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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대참사를 보며
권오숙 2022년 10월 31일 (월) 01:26:29

삼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젊은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핼러윈에 해당하는 10월 31일에 칼럼을 올려야 해서 안 그래도 핼러윈 축제에 대한 글을 써야 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막연히 핼러윈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그것이 어떻게 미국의 대축제가 되었는지, 그날 사람들은 왜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는지 등을 써볼까 생각했다가는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이야기가 될 터이라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외국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유입되어 놀이공원이나 클럽을 비롯한 일부 업체들의 얄팍한 장삿속에 우리 젊은이들이 무분별하게 빠져들었다는 논란을 들여다봐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슴 아픈 글이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154명의 엄청난 사망자와 132명의 부상자(30일 오후 9시 통계자료 기준)를 낳은 그야말로 핼러윈 악몽이 벌어진 겁니다. 2014년 304명의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후 최다라는 286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압사라니,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사건 발생은 그저께(29일) 밤 10시 15분쯤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 사건을 알게 된 것은 아침(30일)에 일어나 딸의 메시지를 확인한 후였습니다. 딸의 메시지는 밤 12시 6분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혹시나 걱정할까 봐 말하는데 오늘은 이태원 안 갔습니다”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 19분에 “너무 무서워서 잠이 안 와”라는 문자가 하나 더 와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의 딸은 매년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핼러윈을 즐겨 왔습니다. 다녀와서는 그 해는 어떤 분장이 최고 인기였는지, 새롭게 등장한 분장은 무엇이었는지 말해주었습니다. 몇 년 전 영화 ‘조커’가 나왔을 때는 조커 분장이 가장 많았고, 어느 해에는 북한 김정은 분장을 하고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박수를 치는 사람이 가장 주목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분장을 한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즐거워했습니다.

올해도 직장 동료들과 단체로 치파오(중국 전통 의상의 하나)를 입기로 했다며 챙겨갔습니다. 그런 터에 이 사고가 터지자 혹시나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보내온 문자입니다. 우리 딸이 핼러윈 축제 등을 즐기는 걸 알고 있는 친척들도 딸의 안부를 걱정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침부터는 전화도 걸려왔습니다. 그러니 이 사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나의 이야기가 될 뻔한 것입니다. 내 딸의 안전이 확인되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너무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의 비애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득합니다.

관련 뉴스에 붙은 댓글에는 이런 부조리한 참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무분별하게 휩쓸려 현장에 나간 젊은이들에 대한 비난,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 예상되는 현장의 공공 안전 관리의 소홀에 대한 비난, 사고 후 소방청 등 유관 기관의 대처에 대한 비난, 피신하려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내친 업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런 댓글들을 종합해보면 비난의 화살이 누굴 향하든 또다시 ‘안전 불감증’으로 귀결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난과 책임 소재를 논하는 글들 못지않게 현장의 미담을 전하는 글들도 많았습니다. 현장에서 위급한 환자를 살리려고 심폐 소생술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한 일반인들에 대한 목격담, 자신들의 지하 영업장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킨 한 업소의 신속한 조치, 소방대원들의 노고 등을 치하하는 글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황에 대한 분석이 진행될수록 당국의 사전 안전 관리와 사후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딸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현장에 친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친구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쓰러져있는 현장의 참혹했던 광경을 다 목격했고 직접 수많은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였다고 합니다. 워낙 피 칠이나 악마 분장이 일반적이어서 처음에는 사고 현장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진 환자도 핼러윈 연기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심지어 출동한 소방관들도 소방관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핼러윈은 만성절(萬聖節. 11월 1일)의 전야입니다. 만성절이란 따로 기념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성인이나 순교자들의 죽음을 모두 함께 기리는 기독교 축일입니다. 그 전야인 핼러윈에는 죽은 혼령이 돌아다닌다는 무속신앙 때문에 사람들이 괴기스런 유령 복장이나 괴물 분장을 합니다. 그런데 2010년경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원어민 강사나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이나 홍대 등에서부터 이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일부 업체들의 핼러윈 마케팅으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수많은 기독교 성인들의 죽음을 기리는 만성절 전날 이제 우리는 어처구니없이 스러진 수많은 우리 젊은이들의 명복을 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접수된 실종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르고 부상자 중에 중상자가 많다고 합니다. 부디 더 이상 사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안타깝게 죽은 젊은이들이 안식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면밀히 돌아보고 당국의 안전 관리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조사가 이루어져서 다시는 이런 비통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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