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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우리 말글 지킴이, 그리고 헤살꾼
고영회 2022년 10월 06일 (목) 00:01:30

한글날이 곧 다가옵니다. 한글날은 2012년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되어 이듬해부터 쉬게 됐습니다. 한글날이 지닌 뜻을 기리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하는 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한글을 쓰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곳곳에 한글이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해마다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찾아 발표합니다. 올해에도 지킴이와 헤살꾼을 찾아 발표했습니다. 헤살꾼은 ‘짓궂게 훼방 놓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글을 망치려고 하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요.

지난 헤살꾼을 살펴보면, 문재인 청와대, 국회, 정부, 교육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문화재청 등 국어기본법을 지켜야 할 정부기관이 월등하게 많았습니다. 반면에 지킴이는 배우리 전 한국땅이름학회 회장, 강병인 멋글씨연구소장, 방탄소년단, 고 노회찬 의원 등 개인이 더 많습니다. 힘과 조직을 갖고, 국가기본법을 실천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한글을 망치는 주역이 된 현실은 요즘 말로 참 웃픕니다.

2022년 울산시 교육청은 으뜸 지킴이, 부산시 교육청은 으뜸 헤살꾼!

   

2022년 올해 지킴이는 울산시 교육청(으뜸), 부경대 김영환 명예 교수, (사)토박이말바라기이며, 헤살꾼은 부산시(으뜸), 부산시 교육청(으뜸), 서울시, 국회방송입니다. 울산시 교육청은 으뜸 지킴이로 칭찬받았는데, 부산시 교육청은 으뜸 헤살꾼으로 비난 대상이 됐습니다. 교육청에 따라 칭찬과 비난이 엇갈린 현상,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요? 서울시와 부산시가 동시에 으뜸 헤살꾼으로 된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 말글은,

우리말을 적는 글이 한글이니, 당연히 우리말과 한글을 써야 한다는 당위성을 벗어나서, 왜 우리말글을, 그것도 쉽게 써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죠.

말과 글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입니다. 말과 글은 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좋습니다. 정보가 쌓여 지식이 되고, 지식은 부를 만들어냅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말글이 어렵고, 정보를 알기 어려우면 그만큼 정보 전달이 어렵고, 그 결과 지식을 쌓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할 때 현지인이 미군의 말글을 몰라 작전지시를 그림을 그려 전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작전을 제대로 펼 수 있겠습니까? 정보 전달 수단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지식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선진국 문턱에 간 나라라고 합니다. 그렇게 갈 수 있었던 바탕에는 누구나 쉽게 깨쳐 쓸 수 있는 한글이 있었습니다. 발음기호가 없어도 글자를 보면 소리를 그대로 낼 수 있는 글자, 말글을 익히는 데 이처럼 쉬운 글자가 있습니까? 이런 글자로 외국에서 온 기술을 적고 익히니,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기술을 이해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수출할 수 있었겠지요. 기술자에게 기술 내용을 일본어나 영어로 적어 주고 생산하라 했다면 가능했겠습니까?

더구나 한글은 정보시대에 가장 적합한, 가장 경쟁력 있는 글자라는 평을 받습니다. 우리가 손전화 같은 기기에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을 영어, 일어, 중국어와 비교해 보면 속도와 정확도에서 월등합니다. 이렇게 좋은 글자를 두고 온갖 외국어를 섞어 쓰는 짓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멋있게 보인다고요? 웃지요. 진정한 멋, 품격은 말글이 품고 있는 알맹이에서 찾아야 합니다. 말글이 전하는 알맹이가 좋아야 그게 진정한 멋과 품격입니다.

한글이 우수하다고 자랑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한글을 저렇게 푸대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대주의, 식민지 삶을 향한 그리움일까요?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우리 말글 삶을 바로잡고, 우리 말글이 세계의 말글로 자리 잡는 날이 얼른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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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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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락용 (49.XXX.XXX.217)
한글 지킴이는 개인이 많고 , 헤살꾼은 정부기관이 많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저도 평소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새롭게 만들어 마구 사용하는 외래어 남용에 화가날 지경입니다.
어떤 경우는 뜻도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급조된듯한 단어들을 그들은 버젓이 양산하고 있습니다.

솔선수범해야할 공공에서 더욱 기승을 떠는 거를 보면 그런 단어를 만들어 내는 기안자나 결재권자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의문이 들 정도며, 그들의 천박한 사고방식엔 아연실색일뿐입니다. 공공영역에서 보다 강화된 고운 한글말 사용 지침이 만들어져 파행적인 외래어 남용 작태를 바로잡아 나가주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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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16: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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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4.XXX.XXX.154)
맞습니다. 공무원들이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쓸데없이 겉멋이 들었나 봅니다. 말씀대로 지침을 마련하여 그 기준으로 압박해야겠습니다.
공감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22-10-07 08: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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