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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우중 회장과 IMF체제
신현덕 2019년 12월 17일 (화) 00:21:04

김우중 회장 별세 소식이 그간 잠잠했던 ‘대우그룹’ 이야기를 항간의 화제로 불러냈습니다. 그는 널리 알려진 대로 얼마 안 되는 자본으로 시작해 한때 재벌순위 2위까지 올랐습니다. 대우그룹은 초고속 성장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누가 기업을 창업한 후 무섭게 성장하면 제2, 제3의 대우라고 부르기 일쑤였습니다.

1970~1980년대 한국 젊은이들의 꿈은 김우중 회장처럼 되는 것이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외국의 젊은이들이 김 회장의 세계경영에 감탄했습니다. 그의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자유 시장경제를 막 시작한 동구 및 중앙아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에선 수신교과서처럼 읽혔습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의 젊은이들도 이 책을 샀습니다. 김 회장은 ‘한국 경제발전의 신화’ 중심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그가 이제는 전설이 돼 갑니다.

 
몽골어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겉표지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강하게 구조 조정을 밀어붙일 때 김 회장이 ‘남산클럽’에서 언론인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남산클럽은 대우 언론재단의 후원을 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주제는 당연히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IMF체제에 안 들어갈 수 있을까"였습니다.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던 김 회장의 제언입니다.

첫 번째, 모든 근로자를 현 상태로 둔 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근로자를 내보내면 가정의 안정이 파괴되고, 동시에 사회 기본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걱정했습니다. 김 회장은 국가 전체가 불안정해질 것을 막자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정부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부실기업퇴출과 명퇴를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을 시행했습니다. 은행과 금고, 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김회장은 퇴직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J은행의 ‘내일을 준비하며’란 눈물의 비디오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외환 부족 해결책을 국내에서 찾자고 주장했습니다. 그 무렵 대우와 LG가 금괴를 수입, 판매했습니다. 김 회장은 두 그룹이 금괴를 사간 고객리스트를 다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로부터 금괴를 잠시 빌리자고 제안했습니다. 금괴를 한국은행에 보관하면 그것이 곧 외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괴를 빌리자는 이야기는 어디로 숨었습니다. 대신 ‘국민 금모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국민 351만 명이 참여해 227톤(약 21억 달러)이 모였습니다. 대우와 LG가 수입한 금괴가 얼마나 나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관련되었다는 흉흉한 말들이 시중에 돌았습니다.

세 번째, “각 기업의 부담을 30%만 줄여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기업 스스로가 ‘줄이겠다.’는 다짐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업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부담을 줄여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습니다. 정치권을 향해 정치자금을 줄여야 국민적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하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눈물의 하소연인 셈이었습니다. 그 후 대통령들의 비자금과 불법 선거자금 수사가 진행되면 대우와 김 회장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 있었습니다. 정치자금이 대우의 목줄을 졸랐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그와 전(前) 대우 임직원에게 족쇄처럼 남아 있는 추징금의 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합니다.

네 번째, “모든 근로자들이 하루 1시간만 더 일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해마다 머리띠를 두르고 파업에 나섰던 근로자(노조)들을 향한 곡진하고 절박한 애원이었습니다.  (파업 근절로)생산단가 즉 상품가격을 내려 경쟁력을 높여 달라는 간곡한 뜻을 담았습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IMF체제를 슬기롭게 벗어나자는 절규로 들렸습니다.

어느 것도 실행되지 못 했습니다. 천문학적인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정치자금 분야는 아직도 투명하지 않습니다. 노조는 일하는 시간을 더 줄여야한다고 아우성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다 해결될 겁니다. 하지만 김우중 회장의 못 다 이룬 꿈,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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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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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07)
대우 직원으로 있었던 조카가 하는 말이 한 여름 밤의 꿈 같았다고 합니다. 그 애의 표현은 아름답지만 대우의 질곡은 지금까지도 계속.
정치와 기업의 숙명적 boundary를 떠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슬픈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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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8 00:50:42
1 2
신현덕 (210.XXX.XXX.84)
감사합니다
안에서는 잘 안 보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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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7:30:20
0 0
장용구 (211.XXX.XXX.138)
진정한 영웅은 갔습니다. 허풍쟁이 짜가가 판칩니다. 나라가 어렵습니다. 대우 정신이 살아있었더라면....공짜 좋아하는 남미식 포퓰리즘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 정부를 보면 암담합니다. 사탕은 달고 약은 쓴데 국민을 호도하느라 나라가 온통 제 정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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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1:24:17
1 3
신현덕 (210.XXX.XXX.84)
감사합니다
정치자금과 의석수 나눠 갖기는 여전하지요.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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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7:29:19
0 0
심의섭 (59.XXX.XXX.72)
역시 기대했던 글 . . .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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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07:20:03
1 0
신현덕 (210.XXX.XXX.84)
김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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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7:27:51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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