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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교육을 유치원부터 하면
김영환 2022년 08월 18일 (목) 00:02:33

나는 국민학교를 만 6세가 되기 전에 들어갔습니다. 콧물을 질질 흘렸던 시대인지라 앞가슴에는 핀으로 손수건을 꽂고 갔죠. 시키는 대로 들어갔지만, 나이보다 빨랐다는 것은 한참 뒤, 6·25전쟁으로 공산 북한을 떠나 월남한, 서너 살 더 먹은 동창들을 생각하는 나이가 된 후에 알았습니다.

국민학교에서 공부에 불편은 없었습니다. 고통이라면 사친회(PTA)비를 매달 내야 했던 것이죠. 뭐에 쓰였는지는 모르지만, 종례 때마다 사친회비를 가져오라는 독촉이 지겨웠습니다. 2학년 때, 아이들이 할머니라고 불렀던 선생님께서 돈을 내는 누런 봉투의 납부 금액을 칼로 긁어내고 다시 쓰시며 얼마인가 깎아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그땐 요즘 어린이들이 안 마시고 버리기도 한다는 우유를 가루로 배급받았고 미군들은 검은 연기를 하늘로 토해내는 트럭을 몰고 와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머리칼과 몸에 이(虱)를 잡는 하얀 살충제를 뿌렸습니다. 사친회비를 돌려주세요.

최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5세 취학을 정책으로 내걸었다가 반발에 밀려 35 일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박 장관은 대통령의 지지율 저미(​低迷)의 한 원인으로 보태지기 싫어 빨리 용퇴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은 정책과 무관하게, 2001년의 선고 유예된 음주 운전까지 들먹여 공격했습니다. 그럼 이재명 의원은 2004년 150만 원의 벌금을 낸 음주운전 전과도 있는데 어떻게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었고 지금은 당 대표 후보로 곳곳에서 압승 중이죠? "그는 덜 취했었다"라고 답할 건가요?

5세 조기 취학, 의무교육 연령 인하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변화를 위한 토론에 얼마나 편협한가를 드러냅니다. 박 장관의 제안은 거칠지만 나름의 합리성을 갖추었고 5세 취학이 어제오늘의 화두도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인구 부족에 대비하여 일찍 공교육을 시켜 입직(入職) 인력을 2년 앞당기고 퇴직을 5년 늦추자는 2+5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나름의 반대 이유는 있지만 조기 취학은 변화가 싫고, 정권도 싫은 젊은 부모들을 비롯하여 유치원 사교육 업계가 반대의 소리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2월 국민의당 시절 안철수 의원은 국회 연설에서 유치원 2년 의무교육과 5세 취학을 제안했고 우상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 의원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말한 제도 개편 중 가장 의미있는 제안이다. 국회에서 본격 검토하자"고 동조했습니다. 그랬던 민주당은 지금 여론을 내세워 반대합니다. 교육 개혁은 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어느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어머님은 어떤 과외를 시키시나요”라고 물어 영어, 수학, 미술이라고 했더니 “너무 적다”고 말했답니다. 어떤 지인의 아이들은 유치원에 안 보내 한글도 깨치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 한동안 ‘왕따’가 되었다고 합니다. 글씨 모르는 애가 어디 있느냐는 거죠. 대신 학년을 올라갈수록 자유롭게 키운 덕분에 창의성이 돋보여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손녀도 취학이 다가오는데 한글을 다 몰라 걱정했더니 “내 친구들 중에도 한글 모르는 아이들 많아”라고 말해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고 보면 문해(文解)와 수리 등 기본 교육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맡기고, 공부는 학원에 맡기며, 학교는 성적을 매기려고 시험 치르는 곳인가요.

12시만 되면 초등학교 앞에서 어머니나 조부모, 도우미가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1학년은 12시에 끝난다는데요. 통계를 보면 94퍼센트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녔다는데 무슨 적응 기간이라는 거죠? 1, 2학년은 한 반에 선생님도 두 분이랍니다. 학생이 대낮 12시에 공부가 끝나면 교육을 포기한 학년이죠. 유치원도 2~3시에 끝나고, 원하면 5~6시까지도 맡아주죠. 교육부에 묻습니다. 1학년을 12시에 끝내면 뭐 하라는 건지.

