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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름이 왜 그래요?
신아연 2008년 08월 12일 (화) 07:52:46
“ 아줌마는 왜, 아줌만데 이름이 그렇게 예뻐요? “ “본명인가요?” “ 어릴 때도 그 이름이었나요? 아니면 나중에 다시 지은 건가요? “

제 자랑입니다만, 제 이름에 대한 남들의 평가가 이 정도입니다. 한 마디로 이름이 예뻐서 어디서든 이름자만 대면 찬사가 터져나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름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작명소를 잘 찾아가 주신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북하면 초등학교 시절 ‘국군 장병 아저씨께’ 단체로 위문 편지를 쓸 때도 친구들 중에서 저만 답장을 받았겠습니까?
얼굴도 모르는 ‘국군 장병 아저씨’조차 순전히 제 이름이 예뻐서 답장을 하고 싶었다고 했으니까요.

이름도 유행이 있으니 지금 기껏해야 대여섯 살 먹은 애들이나, 많이 먹어봐야 20대에서 제 이름과 같은 이름이 있는 걸 보면, 50을 바라보는 저로서는 이름을 지을 당시 유행을 한참 앞섰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고려 아연’ 이 이곳 호주에 설립한 ‘선 메탈사’ 라는 아연 제련 회사가 있습니다. 남편이 한 동안 거기를 다녔는데, 동료 가운데 한 사람이 저에게, “혹시 남편 내조를 잘 하려고 이름마저 회사 이름과 동일하게 바꿨냐”며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물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 이름이 나이에 맞지 않게 독특해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나요? 순간 제가 좀 ‘아연’해졌습니다.

가문에 열녀문 세울 일 있습니까? 제가 이름까지 바꿔가며 남편 내조하게요.
미인은 어디서든 돋보이듯이, 아무튼 저는 미명(아름다운 이름) 덕에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름 만’ 예쁘다는 단서를 꼭 붙이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만.)

하지만 이렇듯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제 이름이 호주인들에게는 도무지 통하지 않습니다. 고울 아 (娥 )자, 끌 연(延 )자를 가진 제 이름의 뜻도, 어감도 그네들은 알 바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호주에서 겪는 고충 가운데 하나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이름을 불러대는 통에 그런 습관이 없는 우리들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언제 다시 볼 거라고 이삿짐 나르는 사람, 하수도 고치러 온 사람조차 ‘나는 아무갠데, 당신 이름은 무엇이오’ 하면서 통성명부터 하려드니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 영어가 입에서 각돌고 있는 와중에 상대의 이름을 중간 중간에 넣어가며 대화를 이어가기란 마치 재주를 넘는 듯한 집중력을 요합니다.

상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가며 살갑게 이야기하는 것이 서양 사람들의 언어 습관이자 문화이다보니 일단 사람 이름을 한번만 들으면 반드시 기억을 하게 되나 봅니다.
일면식 이후 아무리 오랜 만에 만나도 대부분의 호주인들이 정확하게 이름을 부르며 말을 붙여오는 것을 볼 때면 신기하기조차 합니다.

어쨌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저도 이 나라 문화의 일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가졌습니다.
초기에 이민자 영어학교를 다니면서 제 이름 발음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저의 배려였습니다.
그네들로서는 발음하기 어려운 제 이름을 말머리, 말 중간, 말끝마다 불러대려면 얼마나 힘들지 저도 경험해봤으니 잘 알 것 아닙니까.

이후 호주 사람들은 저를 영어 이름으로 기억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아들 애가 제딴에는 조심스레 “엄마, 엄마 영어 이름 너무 촌스러운 거 알면서도 그렇게 지었어요? 완전 할머니 이름이야…이름만 들으면 사람들이 엄마를 할머니로 알 걸.. ” 하는 것이었습니다.

앗, 이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이름의 지존’임을 자처하던 제가, 한 세대를 훨씬 앞지르는 첨단의 이름을 가진 제가, 이름으로 인해 이렇게 무참히 자존심을 구기게 될 줄 어찌 상상이나 해 보았겠습니까?

‘내 영어 이름이 내 나이보다 한 세대 이상이나 더 지난 구닥다리였다니..’

몰랐을 때는 몰랐는데, 알고 나서부터는 사람들이 저를 부를 때마다 살에 뭐가 돋는 듯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까짓 것, 호적에 올린 것도 아니고 그저 이 나라 사람들 발음하기 편하라고 하나 지어가진 것, 안 쓰면 그만이지 싶어 이번에 시드니로 이사를 오는 참에 제 영어 이름은 전에 살던 곳에 떼어버리고 왔습니다.

전 동네 이웃들을 만나지만 않는다면 나의 촌스런 호주 이름은 영원히 삭제될 것이라는 ‘완전 범죄’를 꿈꾸며..

부모 덕에 좋은 이름 가진 제가 이름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의 괴로움을 잠깐이나마 몸소 겪고 나니, 오죽하면 자기 이름을 바꾸고 싶어할까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이름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모두들 성경에서 갓 빠져나온 듯, ‘베드로, 다윗, 바울, 디모데, 에스더..’ 하는 식으로 작명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살면서 ‘베드로’나 ‘바울’을 최소 20명은 만나게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람 중에 기왕이면 돋보이는 인물을 추리려다보니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진 탓입니다.





신 아연 :ayounshin@hotmail.com
신 아연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16년째 호주에 살면서 <호주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금은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민 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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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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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211.XXX.XXX.85)
그런데 촌스럽다는 영어 이름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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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7 11:29:45
0 0
이경숙 (121.XXX.XXX.35)
내 친구중 김서영이란 친구가 있다. 그녀가 좀 체격이 크고 경상도 발음이 세개 들어가는데 오랜동안 미국생활중 작금에 한국인 점원이 미국 상점에서 물론 , `할머니 이름이 진짜예요? 왜 그렇게 이뻐요 하고 항의 하더랍니다. 점례가아닌것에...그 부모님 일제시대 의사 약사였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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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2 23:20:10
0 0
박철호 (211.XXX.XXX.129)
2008-08-12 09:50:23
ㅋㅋㅋ 재밌는 내용입니다... 옥의 티 하나 "영어 이름 밝힐수 없는 정도인가요? 무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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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2 11: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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