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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멍멍멍! 3다도 맞아?
최창신 2008년 04월 03일 (목) 00:10:16
걸어서 탐라(耽羅) 일주(3)

제주도를 삼다도(三多島)라고도 합니다. 바람과 돌과 여자가 유난히 많아 그렇게 불리워집니다.
제주 출신의 작가 현길언은 말합니다. “내 소년시절의 기억의 창고에는 이 바람소리가 가득 쌓여있다. 초가집 추녀를 휘젓고 부는 바람, <중략> 제주 사람들은 그 바람의 위세와 언어를 새겨들으면서 한 세상을 살아왔다. 바람은 그렇게 제주 사람들에게는 위엄이 넘치는 잔인한 교사였다.”(‘바람과 돌과 소나무’에서)

그는 또 말합니다. “방풍림 나무들은 한 겨울이 돼도 모진 바람과의 싸움을 쉬지 않는다. 그 싸움은 울부짖듯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방풍림을 흔드는 바람소리는 겨울 내내 심장을 긁어 내리듯이 흉물스럽게 다가온다. 눈보라와 함께 초가 처마를 칠 때에는 전쟁터의 총소리처럼 귀청을 뚫고 지나간다.”(‘봄 오는 소리’에서)
   
  ▲ 돌담과 바람의 조화. 엉성해 보여도 제주도 사람들의 지혜가 빚어낸 걸작입니다.  
역시 돌도 많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담과 경계선은 돌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그 울타리들을 볼 때에는 한결같이 엉성해 보였습니다. 돌과 돌 사이의 간격이 많아 불규칙하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입니다. 서툰 솜씨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애월(涯月)을 지날 무렵 우박 섞인 강한 비바람을 맞으며 문득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람과의 조화를 위해 일부러 담에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놓았을 것이라는.

그렇습니다. 담은 급하게 지나가는 바람을 방해하거나 막아서지 않고, 바람도 굳이 담을 쓰러뜨릴 듯이 성난 모습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대타협이 이루어지게 된 셈입니다. 따라서 바람과 돌담이 창과 방패로 마주서지만 격돌하지 않고, 비록 강하고 거칠긴 해도 절묘한 화성(和聲)으로 2중창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 정치인들도 이런 슬기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으나 20km 이상 걸으면서 매우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개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많았는지, 아니면 근래 유행처럼 개 기르는 일이 성행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되 아무튼 개는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집집마다 한 두 마리씩은 꼭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개들이 마구 짖어대니 더 많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기가 3다도 맞아? 4다도로 고쳐 불러야 되겠군.’ 걸으면서 줄곧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제주도를 ‘3무(無)의 땅’이라고도 합니다. 거지와 도둑과 대문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지까지는 몰라도 도둑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집집마다 개가 필요할까요?

개 종류로 보아 보신탕을 위한 용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했습니다. 애완용도 있었고 집지키기용의 실팍한 녀석들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3무에서 최소한 하나(도둑)는 제외되어야 하는 게 아닐는지. 아니면 세 가지 모두가 제주도의 특징이 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건 아닌지. 아무튼 세상은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 한낮 여행인지라 한림(翰林) 애월(涯月)의 바닷가를 지나며 달은 보지 못했고, 대신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을 보았습니다. 마을 이름처럼 운치있는 풍경이었습니다.  
   
30km를 걸어 한림(林)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이름 치고는 너무 점잖고 고상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조선조 때 예문관(藝文館) 소속의 벼슬 이름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문인들, 학자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조금 전에 지나온 애월(涯月)은 무척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그 발음도 뜻도 모두 시적(詩的)입니다. ‘물가의 달’. 그곳에서 달을 보면 유난히 아름답다고 합니다.

한림에서는 ‘한수풀체육관’의 장현(張鉉) 관장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수련생들을 지도하는 바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식당으로 안내해 주었고 숙소도 마음에 드는 곳을 잡아 주었습니다.

첫눈에도 용모가 단정한 미남이고 총명해 보였는데 과연 남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그의 체육관 수련생은 모두 1백10명. 한림읍의 인구가 1만5천명 밖에 안 되는 점과 그 작은 마을에 도장이 네 개나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입니다.

“여기서 그만한 수련생을 유지한다는 것은, 서울로 치면 5백명 정도의 도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태권도신문 김창완 국장의 평가였습니다.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그 정도의 성실성과 수완을 보인다면 그의 장래는 밝을 게 틀림없습니다. 중간에 교만해지거나 허튼 짓만 하지 않는다면…

최창신
서울신문 기자 출신. 체육부(현 문화관광체 육부) 대변인을 거쳐 체육과학국장·체육지도국장으로 서울올림픽 대비 종합전략을 기획, 한국의 4위 달 성에 기여했다. 축구협회 수석부회장, 문화체육부 차관보, 2002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태 권도신문사 상임고문, 한국유소년축구회 회장, 프로축구단 서울유나이티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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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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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익 (210.XXX.XXX.253)
아하~!
제줍니다.
여기 2탄이 있었군요. 칼럼을 늦게 늦게 읽는 바람에 여기 있는 줄 미처 몰랐답니다. 느림보의 미학 덕분...
옛날에는 그렇게 개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인심이 각박해져 가면서 자연스럽게 개키우는 집들도 늘어나더군요. 대문이 없다고들 하지만, 농촌지역도 대문이 많이 설치되어 가고 있습니다.
옛날의 삼다도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삼다도의 정신까지 다 사라져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도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하고, 또한 육지에서 이 고장에 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도민 전체의 약 20%차지) 문화파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좋은 추억 많이 쌓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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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4 16:41:40
0 0
최창신 (219.XXX.XXX.9)
우선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림의 한자는 원고와 달리 잘못 타이핑 되어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 수정하였습니다.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어도 늘 관심가져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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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6 21:45:45
0 0
신만돌 (124.XXX.XXX.58)
신혼여행을 갖다 온 후 벌써 10여년이 지났는데...
개들이 집집마다 있다니...
사람들의 인심이 예전 같이 않다고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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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5 21:05:32
0 0
busisi (211.XXX.XXX.129)
30km를 주파, 한림(寒林)에 도착했습니다.---->
1)걸어서 제주도 여행을 하신다는 분이 왜 走破를 하십니까?
2)寒林은 사진설명에 나오는 것처럼 翰林으로 바꿔야 합니다.
답변달기
2008-04-03 17:01:23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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