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수입과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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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의 ‘수입과 소득’

고영회

2008년 09월 25일 (목) 07:11:05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전문직 수입에 대한 기사가 납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변리사 연수입 평균 6억6천만원 최고’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나옵니다. 최근 6년 여 계속하여 변리사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전문직이라고 보도되고 있어 "제일 돈을 많이 번다면서요?”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소득에 관한 것이어서 관심이 많나 봅니다.

따지고 보면 소문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변리사를 높이 쳐 주는 것이어서 그렇게 나쁠 것도 없습니다. 이공계 전공으로 기술을 다루는 변리사가, 이런 영광을 실제로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씁쓸합니다.

국세청이 8월 7일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 전문직 개인사업자의 최근 3년간 부가가치세 신고현황 및 납부세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와 회계사, 의료업자 등 9개 전문직 개인사업자 가운데 변리사가 가장 높은 수입을 신고한 것이라고 보도되었습니다.

보도와 같이,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는 소득이 아니라 수입(또는 수익, revenue) 즉 매출액이었고, 그것도 변리사 1인당이 아니라 1사업자당 평균 매출액이었습니다. 수입이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를 불러온 것 같습니다. 수입이란 용어는 일반인에게 기사로 전달할 때에는 매출액이라고 했어야 사실에 가깝습니다. 수입이라는 단어를 소득, 나아가 연봉으로 바꾸어 보도하는 바람에 일반인들은 오해하기 딱 알맞았습니다. 오보가 불러온 소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매출이 많다고 하여 소득이 많다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소득은 매출액에서 투입원가와 제반 경비를 제한 것이어서 수입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쓰는 매출액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회계용어인 연수입이라고 보도하니 용어의 뜻을 잘 모르는 일반인으로서는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실상은 어떨까요? 매출액 면에서는, 변리사는 주 고객이 기업으로 매출 누락이 생길 수 없습니다. 매출 누락은 주로 개인고객과 대리인이 짝짜꿍이 맞을 때 생기는데 변리사에게는 개인고객이 별로 없어 눈을 맞출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원가면에서는, 특허사건을 처리하려면 해당 전공분야별로 변리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최근 개발되는 기술은 여러 분야 기술이 복합되어 있어 여러 분야 전공자가 각각 또는 함께 작업하지 않으면 처리가 곤란합니다. 여기에 사무지원 직원의 급여와 각종 경비가 들어가 그 만큼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또, 수입(매출)은 사업자 별로 신고하므로, 한 사무소에 변리사가 여러 명 있어도 1사업자로 신고됩니다. 국세청이 밝힌 변리사의 매출에는 동료 변리사들의 것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사무소에 4~5명의 변리사가 있어도 마치 1명인 것같이 보도되었다는 뜻입니다.

특출한 개인이 그런 소득을 올렸다는 것도 아니고, 평균 소득 6.6억원이라고 하면 웬만큼 활동하는 사람은 대략 연간 8억~10억원일 것이고, 월 7천~8천만원이 되어 대단한 소득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치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무신경이 경이롭습니다. 터졌다 하면 수백억 수천억 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작은 숫자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탓인가 봅니다.

이런 와중에 ‘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 고소득 전문직 및 프랜차이즈 음식점 업자, 학원 사업자 등 기업형 자영업자들이 2005년부터 올해 8월까지 3조 원대의 소득을 탈루하여 소득의 절반 정도를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문직, 음식점, 학원 사업자를 같이 묶어 발표함으로써 사실을 호도하려는 의도는 없었을까요. 이런 통계는 그냥 전문직 부분만, 혹은 전문직 별로 통계를 발표해야 맞습니다. 전문직과 관계없는 다른 업종의 통계를 같이 발표하면서 전문직 전체가 엄청난 소득 탈루를 한다는 자극적 제목을 달고 온갖 매체가 개탄조로 때림으로써 발표자의 감춘 의도를 의심하게 합니다. 슬프게도 이 보도 역시 변리사 1인당 6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보도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잘못된 보도에 현혹되어 낭패를 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변리사가 높은 소득을 올려 우수 인재가 이공계로 많이 유입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더 빨리 선진국이 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고영회(高永會) : 1958년 진주 출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 건설기술자로 근무 후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기술사회 회장,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 과학기술자를 푸대접하는 사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행정개혁시민연합 과학기술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달호 (210.XXX.XXX.241)

반갑습니다. 오늘 아침에 인사를 나눴던 사람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기자들이 글을 쓸 때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끼도록 일부러 한 쪽으로 유도하는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주 왜곡이 되거나 약간 사실과는 동떨어진 결론이 유도되기도 하지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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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10: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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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댓글 의견 고맙습니다.
이제사 답글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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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7 15: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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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래 (211.XXX.XXX.129)

인생,학교 선배님이시고,휼륭한 경륜과 경험이 넘치시는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지휘자,지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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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09: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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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머쓱하게요.
답글이 빠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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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7 15: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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