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홍승철 곧은결
     
생각이 변화한 계기
홍승철 2022년 11월 15일 (화) 00:02:05

살다 보면 계기(契機)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겪으면 그로 인해 변화가 생기는 경우 말입니다. 큰일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사소한 경우도 있고 작은 일에 연관되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자신의 일에 영향을 주는 변화의 시기를 의식해 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작더라도 많은 경우가 있어왔다고 여깁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요.

신아연 작가의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를 구입해 놓고 두 달 이상 지나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이 일 저 일을 하느라고 시간을 못 내었다가 지금에 와서 읽게 된 건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유 있는 시간에 한가로이 읽으니 생각하며 읽을 수 있으니까요. 분량이 많지 않은 책이지만 여러 날 걸려 읽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책상 앞에 계속해서 앉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로 제한하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작년 2월 병원 응급실에 가서 뇌경색 판정을 받은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2, 3일 병 증세가 더 진행되고 난 뒤 담당 의사가 해 준 말 중 한 가지만 기억합니다. “환자에게서 재발하는 비율이 보통 사람의 발병률보다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생각을 더 했습니다. 병이 재발하면 거의 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과 함께 어떤 식으로든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아직 멀리 있다고 여겼던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이 몰려 왔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아직 못한 일이 많은데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며칠 더 지나 재활 치료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가용 시간이 짧아진 것 같은데 병원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허송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니 조급함과 답답함이 가중되었습니다.
다행히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하지는 않았습니다. 재활 치료를 받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치료사들의 치료에 성실히 응했고 잠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치료사들이 가르쳐 준 운동을 하느라고 열심을 내었습니다. 

당초의 불안에서 벗어나 생각과 행동을 이렇게 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재활병원에서 주된 일과가 재활 치료였고 재활을 위한 노력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마음이 재활에 몰입하는 일을 촉진한 다른 일도 있습니다. 초기에 “해 오던 일들을 앞으로는 못하게 되겠다”고 말했을 때, 아내가 퇴원하면 지금까지 해 오던 활동을 계속하라고 했습니다. 이 단순한 말이 이상하리만큼 내 맘을 든든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단톡방에 ’나의 극복기‘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는 일은 재활 운동에 힘을 더해 주었습니다(11개월 사이에 50회 썼습니다). 그 글을 읽고 많은 이들이 응원해 준 일도 더욱 나로 하여금 재활에 기운을 더하게 했습니다.

입원 초기 며칠간의 불안을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에 떨치고 재활에 전념할 수 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평안한 마음으로 현실 생활에 성실해지게 되었는지 나 자신은 잘 모르겠습니다. 

입원 초기의 이틀 밤엔 이른바 섬망(譫妄) 증세도 겪었습니다. 섬망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건 누워 있는 병실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상한 장소에 놓여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갑갑함이 가득해서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발병한 현실을 부정하는 심리가 그렇게 만든 거라 봅니다. 

어쨌든 그런 기간을 빨리 보내고 평온을 찾은 일은 다행이라 여깁니다. 혹시 죽음이 가까이 있다 해도 편안합니다. 행동과 걸음이 느려져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병을 경험한 일은 나를 한 단계 성숙시켜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2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박선숙 (183.XXX.XXX.56)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잙 읽고 있습니다.
처음 아프셔서 입원하신다는 글을 읽었을 때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 인내하신 날들을 생각하면
먹먹해집니다.
병을 극복하시고 글을 쓰고 계셔서
정말 기쁩니다.
표현하지 않아도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좋은 날 행복한 날만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답변달기
2022-11-15 10:09:03
1 0
홍승철 (221.XXX.XXX.146)
글을 읽어 주시고, 저의 건강까지 염려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시니 더욱 힘을 내어 지내겠습니다.
답변달기
2022-11-15 15:16:09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