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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도, 내 삶도 설상가상
권오숙 2022년 07월 25일 (월) 00:04:32

최근 들려오는 국내외의 소식들은 어쩜 이리 하나같이 우울한 것들뿐일까요? 찌뿌둥한 장마철 날씨까지 합세하여 온 세상이 빛이 들지 않는 시커먼 상자 속에 갇혀 시름시름 앓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픈 것이 아니라 여러 중병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 같습니다.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시에서 퍼지기 시작하여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벌써 삼 년째 새로운 변이로 거듭나며 좀처럼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초 잠시 그 기세가 누그러져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에 누리던 평온한 일상이 회복될 것을 기대하며 한껏 부풀었습니다. 그동안 억제당했던 사람들의 보상 심리를 나타내는 '보복' 여행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항공료가 고공행진을 했지만 해외여행의 열기로 공항은 미어지고 거리마다, 상점마다 수많은 보복 소비 인파로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계의 분위기는 곧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제로 코로나를 지향하는 중국의 도시 봉쇄, 코로나 시국에서 각국의 돈 풀기 정책이 불러온 경제 부작용 등으로 전 세계에 경제 위기가 몰아닥친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동안 주식, 코인,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에 쌓였던 거품이 빠지면서 도탄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소식이 나날이 들려옵니다. 99%가 빠진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인한 온 가족의 극단적 선택 등 그 내용도 너무 충격적입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백화점 명품 매장의 신상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오픈 런을 한다는 뉴스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제는 음식 값이 너무 올라 직장인들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때운다는 가슴 아픈 뉴스들이 들려옵니다. 지금 지구촌의 상황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한자 성어가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 개인의 삶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내 인생에도 시커먼 먹구름이 끊임없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 제 진로를 잘 찾아가고,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며 내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오는 동안 나의 삶은 참 화창했습니다. 그러다 불과 몇 개월 전부터 갑작스레 큰일들이 닥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시어머니를 떠나보낸 것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나이 들어 모두 세상을 뜨는 게 정해진 이치라 하지만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며칠 만에 생이별을 하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그리고 약 석 달 후 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전혀 없던 내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별 이상 없이 건강하게 일상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재발의 위험 때문에 그 이후로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평생 먹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석 달쯤 후 갑자기 언니의 유방암 진단이 떨어졌습니다. 친정 노모를 오랫동안 모시고 계셔서 늘 죄송스러웠던 언니입니다. 내가 공부를 하는 동안 친정어머니는 아이 둘을 함께 돌봐 주셨습니다. 그러나 막상 어머니가 노쇠하여 부양의 손길이 필요할 때 일을 하는 나 대신 언니가 엄마를 돌보고 계셨던 겁니다. 그래서 여러 자식 중 내가 그 언니에게 가장 부채 의식이 컸습니다. 언니가 수술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간병인을 쓸 수도 있었지만 직접 내려가서 간병을 하였습니다. 아직 이전의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여서 좀 무모한 일이기는 했지만, 마침 방학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맘을 짓누르는 부채감을 좀 덜고 싶었던 것같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금의 내 처지에 딱 맞는 셰익스피어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슬픔은 스파이처럼 하나씩 오는 것이 아니라
대(大) 부대로 떼 지어 밀려오는 법이다.
When sorrows come, they come not single spies,
But in battalions.(4.5.78-79)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가 형을 살해하고 왕좌를 차지한 뒤 덴마크 궁정에서는 수많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합니다. 위 대사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줄을 잇자 클로디어스가 아내인 거트루드 왕비에게 한 말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이 대사나 설상가상이라는 한자성어는 인생의 한 속성을 잘 통찰하고 담아내고 있습니다. 난 지금 그런 인생의 속성을 경험 중이고, 화창한 날들만 살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어느 인생에나 비 오는 날도 있고 비바람 부는 날도 있음을 깨닫고 좀 더 깊이 있어지고 진중해지겠지요. 모쪼록 다른 형제들을 위해 오랜 시간 희생했던 언니가 항암 치료를 잘 견디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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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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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125.XXX.XXX.9)
설상가상에 禍不單行이군요.그러나 결국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믿으시며 이겨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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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9 09:29:24
0 0
정병용 (220.XXX.XXX.57)
언니의 건강회복을 기원합니다.
Fighting 하십시요~~~
답변달기
2022-07-25 09:01:3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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