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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믿으면서
홍승철 2022년 07월 12일 (화) 00:01:45

바쁜 삶을 살든 여유 있는 삶을 살든 창의력은 생애 전반에 걸쳐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몇 해 전 읽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Sparks of Genius)』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나타난 열세 가지의 생각 도구를 소개합니다.

그중 한 가지 예를 들면 유추하기(analogizing)입니다. 루트번스타인에 의하면 ‘유추란 닮지 않은 사물 사이의 기능적인 닮음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유추를 통해 한 분야에서 습득한 지식을 전혀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무언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니까요.

루트번스타인은 20세기 초의 물리학자 이야기부터 합니다. 막스 플랑크나 루이 드 브롤리는 원자 속의 ‘전자’가 현악기의 ‘현’과 같은 진동을 하며 공명도 한다고 생각하여 양자론의 기원이 되는 업적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헬렌 켈러의 예도 말합니다. 오로지 감촉, 맛, 냄새에만 의지하는 켈러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세계를 이해한 일이 유추하기로 가능했다는 말입니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나 다윈이 특정한 동식물을 기를 때 나타나는 현상을 비롯한 몇 가지 현상을 보고 진화론을 정립한 것도 유추에 기초하였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유추는 문학, 미술, 음악 등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예를 들고 있습니다.

읽다 보니 영화의 기억이 납니다. 1991년에 나온 『로렌조 오일』입니다. 이 영화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다룬 것으로, 다섯 살 로렌조에게 닥친 희귀 난치병 ALD(부신백질이영양증)를 고치기 위해 벌이는 부모의 무한 노력을 보여줍니다. 의학계에서도 병에 대해 잘 모르니 부모는 직접 공부하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 세계은행 직원으로 의학이나 생화학 지식이 없었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싱크대를 그려 놓고 로렌조에게서 문제되는 다가(多價) 지방산의 현상을 설명합니다. 분해 효소가 부족해서(물빠짐 호스가 좁아진 것에 비유) 다가 지방산이 들어오는 수도꼭지를 잠궈(섭취 중지함) 차단했는데도 싱크대(로렌조의 몸에 비유)에서 다가 지방산 수치가 높아져서 이상하다는 거지요.

영화를 보면서 감동받았던 장면입니다. 신체 내부 현상과 부엌 싱크대 사이의 훌륭한 유추이니까요. 나중에 부부는 로렌조의 신체 안에서 다가 지방산이 합성되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까지도 밝히게 됩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의 아버지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책에서는 유추하기의 사례로 자연 모방도 말하는데 벨크로(찍찍이)가 그중 한 가지입니다. 옷에 달라붙은 도꼬마리 열매에서 착안하여 만든 것이 벨크로랍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읽었습니다. 베리 네일버프와 아이언 에어리즈는 『안될 것 없잖아?(Why Not?)』에서 창의적인 사고로 문제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중 한 방법으로 ‘다른 분야에서 알려진 해결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 예 중에 자연 현상을 모방한 벨크로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추’와 이미 ‘알려진 것을 다른 분야에 이용하는’ 일은 결국은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쯤 되니 다른 분야의 책도 생각납니다. 앤드루 하거돈은 『한계돌파가 일어나는 방법(How Breakthroughs Happen)』에서 혁신은 ‘사물, 아이디어, 사람’을 새롭게 잘 조합하여 가능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요람 윈드와 콜린 크룩은 『가능하다는 생각의 힘(the Power of Impossible Thinking)』에서 사람은 생각한 대로 사물을 본다면서 생각을 바꾸면 불가능한 줄 알았던 많은 일들이 가능해진다고 사례를 들며 역설합니다.

전문가들의 글을 읽으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러다가도 막상 현실에서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지니 마음이 다시 오그라듭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끈은 있습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Flow(몰입)’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서울 대학교의 황농문 교수도 몰입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경험적으로 말합니다. 새로운 발견을 하거나 창의력을 발현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이니까 오그라들던 마음을 얼마간 다시 펴 줍니다.

기적을 믿습니다. 주의를 집중하여 무언가를 해 내려고 노력하면 느리게, 그리고 조금씩 효과를 보다가 어느 시점엔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결과만 놓고 보면 기적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은 혁신이란 이름으로 대단한 일을 해냅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몰입하여 노력한 만큼’ 기적 같은 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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