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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치, 승자는 누구인가
김희원 2020년 03월 13일 (금) 00:47:01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90%로 치솟았다. 갤럽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 역사에서 지금까지 최고로 남아 있는 기록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테러 당일에만 세 번의 담화를 발표했고, 무너져 내린 테러 현장을 찾아 소방관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테러 후 넉 달 동안이나 대통령 지지율은 80%대였다. 미국인들은 3,000명의 목숨을 잃은 슬픔과 추가 테러의 두려움 속에서도 리더를 중심으로 위기를 함께 넘자며 똘똘 뭉쳤던 것이다. 

2013년 2월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속적인 상승세였다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반전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고가 나자마자 지지율이 떨어진 게 아니다. 참사 직후 대통령 지지도는 64.7%(리얼미터)로 오히려 1.6%포인트가 상승했다.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얼마나 사태 파악을 못 했는지는 나중에 낱낱이 드러났지만, 그때만 해도 재난을 수습해야 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 국민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극은 정쟁으로 소비됐고, 유가족과 생존자를 외면한 대통령의 지지율은 7월까지 줄곧 하락했다.

재난은 정치인에게 위기가 아니다. 극적인 재평가의 계기일 뿐이다.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그 평가를 가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지금으로선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47.9%, 48.7%(리얼미터 3월 2~6일 2,527명 조사)로 거의 비슷하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말 이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3~5%P 많았지만 그 격차가 0.8%P로 좁혀졌다. 나름 잘 대처하는 면도 있지만 부족한 면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세계 최고의 진단능력, 투명한 정보 공개, 집단감염 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선별 등 좋게 평가할 게 있지만 그런 노력을 깎아먹는 잘못도 많다. 그중에서도 ‘메시지 관리의 실패’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대구 경북의 신천지 집단 감염이 발발하기 직전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섣부른 희망의 애드벌룬을 띄웠다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런데도 3월 첫 주를 지나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자 또 다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경계심을 늦출 수 있는 말이 나온다. 대변인의 “대구 봉쇄”는 단순한 말실수였어도 치명적이다. 여기에 “TK 손절”과 같은 당 관계자의 망언은 어떤가. 모든 사람의 말실수를 막기는 어렵지만 사후에라도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방역이 세계의 모범이고 표준이 될 것”이라는 평가는 제발 남들이 하게 놔두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금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야당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으로 이번 총선을 치를 작정이다. 미래통합당은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 사용을 고집하고, 정부가 중국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것을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정부 실책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리얼미터 2~5일 2,541명 조사) 20.5%(이낙연 전 국무총리 30.1%)로 처음 20% 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지지층을 결집한 효과는 약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도에 그친다. 국가적 재난이 닥치면 오히려 단합하고 연대하는 국민의 눈에,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모습은 지긋지긋할 뿐이다.

코로나 정치의 진정한 승자는 지지율이 5.6%에서 13%로 껑충 뛴 이재명 경기도 지사다. 신천지 측이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겨 추가 감염의 우려가 커지자 그는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진입해 강제로 명단을 확보하는 강경한 조치를 했다.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죄로 고발해 ‘과잉 대처’ 논란을 빚은 박원순 서울시장(3.6%)이나, 묵묵히 진료 봉사를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6%)도 그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니, 국가 재난 시 정치인이 보여야 할 리더십은 국민 안전을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되 오버해서도 안 되고, 방역에 힘써야 할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4ㆍ15 총선은 피할 수 없는 ‘코로나19 총선’이다. 국민의 마음을 잡는 비결은 따로 없다. 묵묵히 일하면 안다. 이제 신속한 진단보다 사망자 줄이기에 집중할 때다. 뒤늦게 확산이 시작된 해외에서 역유입될 감염자에 대한 외교적 관리가 다음의 문제다.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서울대 인류학과 졸,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석사. 
한국일보 사회부장 문화부장 기획취재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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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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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해 밝게 가야 (59.XXX.XXX.68)
어려울수록 원칙에 순응하라..... 1>순차적으로 국민생명을 우선시하고, 2> 국가의 안위를 중시하며, 3>국제적 밸런스를 파악하라......
** 공감::국가 재난 시 정치인이 보여야 할 리더십은 국민 안전을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되 오버해서도 안 되고, 방역에 힘써야 할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4ㆍ15 총선은 피할 수 없는 ‘코로나19 총선’이다. 국민의 마음을 잡는 비결은 따로 없다. 묵묵히 일하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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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12:06:32
1 0
채근담 (211.XXX.XXX.99)
견강부회. 이재명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무척 고무되신 모양입니다. 하긴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귀엽기만 한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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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10:02:41
0 1
한민 (110.XXX.XXX.64)
균형잡힌 칼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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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6 08:49:17
0 0
김창식 (211.XXX.XXX.180)
자유칼럼에서 뵈니 반갑습니다.
균형 잡힌 시각의 글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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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5 15:51:35
0 0
(27.XXX.XXX.218)
이재명 도지사는 신천지에 강압 조치를 취해서 지지도가 껑충 뛰어올랐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도리어 중국 눈치 보느라 초기 확산을 막지 않아서 긍정평가가 50% 가까이 회복됐군요.
온 국민이 숨 죽여 외출을 삼가고, 가게들은 문을 닫아걸고, 기업들은 불경기로 한숨 짓고, 나라 경제가 신음하고 있는데. 세계가 우리 국민을 내쫓고 있는데.
어떻게 해도 좋다, 그게 우리 편이라면ㅡ
내로남불도 코로나처럼 강한 전염성을 가졌나 보네요.
이미 확산된 상황에서도 빠른 시간에 확진자를 가려내고, 사망률을 줄인 우리 의료진의 뛰어난 의술과 봉사에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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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5 09:32:03
0 1
벽동 (14.XXX.XXX.61)
일단 제목이 거북하다. 내용상으로 시기 질투 모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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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5 08:14:31
1 0
장영채 (221.XXX.XXX.53)
너무 지당합니다. 마스크를 ㅅㅏ기 위해 줄서는 자도자에게 한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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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4 07:32:5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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