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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신종호 2006년 12월 09일 (토) 00:00:00
회사를 경영한다는 말은 자연스럽지만 지식을 경영한다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사꾼과 선비(=학자)의 분별을 유별나게 강조한 유교적 고정관념이 은밀하게 작동한 까닭인 듯합니다. 조선시대의 지식과 학문은 선비들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식의 대중화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으며, 편리를 추구하여 기술을 도모하는 일체의 학문을 잡(雜)한 것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러한 경향에 맞서 인간 중심의 새로운 학문을 추구한 것이 실학이며, 그러한 치학(治學)의 정점에 선 인물이 바로 정약용입니다.

다산은 유배생활을 하면서 5백여 권에 이르는 저서를 펴냈습니다. 1년에 25권이 넘는 책을 썼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업적이지요. 그의 관심 영역 또한 방대하였습니다. 화성을 설계와 축성을 지휘한 토목 공학자요, 기중기와 배다리, 유형거 등을 제작해낸 기계 공학자였으며, 『아방강역고』와 『대동수경』을 펴낸 지리학자요, 『마과회통』과 『촌병흑치』 등을 펴낸 의학자였습니다. 그것만인가요? 『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통해 행정가이자 법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임은 물론 지방의 속담과 방언을 정리한 언어학자였으며, 뛰어난 시인이자 문예 비평가였습니다. 이러한 정약용의 학문세계에 대해 저자 정민은 “다산 정약용! 그에 대해 무어라 규정을 내리는 일은 참으로 난감하다”는 고백과 함께 “세계의 정보를 요구에 맞게 정리할 줄 알았던 전방위적 지식경영가였다. 현대가 필요로 하는 통합적 인문학자다”라는 헌사를 바쳤습니다.

이 책은 제목이 뜻하는 바처럼 다산 정약용만의 ‘지식경영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식경영’은 다산이 어떻게 공부를 했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책으로 남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산과 관련된 후대의 저술들이 그의 사상이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정보를 수집 배열해서 체계적이고 유용한 지식으로 탈바꿈 시키는 다산의 ‘작업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산의 방대한 저술 활동의 방식과 원칙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혀 낸 저자의 혜안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다산치학 10강(綱) 50목(目) 200결(訣)’입니다. 열 개의 큰 줄기를 세워 각각 다섯 가지의 방법론을 배열하고, 하나의 방법론 안에 네 개의 소제목을 따로 두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다산의 작업방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구성한 저자의 능력이 매우 돋보입니다.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는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는 ‘거일반삼법’(擧一反三法),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리는 ‘지기췌마법’(知機揣摩法),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는 ‘절시마탁법’(切偲磨濯法), 발상을 뒤집어서 깨달음에 도달하는 ‘일반지도법’(一反至道法),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는 ‘오득천조법’(吾得天助法) 등 몇몇의 제목만 보더라도 이 책의 체계와 내용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18년 동안 공부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다산의 ‘열정’과 ‘지식 경영법’이 담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개인과 국가의 지식 경쟁력 강화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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