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의 말을 사용하고 있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옛 어른들의 말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인물을 고르는 기준으로 그 사람의 생김새보다는 말이나 글이, 그보다는 판단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라도 고상하고 품위 있는 말을 골라서 써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과연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글인가 의심하게 하는 것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욕설이 난무합니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에게 하는 것도 삼가야 할 텐데, 가족 사이에서도 욕설이 횡행하는 것은 차마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개새끼’라고 욕하면 부모인 내가 ‘개’가 되는 것이고, 아내에게 ‘쌍년’이라고 하면 남편인 내가 ‘쌍놈’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정말 누워서 침 뱉기입니다. 더구나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웃어른에게 욕하는 것은 인격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요즘 국가적으로 사과가 풍년입니다. 대선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후보 부인들마저 사과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그런데 사과하는 모습이 좀 이상합니다. 사과란 먼저 잘못한 상대방에게 하는 것인데 엉뚱하게 국민들에게 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공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인 경우 국민들에게도 해야 된다고 여겨집니다만, 우선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의 용서를 구한 다음이라 여겨집니다. 사과하는 내용도 우습습니다. 잘못한 것을 사과할 수는 있으나 인격과 관계되는 것을 사과로 어물대며 넘어가려는 태도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인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또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도 그렇습니다. 자기의 주장을 바꾸게 되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국민이 원해서 바꾼다는 것은 해명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가나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원한다고 해서 따라 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소위 포퓰리즘을 따라 정치가 이뤄진 많은 나라들이 도탄에 빠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겠습니다.
올바른 부모는 자식이 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주거나 싫다고 하지 않도록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식을 위해서 올바른 것인가를 판단해서 선택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이 원한다 하더라도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서 실행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고, 국민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학정(虐政)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고사도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세금을 내기 싫어한다고 세금을 걷지 않으면 국가를 어떻게 유지할 것입니까! 또 지금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국가부채를 증가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잿물도 공짜라면 마신다."는 말도 있지만 국민재난금을 준다는데 싫어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요? 국민소득 상위 10%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는 푼돈이나 다름없는 지원금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상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별로 입지 않은 대상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매표행위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인데 귀에 달콤하게 들리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을 그럴듯하게 하더라도 그 사람의 진정성이나 신뢰도를 따져서 새겨들어야 합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 내뱉는 말을 진심이라 여기는 것은 크게 어리석은 일입니다.
인격이란 하루이틀 사이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나타내줍니다. 한두 마디 사과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이유근
전남대 대학원 졸. (현)아라요양병원장, 김영갑갤러리 이사장, 위즈덤시티 이사장(대학생 육성프로그램인 Human Renaissance Academy 운영). (전)조선대 의대 조교수. 제주한마음병원 원장, 제주도 의사회장. 한국스카우트제주연맹 위원장. 제주도 사회협약위원장, 제주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장.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