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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맞은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
황경춘 2022년 12월 22일 (목) 00:05:03

정보산업의 발달로 활자매체의 앞날이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그런 가운데 이웃 나라 일본의 한 대중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가 2023년 1월로 창간 100주년 기념 특별호를 냈습니다.

‘문예춘추’는 중견 소설가로서 두각을 나타낸 키쿠치 칸(菊治寬, 1888~1948)에 의해 1923년 창간돼 문필가로 구성된 필진으로 3,000부를 찍어 한 부에 30전(錢)으로 발행했습니다. 그보다 23년 전에 발간하여 자리를 잡은 중도좌파 월간지 '중앙공론(中央公論)‘이 한 부에 1엔(円)씩 받던 당시 출판계에서는 커다란 모험이었습니다. 이 새로 나온 잡지가 큰 인기를 얻어 얼마 안 가서 발행부수를 1만 부로 올리는 일본 출판계의 큰 뉴스가 되어, ‘문예춘추’는 곧 ‘중앙공론’에 대립하는 중도우파의 종합지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습니다.

키쿠치는, 같은 소설가로 자기를 돕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가 자살하자 그의 이름을 딴 신인문학상을 제정하고,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수상작을 ‘문예춘추’에 발표했습니다. 그것이 지금 일본에서 최고로 유명한 신인문학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교포 여성 문학가인 유미리(柳美里) 여사도 아쿠타가와상의 수상자입니다.

   
  '문예춘추' 창간호(왼쪽)와 100주년 기념호.  

이렇게 소설가로, 또 잡지 발행인으로 유명해진 키쿠치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문인협회장으로 군에 협력했다는 혐의로 패전 후 연합국에 의해 공직 추방형을 받았습니다. 잡지사는 1946년 3월 해산했으나 석 달 뒤인 1946년 6월 ㈜문예춘추사라는 새로운 회사로 이름을 바꾼 발행인에 의해 계속 발행돼 이제는 일본 최대의 종합 월간지로 성장했습니다.
그동안 선호도 1위로 매달 50만 부 이상을 발행해왔습니다. 아쿠타가와상 발표가 있는 달에는 100만 부 이상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100주년 특집호에는 3년 전 아들에게 천황 자리를 물려준 아키히토(明仁) 천황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많은 특집기사를 싣고, 평소 500쪽 내외인 분량을 거의 배로 늘려 값은 보통 달의 1,000엔에서 1,500엔으로 올려 받았습니다.

일본어를 해독할 수 있는 노년층 인구가 많았던 시절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많은 부수의 잡지가 수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문예춘추’를 팔고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 일본어를 배우는 젊은 층 독자도 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북한의 핵 개발로 한반도 주변에 새로운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한일 관계의 더욱 긴밀하고 건전한 발전이 필요합니다. ‘문예춘추’ 같은 온건한 일본 활자매체의 계속된 발전을 바라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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