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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내려서 끌고 가세요
박상도 2022년 10월 21일 (금) 02:30:07

지난 10월 12일부터 운전자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할 때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신호와 상관없이 횡단보도 위에 보행자가 있을 경우 또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의사가 있는 보행자 즉 보행대기자가 있을 경우 바퀴를 완전히 멈추어 정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해 적발되면 벌점 10점에 범칙금 6만~7만원이 부과됩니다. 반면에 보행자나 보행대기자가 없다면 서행해서 지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횡단보도 위의 보행자는 바로 알 수 있지만 보행대기자를 어떻게 구분하냐는 겁니다. 횡단보도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려고 서 있는지,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는지, 아니면 그냥 멍하니 서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보행자가 건널 의사가 없는 줄 알고 서행해서 지나가는데 사실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이었다면 법규를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고 운전하다가 옆 창문을 열고 “건너실 거예요?”하고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할 때, 횡단보도 앞 ‘일단정지’를 법규화하면 간단하게 끝날 일인데 뭔가 복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 쪽에 문의를 하니 내년부터 ‘일단정지’ 후 출발로 법규가 개정된다고 합니다. 왠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길을 돌아서 가는 느낌이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 가는 것이니, 운전을 하는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일단정지 후 출발하는 습관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이 ‘일단정지’를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면도로나 신호가 없는 좁은 도로의 사거리에서는 ‘알단정지’를 법제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시행 초기에는 “귀찮아 죽겠네.” “알아서 잘들 지나가는구먼, 섰다가 출발하면 연비만 나빠지는데 도대체 누가 이런 법을 만들었지?”라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조금 불편해도 곧 익숙해질 것이고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더 큰 이득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애매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인도로 다니는 자전거들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경우입니다. 과거 TV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공무원인 큰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할 때에는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도로가 많았습니다. 그 시절엔 자전거와 보행자가 섞여서 다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도로는 세분화되어 자전거 도로가 생겼고 한 달에 1회 이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1,300만 명이나 됩니다. 서울시에서는 앱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따릉이’를 곳곳에 설치해 공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편리하게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습니다. 또 자전거가 고급화되어 장비도 비싸지고 속도도 많이 내며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의식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종종 아내와 함께 한강 둔치로 걸어서 산책을 갑니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횡단보도를 네 번 건너고 좁은 인도를 지나 둔치로 연결되는 지하보도를 건너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길이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자전거 때문입니다. 사람 둘이 간신히 지나가는 인도에 왜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걷다가 자전거에 부딪힐까 계속 주위를 살피며 걷게 됩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량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갈 때는 차도로 다녀야 합니다. 자전거가 인도로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입니다. 내려서 끌고 다니면 됩니다. 그런데 열에 아홉은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몰라서 지키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알면서도 법규를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비싼 자전거에 헬멧까지 잘 갖춰서 타는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만큼 보행자의 안전도 지켜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렵나 봅니다.

   

더 가관인 것은 한강 둔치로 연결되는 지하보도의 상황입니다. 입구 내리막을 지나 90도로 꺾인 보도를 40미터쯤 지나는 곳인데 대부분의 한강 둔치 진입로가 그렇듯 이곳은 늘 사람이 많이 다닙니다. 그런데 이런 밀폐되고 밀집된 공간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매번 마주칩니다. 한 대도 아니고 두세 대가 한꺼번에 내려올 때는 피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사고 장면도 종종 목격합니다. 제법 속도가 붙은 자전거의 손잡이에 부딪힌 한 어르신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실 뻔했는데 자전거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결국 민원이 많이 들어갔는지 사진처럼 자전거가 잘 지나가지 못하게 직진 방해 구조물을 설치해 놨습니다.

“잘했네,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지 않겠네.” 설치된 구조물을 보고 아내가 잘했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갑자기 서글퍼졌습니다. 결국 이런 강수를 둬야 할 정도로 우리의 수준이 낮은 것인가? 뉴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의로운 댓글들은 결국 편싸움을 위한 것이고 실상은 모든 국민이 내로남불의 늪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졌습니다. 물론 너무 확대해석을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저렇게 “자전거 꼭 내려서 끌고 가세요.”라고 써 붙여 놓고 장애물을 설치했는데도 그 사이를 곡예하듯이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장애물 구간만 내려서 지나간 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기도 합니다.

최근의 추세는 보행자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는 길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지난 7월에 보행자는 이면도로에서 길 중앙이든 가장자리든 어디든 다닐 수 있다고 개정되었습니다. 만약에 이면도로에서 차 대 사람의 사고가 발생하면 개정된 법에 의해 과실비율이 조정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자전거와 보행자의 접촉사고가 발생하면 자전거는 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과실비율이 정해질 겁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 모든 자전거 운전자가 법규를 잘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인도로 주행하는 자전거는 단속에 적발될 경우 2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계도만 하고 실제로 범칙금을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자전거가 차량에 속하기는 하나 차도로 다니다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인도로 다니는 것을 지나치게 단속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답니다. 쉽게 얘기해서 죽고 사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위법을 눈감아 준다는 겁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서서 생각하니 ‘차도가 위험하면 인도로 들어와서 자전거를 끌고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인도로 들어오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인도에서 타고 다니지 말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몹시 불쾌해졌습니다.

생계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생계를 위해 자전거를 타더라도 법규는 지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 열에 한 사람 법규를 지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고맙게 바라보는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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