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영환 사에라
     
안산의 25시
김영환 2008년 03월 28일 (금) 04:09:34
김대중 정권의 말기였던 2002년 7월 은행권의 토요 휴무 도입으로 주 5일제 근무가 본격화되었습니다. 3년 뒤 공무원들이 쉬어야 민간기업도 쉰다는 명분으로 공무원들도 주 40시간 5일 근무제에 전면 동참했습니다. 그러니 요즘 은행 관공서 종합병원 등 대체로 조직화한 공공 서비스 기관들은 닷새만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필자의 인식입니다.

주 5일제 근무 사회는 물론 생산성 위주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우편 집배원을 보면 토요일에도 늘 아파트에 우편물을 날라다 줍니다. 주 5일제 도입 당시부터 제기된 격차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시내버스 택시 지하철 철도 항공기 운행, 이런 부문도 5일제에서 소외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죠.

우리나라에는 의외로 토, 일요일이 없는 영세 직장이 많습니다. 어느 잡지사는 아침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고 마감이 시작되는 중순부터 인쇄에 들어갈 때까지 길게는 보름 정도를 아침 9시부터 밤 11시정도 까지 일했습니다.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12시간. 직원들은 병원 갈 틈이 없어 치아가 상하는 줄도 몰랐죠. 열악한 회사는 퇴직금이 노동계약서에 따라 월급에 포함됐다면서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퇴직사원이 분노하여 노동청에 기업주를 고소했습니다. 이런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에는 수도 없이 많을 줄로 압니다.

최근 안산시가 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간 민원서류를 발급해 주는 '원더풀 25시 민원감동센터' 두 곳을 열었습니다. 센터는 심야에 찾아오는 국민들에게 주민등록 등·초본, 인감증명서, 건축물대장 등 40여종의 민원서류를 발급해줍니다. 낮에 민원서류를 신청 못하는 안산 주변의 사람들이 누구이겠습니까. 대체로 맞벌이 등 근로자들이 아닐까요.

'3.3(3월3일) 민원혁명'의 구호를 내건 이 센터에는 공무원 3~4명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하는데 두 곳 각각 토요일엔 120명 이상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주 5일제 사회에 등장한 민원 25시로 노동강도가 하급공무원들에게 쏠리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모두가 민원감동센터의 취지에 호응해 자원한 직원들로서 지역사회 봉사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부시장 국·실장 등 본청의 고위 간부들도 센터장으로 동참해 격려한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섬긴다'와 '머슴'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죠. '先天下之憂而憂하고 後天下之樂而樂하라.(천하가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하고 천하가 즐긴 뒤에 비로소 즐기라.)' 안산의 25시를 보면서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였던 범중엄(范仲淹.989~1052 )이 위정자에게 준 경구(警句)가 떠오릅니다. 안산의 민원감동센터는 행정 서비스의 공급자로서 소비자인 국민을 헤아리는 본보기입니다.

안산시의 '민원 혁명'은 민간부문도 깨달아야 합니다. 근년 외국인이 대주주가 된 시중은행들은 방대한 순익으로 해마다 거금을 배당합니다. 순익을 주체 못하는 이런 금융기관들에게 고용을 늘려 주말에도 점포를 열고 영업하도록 해 보십시다. 종합병원들은 수입 의료장비가 고가라고 타령만 할게 아니라 늘 평일처럼 가동해 보십시다. 기다리는 환자 좋고 병원도 수입이 늘어 좋겠죠. 이런 부문부터 교대 인력의 고용을 늘리면 실업자가 줄고 이 정부가 내건 7% 경제성장의 활로도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최근 모 언론에 공무원 6일 근무제 검토가 보도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주 6일제에 대한 검토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주 5일 근무하되 교대 인력을 충원해 주 6일 돌아가는 체제는 어떤가요.

4만 달러 국민소득이나 세계 7대 강국이 말로 되는 게 아니죠. 공직자들의 발상과 행동부터 달라지면서 변화를 선도해야 합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방기웅 (211.XXX.XXX.29)
매우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공무원,관료들이 자신들을 공복이라고까지 생각해 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선택된 사람이라는 오만함을 버리고 지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지만 안해도 우리나라 현 모습은 이러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답변달기
2008-04-07 00:33:25
1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