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고영회 산소리
     
과기예산으로 재난지원금 메운다?
고영회 2020년 06월 26일 (금) 00:21:53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변화를 요구합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으로 14조 원가량 뿌렸고, 빈 곳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나 봅니다. 정부는 부처별로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가운데 과기부도 4,000억 원 규모로 삭감을 계획 중이라 하고, 그 가운데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660억 원 예산 감액안을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보도). 이러다 보니 출연연에 돈이 가지 않아 출연연에 지급되지 않은 돈은 약 3천억 원 정도 되나 봅니다(헬로디디 이석봉 기자 보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수많은 행사가 취소되었기에 사용하지 않은 예산이 많았을 것이니, 먼저 그런 예산을 찾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잘못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먼저 그렇게 조정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부처별로 할당액을 주어 조정하면 과학계와 같이 미래를 준비하는 분야에도 무차별로 조정되고 과학계에 예산을 지급하지 않으면 과학의 생명이 위협받습니다. 이렇게 과학기술 예산을 마구 줄여도 되겠습니까?

호경기와 불경기 어느 때가 연구개발하기에 더 좋은 환경일까요? 역설적이게도 불경기 때가 연구개발에 투자하기에 좋고 우리 역량을 키우기 유리한 때입니다. 고급 인력이 많고,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도 모셔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개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매우 중요하더라도 당장 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부터 줄입니다. 연구개발부서가 첫째 구조 조정 대상이 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다시 떠올립니다. 멀쩡해 보이던 나라가 갑자기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기업은 허둥댔습니다.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정비합니다. 그때 중요하지만 당장 급해 보이지 않던 연구소부터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과학기술이란 이름이 주는 자긍심으로 살던 과학기술자들이 거리로 내쫓겼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거꾸로 갔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 과학기술계는 우리 사회가 관심으로 투자하고 과학기술을 중시한 만큼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의 성과로 볼 수 있는 국제특허출원 건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4~5등을 차지합니다. 그 결과 변리사 관련 국제행사에 가면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합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7위 수준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생기면서 그동안 우리가 과학기술에 투자한 효과를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장비와 진단 도구에서 확인했습니다. ‘차탄채(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을 개발한 것에서도 우리 국민의 과학적 창의성이 더욱 빛났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사이 우리는 이미 세계에서 앞자리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가 과학에 투자한 덕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부모가 살림이 어렵더라도 적금을 들고, 먹을 것을 줄여서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낸 것은 희망이란 씨앗을 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힘들다고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 예산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됩니다. 과학기술 예산은 부모가 고향에서 자갈밭 갈아 농사지으면서 보내는 유학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과학계는 국민이 투자한 만큼 알뜰하게 써서 기술 개발 성과로 보답해야 합니다.

지금 어렵더라도 희망의 씨앗은 계속 뿌려야 합니다. 과학기술이란 나무는 오랫동안 투자해야 자랍니다. 그 나무는 쉽게 시들 수 있습니다. 죽은 나무를 다시 키우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당장 급하다는 핑계로 나무를 죽일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이란 나무에 물을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2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손환진 (112.XXX.XXX.252)
안녕하십니까?
글과 관련하여... 다음의 현실도 알려 드리고 싶어 연락 드립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지원사업 이라는 과제는 진행 중에 코로나지원금 충당을 위해 예산 30%삭감으로 진행에 불편과 낭비와 손실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거 결정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국민 이라고 생각하니...
걱정이 많이 됩니다.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답변달기
2020-06-26 13:21:36
0 0
유희열 (112.XXX.XXX.252)
전적으로 동감하는 글입니다.
낭비성 예산이 얼마나 많은데 획일적으로 삭감해서는 안되는데
고회장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메아리치길 빕니다.
답변달기
2020-06-26 13:20:02
1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