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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물 원상복구, 무겁고 힘든 싸움
고영회 2022년 08월 03일 (수) 00:02:17

공간을 빌려 오랫동안 쓴 뒤 헤어질 때, 서로 웃으면서 헤어지기 쉽지 않습니다. 임대차계약서의 ‘원상 복구 의무’를 놓고 서로 해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약자인 임차인은 속이 탑니다. 법원 감정인으로 원상 복구비를 감정하면서 생각한 것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서로 부딪히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앙숙으로 바뀝니다. 임대인은 원상 복구할 때까지 보증금은 주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임차인은 보증금 받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버티거나, 자리를 비워주고 소송으로 들어갑니다. 서로 힘든 싸움을 해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은 본인끼리 자유의사로 맺습니다. 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최소 임대차 기간과 계약 기간 연장 등 꼭 필요한 일부만 규정합니다. 원상복구는 계약 당사자가 정합니다.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할 때, 어디까지 복구해야 할 것인지를 확인하고 계약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인쇄된 계약서 조항에 관행으로 들어있는 것이라 별생각 없이 넘어갑니다. 그것이 나중에 계약이 끝날 때 큰 분쟁거리로 떠오릅니다. 복구기준에 따라 이해가 크게 걸리기 때문이죠.

<복구기준을 확인하고 기록해 두자>

어디까지 복구할 것인가 기준을 정해두지 않은 원상복구 의무는 나중에 문제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계약할 때, 현재 상태가 어떤지를 기록하고, 어떤 상태로 인수할 것인가를 정하여, 그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 두는 게 좋습니다. 복구 기준이 분명하면 분쟁을 많이 줄이고, 불필요하게 힘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상가 복구기준을 정하자>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 같은 거주용 공간은 원상을 건드릴 일이 별로 없습니다. 작정하고 건물 내부를 훼손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살다가 생긴 흠집 정도고, 이런 것은 서로에게 분쟁이 될 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가용 시설은 다릅니다. 전 임차인이 쓰던 시설을 다음 임차인이 그대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내장공사를 따로 합니다. 전 임차인이 쓰던 시설을 철거하는 문제, 다시 시설했을 때 어디까지 철거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 두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인수할 때 기록도 없으므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기 쉬운 상황이죠. 양쪽을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상가용도 공간을 임대차할 때는 주요 구조체를 거친 마감 상태(즉, 벽은 콘크리트 미장, 바닥은 바닥 미장, 천장은 구조체 노출 상태, 현재 창호 등으로 마감 처리하지 않은 상태)를 복구할 기준으로 잡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이 기준이 사회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임대인은 전 임차인이 설치한 것을 철거한 상태에서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고,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은 자기가 설치한 것을 철거하여 인수할 때 받은 상태로 넘겨주면 됩니다. 이때, 들어올 임차인이 일부 또는 전부를 쓰겠다고 하면, 그대로 넘기되 들어올 임차인이 원상복구할 의무를 안으면 되고요. 이렇게 하면 원상복구를 둘러싼 입씨름이 많이 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원상복구비, 신품 값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공간을 인수할 때 꽤 값이 나가는 자동 회전문이 있었는데, 15년 동안 사용하면서 고장이 나 원상복구를 요구받았다면, 임차인이 신품 값을 부담해야 할까요? 임차료에는 시설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가치 감소액(손모액)은 포함돼 있으므로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므로 15년 동안 생긴 감가상각비는 건물주(임대인)에게 부담하도록 요구해도 됩니다. 원상복구 문제로 소송이 붙었다면, 감가상각비 주장과 입증은 임차인이 해야겠군요.

분쟁은 계약 내용이 불분명할 때 자주 생깁니다. 계약할 때 원상복구 기준을 명확하게 짚어둡시다. 그리고 원상복구 문제로 분쟁이 생긴다면, 임차한 공간은 계약 종료일에 넘겨주고, 보증금 반환이나 원상복구비 소송을 계속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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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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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 (14.XXX.XXX.154)
잘 읽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규정은 이곳 도이칠란트 와 차이가 없군요.
상가 건물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제 경험으로는 개인이 주거용으로 집을 빌려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때 그 주택을 원상대로 복귀하라는 임차인과의 집계약서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상가건물도 대표님의 글과 동일하다고 생각됩니다. 
임대차계약서 를 서명하기전에 모든 분들이 고영회 대표님 글을 참고하면 현명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도이칠란트 디어도르프에서 강정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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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 18: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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