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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노벨문학상을 못 받을까
임철순 2022년 10월 14일 (금) 01:12:52

2012년 모옌(莫言, 소설가) 중국, 2013년 앨리스 먼로(소설가) 캐나다, 2014년 파트릭 모리아노(소설가) 프랑스,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저널리스트/작가) 벨라루스, 2016년 밥 딜런(포크 가수) 미국, 2017년 가즈오 이시구로(소설가) 영국, 2018년 올가 토카르추크(소설가) 폴란드, 2019년 페터 한트케(극작가·소설가) 오스트리아, 2020년 루이즈 글릭(시인) 미국, 2021년 압둘라자크 구르나(소설가) 탄자니아, 2022년 아니 에르노(소설가) 프랑스.

최근 11년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입니다. 올해에도 노벨문학상은 한국을 또 외면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시인 고은 씨가 주목받으면서 한국문학의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미투운동 이후 분위기는 확 달라졌습니다. 고 씨의 경우도 정작 스웨덴한림원은 관심도 없는데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법석이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른 분야와 비교하는 건 무리이겠지만 K팝 드라마 영화 등 최근 대중문화에서 거둔 성취나 클래식 음악인들의 활약, 그리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비롯한 스포츠에서의 성공에 비하면 문학은 여전히 세계의 변방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은 물론 중국도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니 한중일 3국 가운데서 우리나라만 뒤처진 양상입니다. 노벨상에 목맬 일은 아니지만 한국문학은 왜 주목을 받지 못할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매력이 없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세계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장대하고 흐름이 긴 서사(敍事)도 없고, 개인이나 남녀의 도회적 감성과 현대적 일상에 치우친, 잘고 작은 문학이 주류를 이루어 그런 건 아닐까. 게다가 오랜 고질인 번역 문제까지 겹쳐 한국문학은 세계의 문학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 같은 나의 의문과 질문에 대해 정작 문학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담론에 갇혀 있었으나 중요한 것은 이와 반대로 세계적인 것이면서 한국적인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편적인 것이 세계의 관심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한국적인 것이 그 개별성을 인정받으면서 예술적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번져 최근 이런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류에 부응해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의하면 이 기관의 지원을 받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에서 출간한 한국문학 작품의 판매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 658종(37개 언어권) 가운데 492종(30개 언어권)이 응한 결과를 보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의 경우 일어와 다른 10개 언어권에서 30만 부 이상 판매됐고,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13개 언어권에서 16만 부 이상, 일역판 손원평의 ‘아몬드’가 9만 부 이상 팔렸습니다. 출간 이후 판매 부수가 2만~10만 부에 이르는 작품이 수십 종이라고 합니다.

정부 기구인 한국문학번역원과 민간이 운영하는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도서 등이 연간 200종 이상 해외에서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들 도서의 75% 이상이 해외 출판사가 먼저 저작권을 계약하자고 나선 경우라고 합니다. 또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음을 가늠하는 기준인 2만 달러 이상의 해외 판권 선인세를 받는 작가(작품)가 여러 명 등장하고, 2016년 영역판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이래 매년 해외문학상 수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번역의 수준은 어떤가. 2010년대 이후 3세대 원어민 번역가들이 등장하면서 번역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1세대 번역가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한국인, 2세대 번역가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이해가 높은 외국인이 공동 번역한 경우를 말합니다. 2022년 현재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은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1,750종,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300여 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 이전 문예진흥원(현 문화예술위원회) 등을 통해 출간된 것을 합하면 2,500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번역이 점차 나아지는 것은 분명한데, 질과 양이 다 함께 높아지도록 좋은 번역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양성해야 합니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필자의 여러 질문에 대해 지금 한국문학은 ‘문학한류 도입기’에 진입한 상태이며 다음 단계인 ‘문학한류 성장기’로 향하고 있다고 종합해 말했습니다.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추진해온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넘어 세계문학의 중심에서 그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지향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문학은 다른 콩쿠르처럼 가시적 경연을 하는 게 아니므로 그 성취를 체감하기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잘 팔렸다고 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해서 노벨상 후보작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과 같은 노력을 계속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힌 물꼬가 트이면 한국문학의 흐름이 도도한 물결이 되어 대해로, 세계로 흘러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승화시켜야 할 경험과 아픔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습니다. 요즘 무엇이든 K를 갖다 붙이는 게 유행이지만, K문학도 좀 더 빨리 세계에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문학인들의 더 치열하고 진지한 노력과 각고의 작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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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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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121.XXX.XXX.65)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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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07:59:52
0 0
임철순 (121.XXX.XXX.183)
감사합니다. 하시는 일 늘 잘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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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5 07: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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