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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수확을 포기하다
이상대 2008년 07월 01일 (화) 07:48:09
오래 묵혔던 논을 굴삭기를 동원하여 개간에 준할 정도로 작업했고, 재배가 용이하다 하여 별 생각 없이 보리를 심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농기계 덕을 많이 보아 파종까지는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파종 후 곧이어 새싹이 나오고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어린 싹이 춥고 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았으나 아무 탈 없이 봄을 맞이하였고, 봄이 오자 생기를 되찾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알차게 성장하였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보리농사는 난생 처음이라 조금만 이상하면 물어가며 관리하여서인지 아주 잘 자라주었습니다. 드디어 누렇게 익어가며 황금빛을 띠기 시작하자 자못 흐뭇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양이 적어 일거리로도 마땅찮은데 누가 와 수확을 해 주겠는가? 그래도 농촌이고 귀한 곡식인데 해주긴 하겠지... 좋게만 생각하였습니다.

수확을 해야 할 때도 되었고 장마가 온다하여 거리 불문, 콤바인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부탁을 하니 하나같이 난색을 표하는 것입니다.

장비1-집을 짓고 있어 바빠서 못한다. 미안하다.
장비2-보리는 한 번도 안 해 보았다. 못한다.

‘장비2’는 친구이고 해서 “벼나 보리나 같은 요령인데 왜 안 되느냐? 한번 시험 삼아 해 달라”고까지 부탁해 보았습니다.

장비3-거리가 멀어 곤란하다. 게다가 기계가 고장이 나 수리하러 가고 없다.

‘장비3’은 친구 조카라 나중에 친구에게 부탁하여 한번 더 얘기하여 보라 하였으나 역시 곤란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결론은 장비 동원하여 수확하여 봤자 아는 처지에 수고비 챙기기도 곤란하고 그나마 양마저 적으니 아예 못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 보자.”
낫으로 베어보고, 손으로 따보기도 하였습니다. 힘만 들고 탈곡, 그리고 도정까지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래, 아깝지만 포기하자.”
결국 희망에 부풀어 바라보던 보리를 애써 외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냥 썩어서 내년 농사에 밑거름이나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태생으로 육군장교 출신의 농업인입니다. 1989년부터 15년간 전북 무주의 산간오지에서 혼자 염소, 닭 등 가축을 방목 사육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정리하고 뒤늦게 컴퓨터를 배워 포토샵과 연관하여 디카의 유용성을 알게 되어 이 공부를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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