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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난장
백운선 2006년 11월 28일 (화) 00:00:00
‘난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 속에는,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난장의 모습이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상인과 팔 거리가 몰려들고 무척 북적대든 광경이 떠오릅니다. 난장은 정해진 장날 외에 특별히 며칠간 더 여는 장, 혹은 한데에 난전(亂廛)을 벌여 놓고 서는 장을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난전’은 허가 없이 함부로 벌여 놓은 가게를 뜻합니다. ‘난전 몰리듯 하다’라는 말은 몹시 급하게 몰아쳐서, 몰리는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리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이고 ‘난전 치듯 하다’는 마구 단속하여 닥치는 대로 물건을 압수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번 부동산 파동은 여러 모로 한 판의 난장이었습니다. 난장같이 요란하였으며 난전 몰리듯 했고, 난전 치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 판에 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파동이 강 건너 불구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국토의 88.2%에 해당하는 지방에 터 잡고, 서울과는 별다른 연고 없이,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들이 바로 이 난장판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잘 나가는 서울 아파트의 한 평 가치에도 못 미치는 집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볼거리는 극심한 허탈에 빠져 바라만 보아야 하는 ‘서울의 난장’이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무얼 했나?” “나는 과연 저들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같은 국민인가?” 이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탄에 가까운 물음일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이 최고 국정과제의 하나로서 설정되었고 대통령도 재임 기간 동안 지방화와 균형발전 정책이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47.2%가 살고 있고, 전체 국가 경제력의 56.2%, 금융거래비중이 7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 집중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도권 과밀화의 체감 지수는 최고조에 이른 듯합니다. 특히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포화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와는 반대 방향을 달려 왔습니다. 과밀을 막겠다던 정부가 수도권의 신도시와 뉴 타운 개발계획을 단방 약처럼 끝도 없이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급한 불을 끄듯 내놓은 이른바 11.15부동산 대책은 아예 과밀을 부추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개발 밀도와 용적률을 높이고 녹지율을 낮추겠다는 겁니다. 이러다가는 결국 수도권이 온통 벌집이 되지 않겠습니까?

지방을 발전시키겠다는 각종 계획이 이제는 공허하게만 느껴집니다. ‘문화 수도,’ ‘문화중심 도시’ 등 한 동안 광주 지역에서 요란했던 구호를 접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서울이 유형, 무형의 모든 문화적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서 무슨 수로 중심이 되겠다는 겁니까? 지방 대학이 처한 형편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혁신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고 지방의 온 대학들을 마치 돈 따내기 브로커 회사처럼 만들어 경쟁시켰지만, 신입생 충원 환경은 해가 다르게 악화되어 가고 있고,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가능성 또한 가파르게 바닥을 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균형발전에 관한 한 이 정부는 그 임기를 낭비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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