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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씨 그대에게
오마리 2008년 03월 22일 (토) 11:27:57
당신의 글을 읽은 후, 오래 전 저의 삶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홀로가 아닌 홀로의 긴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때의 기억입니다. 아직은 해야 할 공부가 더 남아 있었고 가장의 역할에서 다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입니다. 가족은 모두 귀국시키고 홀로 미국에 남아 정리해야 할 많은 일들과 귀국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으로 갈등이 많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가족이 떠나버린 그 날, 덩그런 집에서 밀려오던 그 적막함과 홀로 다시 하루하루 살아야 한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금의환향이라고 웃으며 떠나갔지만 저는 공항에조차 나갈 수 없는 감성뿐인 사람인 데다 홀로 아기를 품고 일하며 낳아야 하는 서러움도 있었습니다.

매일 귀가를 하면 우편함을 열어 보는 것이 일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편함의 작은 문틈 사이로 비치는, 내부에 하얀 색이 어른거리지 않는 날이면 가슴이 내려앉곤 했습니다. 어떤 때는 무슨 청구서라도 와 주었으면 할 만큼 외로웠던 시절이었습니다.


S씨

홀로서기를 잘 하여 부러운 여성도 있고 잘 못하고 서투른 여성도 있습니다. 밥짓기를 밥벌이보다 잘 하신다는 그대는 아마도 제 주변의 많은 한국 태생 여인들처럼 홀로서기를 잘 못하는 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심성의 여성들은 직계 가족조차 없는 이국 생활을 견디기도 힘들 것입니다. 더욱이 갑작스럽게 자립까지 해야 하는 사건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생존과 직결될 때, 작은 새 한 마리가 태산을 넘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이 근래 이혼과 함께 뜻하지 않게 자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부부 중 누구의 잘못이든 옆에서 보면 안타깝습니다. 특히 40대 이상의 한국여성들은 가정과 남편에 정신적으로 많은 의지를 하며 살도록 무의식적으로 어려서부터 길들여져 온 탓인지, 예상치 못한 이혼으로 가정의 해체와 독립해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합니다. 아니 어떤 여인은 거의 자폐에 가깝게 폐인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생긴 일은 정서적으로 소화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 만한 외로움을 극복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힘겹기만 합니다. 혼자 생활을 능히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여성이 친권을 소유하고 자식들까지 부양하는 경우를 볼 때 정말 가슴이 저립니다.

친하게 지내온 참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데 그녀는 한국에서 해보지 못한 식당의 주방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 역시 자존심을 다 감추어 두었겠지요. 대학 다니는 두 아들을 혼자 부양하고 있습니다. 이젠 지쳤는지 아주 가끔 "저 이제 정말 힘들어요. 온 몸이 다 쑤시고 아파요" 라고 합니다만 그 직업이 그래도 웬만한 오피스 일 보다는 수입이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아이들과 같이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으니 식당 일에서 헤어 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할 수 없다는 옛말이 있듯이 내가 그녀의 어려움을 구할 수 없으니 참으로 마음 싸아 해질 때가 있습니다만 나는 내게 없는 용기를 가진, 그래도 씩씩하게 항상 웃으며 자주 전화를 걸어주는 그녀가 존경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S 씨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용기를 잃는 일일 것입니다. 용기와 함께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을 시시때때로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즉 자신을 세뇌시키는 마인드 컨트롤이 무엇보다도 우선순위입니다. 마음 속의 생각은 현실로 이루어진다 하니 작은 일에서부터 매사 소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그림을 그리십시오. 그리고 결코 주저앉지 마시고 앞만 보고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새벽 깨어나자 갑자기 불교경전의 글귀 중 몇 구절을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이미 아는 글이겠지만, 그대 뿐 아니라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사는 여성, 가슴 시린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 여성들 모두에게 보내고 싶은 글입니다. 이런 글들이 그대의 현실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저 침묵이 오히려 고맙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글을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불교 경전 중 초기에 씌어진 <숫타니파타>의 몇 귀절을 발췌하여 씁니다.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과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지막으로 부처님 최후의 유언이자 설법 중 한 구절과 함께 S씨 그대에게 아껴둔 붉은 장미를 보냅니다. 부디 장밋빛같은 삶의 열정을 불러일으키시기 바랍니다.

“너희들은 다만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만을 의지하여라.”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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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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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99.XXX.XXX.82)
요즘의 제 마음을 선생님께서 꺼내놓으신것처럼 선생님이쓰신 글을 읽으면서 그냥 눈물이 흘렀습니다....장미빛같은 열정으로 용기와 희망으로 열심이 열심이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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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4 09: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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