우리가 사교육에 미쳐 날뛰면 노벨상이 줄줄이 나와야죠, 못 받잖아요. 교육의 측면에서도 진정한 수월성 교육에 잘못이 있는 겁니다. 이런 교육의 여러 문제점을 풀어갈 장으로 교육부가 단호히 조기 취학 공론화에 나선 것을 싹둑 잘라버린 겁니다.

5세가 되어도 밑을 잘 닦지 못하는 아이들은 있죠. 너무 어려 교사들이 귀찮아할 것이라고 걱정도 합니다. 아이들을 교사들이 유치원처럼 잘 배려해줄 것이냐는 거죠. “나는 보모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식사는 물론 안 떠먹이고 그냥 잔반통으로 들어가겠죠.

140년 전인 1882년에 만 6세부터 13세까지의 의무교육을 도입한 프랑스는 2019년 가을, 만 3세가 되는 해부터 유치원 3년간의 의무교육을 확장했습니다. 만 16세까지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학교는 학용품, 의복 등의 새 학기 준비지원금을 학생당 약 50만 원씩 지급합니다. 급식은 무료가 아니죠. 가장 수입이 적은 가정의 한 끼 0.13유로에서부터 최고 7유로까지 받습니다. 보편적 복지가 아닌 소득 계층에 따른 선별 복지입니다.

우리도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며, 유치원 때부터 벌어져 평생을 간다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공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여 저소득 가정의 짐을 덜어내야 합니다.

취학은 모성의 역할과도 직결됩니다. 유능한 여성들이 아이 때문에 경력 단절이 됩니다. 경력 단절이 싫다면 월 200만 원 이상의 도우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식사 준비는 별도랍니다. 강화의 한 노부인은 일요일 밤 3시간 걸려 서울로 가서 주중에 맞벌이 딸의 손주들을 보살피고 금요일 밤에 강화로 되돌아와 피곤한 주말 농사를 짓습니다. 그렇게 안 하면 일하는 딸이 너무 힘들다는 거죠.

5세 취학 정책의 입안도, 그 정책에 대한 반대도 과거에 자신들의 집권 때 정부가 뭘 제안했었나를 반성하며 현 상황을 분석하고 대책을 숙의하는 합리적인 절차가 되어야 합니다. 오후 3~4시가 되면 영어 글씨로 가득한 열 몇 대의 특목(?) 유치원 셔틀 차량이 길가에 줄을 서서 학생들을 실어갑니다. 외국인들이 아이들에게 원어로 인사합니다. 도대체 유치원비가 대학 등록금보다 몇 배나 비싼 나라가 정상입니까? 평생을 가는 공교육의 출발점을 상시 개혁한다는 자세로 주도면밀하게 검토해 나가야 합니다. 나는 박순애 장관이 사퇴했지만, 유치원 의무교육, 5세 취학 등의 세련된 검토를 지지하며 또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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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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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221.XXX.XXX.2)
유치원 2년을 의무교육으로 하고, 사립유치원을 모두 공립유치원으로 전환시킨다면 찬성이 더 많을 겁니다. 이번에는 유치원 1년만 싹둑 잘라서 초등학교로 바꾼다고 하니까 반대가 많았던 거지요. 현재 같은 연령에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2원화 되어 있어서 일단 유보통합이 먼저고, 그 다음에 유치원 의무교육과 함께 사립유치원을 서울시교육청처럼 단계적으로 공립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5세 입학은 그동안 어느 당이나 진영에서 주장하더라도 계속 교육단체와 학부모들 반대로 20년 동안 못 한 겁니다. 왜 그런지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그 가장 큰 까닭이 현재 초등학교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크기 때문입니다. 초등교육과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트라이앵글 문제를 해결해야 취학연령 1년 앞당기고, 고등학교 졸업을 1년 앞당기는 문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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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19:46:18
1 1
katay (222.XXX.XXX.93)
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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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8 03:15:04
0 0
참비 (221.XXX.XXX.43)
좋은 글,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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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17:32:50
0 1
김영환 (222.XXX.XXX.93)
필자로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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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8 03:16:40
0 0
조용한 관찰자 (175.XXX.XXX.167)
저는 5세 취학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지만 김영환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검토해 볼만한 정책제안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다가 상대편이나 상대당이 똑같은 사안을 주장하면 이에 대하여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 좌파들이 인간의 DNA를 가졌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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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10:38:30
1 1
김영환 (222.XXX.XXX.93)
고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갈피를 못잡는 것은 미래 비전도, 일관된 논리나 철학도 없다는, 수준의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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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9 00: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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