조다. 시진핑은 이미 그것을 약속했고, 이번에 푸틴도 역시 그랬다. 미국도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모스크바에 보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비전을 푸틴에게 전달했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는 거듭 다짐된 한미일의 지원에 더해 중·러의 지원까지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 과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북한의 경제부흥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런 입체적인 지원이 있어야 북한의 경제부흥은 달성될 수 있다.

국가원수의 공식 외국방문은 그 나라 수도로 가는 것이 관례인 점에 비춰, 김정은의 첫 러시아 방문이 모스크바가 아닌 변방의 소도시인 것은 아쉬운 점이나 이번 방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가다듬는 계기가 된다면 나름의 성과이다.

그가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을 거리를 가면서 20시간이 걸리는 열차여행을 택한 것도 앞으로는 지양되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 2월 북미회담을 위해 베트남에 다녀올 때도 열차를 이용해 12,000㎞를 왕복했다. 중국도 네 차례 중 세 차례를 열차로 갔다.

테러의 위험을 피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있지만, 열차여행을 선호했던 부조(父祖)의 후광을 입어보려는 의도라는 설도 있다. 전용기가 없지도 않은 터에 열차여행을 하는 것은 광속(光速)의 시대에 마차여행과 같은 어색함이자 비능률이다. 그가 시간이 곧 경제라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
그의 여행목적지가 서울, 일본의 도쿄를 거쳐 미국의 워싱턴에 다다를 때 그의 비핵화의 행로는 마무리된다. 북·러 정상회담으로 그날이 당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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