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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마드리드에서 느끼다
오마리 2019년 12월 16일 (월) 00:20:32
 

편견이 많은 사람을 싫어한 나 자신이 의외로 오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 드러났습니다. 전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살아 온 사회 문화와 경험에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나 자신도 내가 보고 느낀 것에만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깊은 반성을 했습니다.   

멕시코 국경과 마주한 캘리포니아 주에서 오래 살아온 나의 편견은 스페인 혈통을 가진 중남미 사람들이나 특히 멕시코 출신의 불법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그곳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패션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중 스페인 혈통의 사람들과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이 많았지요. 특히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스페인계 사람들은 문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낙천적이고 심성은 착한데 미래보다는 하루를 즐기는 삶을 사는 그들의 태도가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규칙적이지 않고 게으르고 지저분한 생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은근히 무시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입니다.

 

물론 스페인 역사를 몰라서는 아닙니다. 중세의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은 이사벨라 여왕 같은 강력한 군주가 등장해 한때는 정치 군사적 우위는 물론 신대륙 탐험으로 엄청난 부와 영토를 획득하여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미 오래전 유럽의 주도권을 잃은 데다 경제불황 실업난이 심화된 상태인 스페인을 찾기로 한 것은 중세의 화가 엘 그레코가 살며 작업을 했던 톨레도와 그의 작품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별러 왔던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몇 년 전에 다녀왔지만 시간이 없어 지나쳤던 톨레도였습니다. 나의 우상이었던 엘 그레코의 공간과 그의 작품을 죽기 전에 보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 성하지도 못한 몸을 끌고 나섰던 것입니다. 

톨레도는 엄청난 감동을 주었습니다. 20대부터 거길 가야지, 하며 꿈꾸었던 엘 그레코의 뮤지엄과 올드타운을 돌아다니며 닷새 동안 톨레도 전경을 온전히 매일 볼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날 도착하여 짐을 풀고 호텔 테라스에서 톨레도 전경을 바라보니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였지요. 생에 이곳저곳 많은 곳을 돌아다녀 본 내가 이곳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이 중세의 도시, 톨레도는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의 중세 도시 아시시와 토스카나의 시에나, 피엔자, 프랑스의 님, 아비뇽, 등 그 밖의 중세도시보다도 전체 규모와 심미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세도시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더욱이 방문객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쉬어가며 편안히 구경할 수 있도록 톨레도 성곽 주변에 친환경적인 쉼터를 만들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돋보였던 것은 톨레도를 둥글게 감싸고 흐르는 강 앞에 톨레도를 여러 곳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쉼터를 배치한 것으로 시각적인 배려가 탁월했던 점입니다. 

나의 편견을 깨뜨린 것은 또 있었습니다. 마드리드에서의 시티 투어였습니다. 원래 이층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시티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시티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걸어서 프라하 미술관으로 가는 동안 그 도로 주변의 경관과 위용을 봤기 때문입니다. 파리에만 많은 줄 알았던 오랜 세월 자라온 마로니에 나무들이 마드리드에서도 자라고 있다는 경이감과 하늘을 향해 자라난 거대한 상록수들, 또 이베리아만의 느낌을 주는 아토차 역과 아름다운 농수산부의 건물 등을 보면서 고도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시티 투어를 한 후 느낀 것은 스페인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오랜 역사와 유구한 문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상상해왔던 것보다 스케일이 훨씬 크고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며 시간의 결이 묻어나는 스페인 고유의 건축물들, 전통미와 어우러저 나는 사람 사는 냄새가 도시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작은 식당에서도 음식맛은 기본 이상이었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올리브 장아찌의 맛과 이베리코 하몽(스페인 스타일의 돼지고기 절임)이 일품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의 옷차림은 캐나다보다도 훨씬 수준이 높았습니다. 어느 나라엘 가도 손색이 없는 패션문화와 백화점에서 매이드 인 스페인 패션을 보고 그 싼 가격과 수준 높은 디자인 감각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그런 식문화와 높은 예술적 감각이 있어 스페인의 패션 브랜드 자라(ZARA) 오너가 세계 부자 서열 1위가 된 것이 아니었을까요.

톨레도에서, 마드리드 시티 투어에서 받은 것 못지않게 마드리드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백화점에서 식당에서, 택시 서비스에서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만의 특유의 친절함과 자연스러움은 나를 편안하게 하였고 스페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그들이 나와 같은 노인들에게 보여주는 친절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차 안에서 항상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이 진정성이 있어보였기 때문인데 아직도 스페인에서는 전통적 가족문화가 살아있고 경로사상이 남아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경로사상은 커녕 듣기에도 읽기에도 끔찍한 '뜰딱'이란 단어(내겐 충격적이었던 표현), 노인들을 비하하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도 이런 혐오감 주는 단어로 노인들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노인 학대죄로 처벌을 받으니까요. 아름다운 한글조차 망치는 내 모국, 한국과는 다른 나라, 이 스페인에서 얻은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유구한 문화와 역사가 있는 스페인을 속단했던 내 편견이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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